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해요'와 '못 해요', '박씨'와 '박 씨' 어떤 게 맞나?
'너 뿐이야'가 아니라 '너뿐이야'가 맞다... 맞춤법 틀린 빅뱅 노래 가사

사진제공: 잡코리아·알바몬

[문화뉴스 MHN 박혜빈 기자]  최근 몇 년 간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 '자주 틀리는 맞춤법'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미국 국무부 산하 외교관 언어 연수 전문 기관인 '외교원구원(FSI)'에 따르면 전 세계 70개의 언어를 난이도에 따라 4단계로 구별했을 때 한국어가 가장 어려운 단계에 속하였다. 독창적이고 과학적인 소중한 우리 언어이지만 모국어로 쓰는 한국인에게조차 헷갈리고 혼란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그중에서도 한국인이 가장 골치 아파하는 유형은 '띄어쓰기'로 확인됐다. 잡코리아(대표 윤병준)가 지난 10월 한글날을 앞두고 성인남녀 2,046명을 대상으로 ‘맞춤법’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자주 헷갈리는 맞춤법 1위가 띄어쓰기(39.8%)였다. 2016년 뉴스래빗에서 국립국어원 홈페이지 '온라인 가나다'의 질문과 답변 게시판 내용을 분석했을 때도 '띄어쓰기'가 777회로 답변 글에서 가장 높은 빈도로 등장했다. 외래어(542회), 발음(505회)보다도 200회 이상 많은 수치였다.

일본어나 중국어는 아예 띄어쓰기가 없고 영어는 단어마다 띄어 쓰면 되지만 우리나라는 띄어쓰기를 제대로 하지 않을 경우 본래의 의미가 왜곡될 소지가 있어 무시할 수 없는 맞춤법이다. 단어 단위로 띄어서 쓰는 것을 기본으로 하되 조사는 앞말에 붙여서 쓰는 것 정도는 쉽게 느껴지지만 세세하게 파고들수록 띄어쓰기의 여러 규칙들이 혼란을 가중시킨다. 오늘은 자주 틀리는 띄어쓰기를 소개한다. 

‘못해요’와 ‘못 해요’

'못하다'는 어떤 일을 일정한 수준에 못 미치게 하거나, 그 일을 할 능력이 없다는 의미이고 '못 하다'는 어떤 사정 때문에 할 수 없다는 의미이다. '못하다'는 어떤 수준에 미달함을 뜻하는 '동사'이고, '못'은 주로 동사 앞에서 그 동사가 나타내는 동작을 할 수 없다는 부정의 뜻을 나타내는 '부사'인 것이다. 

예를 들어 '노래를 못한다'라는 말은 노래 실력이 형편없다는 뜻이고, '노래를 못 한다'라는 말은 어떠한 사정 때문에 할 수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띄어쓰기 하나로 음치도 되고 노래를 할 수 없는 사정이 있는 사람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최씨'와 '최 씨'

'씨(氏)'가 성씨 그 자체 혹은 그 성씨의 가문이나 문중을 가리킬 때는 '접미사'로 보기 때문에 붙여 쓴다. '최씨 문중', '박씨 부인', '민씨 일파', '그의 성은 김씨입니다.' 등이 그 예이다. 그러나 상대방을 대접하여 부르거나 이르는 경우 '의존명사'로 보아 띄어 쓴다. '최치원 씨' 혹은 '최 씨'가 맞는 표현이다. '씨' 외에도 '군', '양', '님' 등의 호칭어 역시 이름 뒤에 띄어 쓴다. 성과 이름 다음에 오는 과장, 부장, 회장, 선생 등의 관직명도 띄어 써야 한다.

한편 접사를 의존명사로 착각하는 실수는 매우 빈번하게 일어난다. '대국민 사과문'같이 쓰이는 접두사 ‘대(對)-’가 대표적이다. 이때의 ‘대-’는 그것을 상대로 한, 그것에 대항한다는 뜻을 더하는 접두사다. '대모험', '대탐험'에서의 '대(大) -' 역시 큰, 위대한, 훌륭한, 범위가 넓은'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로 쓰여 붙여 쓴다. 반대의 의미를 더하는 접두사 ‘반(反)-’도 띄어 쓸 때가 많은데 “반인륜적 태도” "반트럼프 시위”와 같이 붙여야 한다.

'바라볼 뿐'과 '너뿐이야'

‘뿐’이 다만 어떠하거나 어찌할 따름이라는 뜻을 나타내거나 오직 그렇게 하거나 그러하다는 것을 나타낼 때는 의존명사이므로 띄어 써야 한다. 동사나 형용사 뒤에서 수식을 받는 형태로 쓰이며, 구체적인 예로 '그저 멀리서 바라볼 뿐 다가설 수 없어'라는 김광석의 '사랑했지만' 가사를 예로 들 수 있다. 그 밖에도 '들었을 뿐이다', '웃을 뿐이다', '구경할 뿐이다' 등으로 의존명사 '뿐'을 활용할 수 있다. 

만약 '뿐'이 체언이나 부사어 뒤에 사용될 때는 조사이므로 붙여 쓴다. 빅뱅의 '붉은 노을' 가사를 찾아보면 '이 세상은 너 뿐이야 소리쳐 부르지만'으로 나오는데 사실 이 가사의 '뿐’은 조사이므로 앞말과 붙여 ‘너뿐이야’라고 하는 것이 옳다. 그것만이고 더는 없음을 나타내는 보조사로 사용됐기 때문이다.

한편 '거리가 가까울뿐더러 교통 편도 좋다'라는 문장에서 '뿐'이 앞말의 수식을 받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 경우는 의존명사 '뿐'이 아니라 연결어미 ‘-을뿐더러/-ㄹ뿐더러’이기 때문에 전혀 다른 경우다. 어떤 일이 그것만으로 그치지 아니하고 나아가 다른 일이 더 있음을 나타내기 위해 '가깝다'의 어간에 어미 '뿐더러'가 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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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헷갈리는 맞춤법 정리] 한국인이 가장 어려워하는 맞춤법 1위 '띄어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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