▲ 정지혁(오른쪽), 장석조(왼쪽) 감독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문화뉴스 MHN 양미르·석재현 기자] [문화 人] 원조 웹애니 크리에이터, '오인용'을 만나다 ① 에서 이어집니다.

 
이제 조금 민감한 질문이 되겠다. '연예인 지옥'의 경우 실제 일부 연예인들을 패러디해서 등장했는데 제작 당시 두려움은 없었나?
└ 정지혁 : 사실 이 이야기하기 조심스러운 부분인데, 어떻게 말해도 죄송한 입장이다. 원래는 누굴 비판하기 위해 만든 작품이 아니라, 이전에 만든 작품 '김창후 이병 탈옥사건' 반응이 좋아서 군대 콘텐츠가 역시 통하는구나 싶어 군대물 애니메이션으로 발전하게 됐다.
 
장석조 : 군대라는 콘텐츠가 남자들의 공감대를 많이 사는 작품이었기에 욕심을 넣어 하나 더 집어넣게 되었다. 당시 잘못된 여론 형성에 사실관계를 제대로 확인 안 한 상태에서 만들게 되었다. 특히, 등장인물 중 한 명이었던 문희준 씨에게 미안하게 생각한다. 나중에 병역의무를 마친 모습을 보고 "우리가 죄 없는 사람을 죄인 취급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연예인이라는 위치가 대단히 높은 곳에 있어 돌을 던져도 안 닿을 줄 알았는데, '연예인 지옥'을 통해서 닿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연예인들의 자살 소식이 들으면서 '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후회하게 되면서 그 이후부턴 하지 않았다.
 
후에 문희준 씨가 SNL에 출연해 '연예인 지옥'을 그대로 패러디한 방송을 봤다. 방송에서 문희준 씨가 화해의 손을 내미는 장면이 나왔는데, 우리에게 향한 제스쳐였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 사람은 대인배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용서해주셨기에 감사하게 느껴졌다.
 
   
▲ 장석조 감독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런 사실이 있는 줄 몰랐다. 얼마 후, '오인용'이 해체되었다는 이야기가 돌면서 더는 활동하지 않은 줄 알았다. 그러던 와중, '좀바라 TV'를 통해 '오인용'이 다시 활동하기 시작했는데, '좀바라 TV'와 만나게 된 계기를 알려달라.
ㄴ 정지혁 : 과거 알고 지냈던 지인 중 한 명이 부사장으로 계셨고, 장석조 감독의 '아빠 어렸을 적에' 작품 때문에 인연이 되었다. 그분이 말씀하시길, 웹툰이 강세임에 비해 애니메이션이 죽어가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끼셔서 애니메이션을 다시 하면 어떨까 하는 제안을 하셨다. 특히, 웹 애니메이션을 위한 플랫폼이 생길 때 상징격인 '오인용'이 없으면 말이 안 된다고 하셨다. 그래서 2년 준비 끝에 오픈 베타격으로 '좀바라 TV'를 통해 '만담강호'를 연재했고, 작년 크리스마스 기준으로 정식 오픈했다. 그래서 작품들의 조회 수가 많지 않은 것이기도 하다.
 
'만담강호'는 연재하는 도중에 운이 좋아 투자까지 받게 되었고 지원사업까지 받아 극장으로 진출할 수 있었다(현재 캐릭터 사업과 모바일 게임도 지원받고 있다). 그래서 우리와 비슷한 장르에 종사하는 분들에게 선례가 되지 않을까 생각도 하게 되었다. 우리는 운이 좋아서 극장 스크린 상영이 되었다. 
 
그렇다면, 이번에 개봉하는 '만담강호'는 원래 영화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닌가?
ㄴ 정지혁 : 그렇다. '만담강호'는 연재작품인데, 사실 예전 작품을 리메이크한 것이다. 
 
장석조 : 일본 유명 애니메이션 '에반게리온'이 TV 시리즈로 나왔다가 편집과정을 거쳐 영화판으로 등장했듯, 우리도 기존 연재작을 조금 다듬어서 영화 지원사업에 제출했더니 운이 좋아서 영화화되었다. 과거 '오인용'이 한창 잘나갈 때, 극장 상영에 도전하려고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했지만, 아무도 우리를 봐주지 않았다. 배급 및 홍보를 해주겠다는 사람들은 있었지만, 제작비를 지원해줄 사람이 없었다.
 
당시 애니메이션이 무너져가던 시기였기에 번번이 퇴짜를 맞았고, 마흔이 돼서야 그 꿈을 이뤘다. 현재 10개 상영관에 상영될 예정이고 목표 관객 수는 1만 명이지만, 극장에 우리의 영화가 상영된다는 자체만으로도 우리는 목표를 달성했다. 
 
   
▲ 정지혁 감독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유튜브 '좀바라 TV'에 게재된 애니메이션을 사실 보긴 했다. 우선 장석조 감독의 '명화마을'은 시대 배경이 1997년이고 등장 인물에게서 과거 '오인용' 멤버들의 향기가 났다. 실제 대학교 시절의 모습이 담긴 자전적 내용인가?   
ㄴ 장석조 : 대학교 1학년 때, 실제로 친구들과 함께 '명화마을'이라는 곳에서 자취했다. 그 당시 우리 모두의 추억의 장소였고, 그걸 모티브로 삼고 픽션을 담아 시트콤을 만들었다. '연예인 지옥'이 워낙 인기가 좋아서 연재했던 것이지, 제일 좋아하는 장르는 시트콤이다. '이웃집 오인용'과 비슷하다. 실제로 우리를 좋아하는 팬분들 중에서 '이웃집 오인용'을 좋아하셨던 분들도 많았고, '이웃집 오인용'에서 착안하여 '명화마을'을 만들었는데 다행히 반응이 좋았다.

'오락왕 김봉구'도 보았는데, 1편에 과거 지상파에서 보도했던 '게임의 폭력성'이 언급되었는데, 여기서 탄생하게 된 것일까?
ㄴ 정지혁 : 실제 게임을 좋아했고, "뭐만 문제가 되면 게임이 문제다"식으로 단정 지으니 역으로 '게임을 하는 사람들이 세상을 구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그래서 한없이 가볍게 가다가 점점 '헬조선' 세태풍자가 되어 무겁게 가게 되어, 실제로 보신 분들 반응이 씁쓸하다고 말하기도 하셨다. 추억의 고전 게임들도 요소로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이게 블랙코미디이기에 게임에 대한 해외와 국내의 차이점과 해외 능력자들을 수입하는 모습을 담으며 씁쓸함도 담겨있다. 최근 업데이트되는 내용에는 도널드 트럼프 이야기도 반영할 예정이다. 고소당할 것 같으니 '도날드 트럼펫'으로 나올 건데, 반응이 좋아서 아마 계속 나올 것이다.(편집자 주 : 인터뷰 이후 지난 21일 공개한 '오락왕 김봉구' 8편에 '도날드 트럼펫'이라는 캐릭터가 등장했다)

'명화마을'이나 '오락왕 김봉구' 또한 '만담강호'처럼 다른 버전으로 볼 수 있을까?
ㄴ 정지혁 : '만담강호'와 달리, '명화마을'이나 '오락왕 김봉구'가 연재 시작할 때까지만 하더라도 영화화 등의 이야기는 일절 없었다. '만담강호'가 영화화되는 걸 보면서, 장편을 염두에 두고 만들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 '만담강호'
이제 '만담강호' 이야기를 해보자. 왜 첫 극장판으로 정했는가?
ㄴ 장석조 : '만담강호'는 2003년 정지혁, 씨드락 두 친구가 고민해서 1편을 만들었다. 옆에서 보니 정말 재밌었다. "2편을 언제 만드느냐?"고 물으니 "힘들어서 안 만들어"라고 답했는데, 그로부터 10년 동안 계속 '만들어, 만들어'라고 했는데도 만들지 않았다.
 
정지혁 : 2003년에 엔딩을 먼저 정했었다. 뒤통수를 치는 내용인데, 무협지를 액션으로 만들면 제작하는 데 힘이 들었다. 그래서 액션을 꺼낼 듯 말 듯해서 허풍만 하자고 했다. 이후 첫 극장판으로 어떤 작품을 하면 좋겠냐고 이야기를 하게 됐는데, 10년을 조른 결과물이었을까? 결국, 하게 됐다.
 
장석조 : 아마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내가 제작할 테니, 연출과 스토리보드를 맡아 달라고 했다.
 
정지혁 : 그래서 그런 방법으로 작품이 만들어졌다.
 
장석조 : 서로만의 영역이 정해진다. 글 정지혁, 그림 장석조가 됐다. 서로의 의견충돌이 있을 수 없었다. 뭘 하든지 다 맡기고, 딴죽을 걸지 않아서 각자 자유롭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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