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있는 날·예술이 있는 삶을 빛냅니다…문화뉴스] 오랜 기간은 아니었지만, 연기를 공부했다는 이유로 영화를 볼 때에도 드라마를 볼 때에도 연극을 볼 때에도 배우들의 연기에 집중을 하게 된다. 게다가 글을 쓰다 보니 전반적인 극의 구성에도 많은 관심을 갖게 된다. 한마디로 얼마나 재미있고, 신선한 이야기가 잘 짜여 있으며, 또 그 이야기 위에서 배우들은 캐릭터와 얼마나 일치하면, 노력하고 있느냐를 보게 된다는 것이다. 전문가는 아니지만, 자꾸 그런 눈으로 보다 보면, 가끔 극에 몰입해서 즐겨야 하는 관객의 본분을 잊고는 한다. 그러나 모처럼 관객으로서 즐겁게 본 연극이 있다.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다.

사실 극에 처음부터 몰입이 되었던 건 아니다. 우선 남자 주인공 요한의 창법이 거슬렸다. 정통 뮤지컬 창법을 좋아하는 나는 심지어 남자 주인공의 창법이 정통 뮤지컬 창법이 아님에 매우 실망스러웠다. 물론 요한이라는 캐릭터가 가수 지망생이었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전혀 없는 캐스팅이다.

그냥 혼자만의 실망이었다. 그러나 극이 진행이 되면 될수록 캐스팅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또 다른 남자 주인공인 지우와 여자주인공 박하의 창법이 정통 뮤지컬 창법이었고, 지우와 요한은 서로 대척점에 서 있기 때문에 둘의 캐릭터가 확실히 달라야 했다. 아마도 연출가는 이것을 염두해 두고 이 둘을 캐스팅하지 않았나 싶다. 창법도 목소리도 너무나 다른 두 남자 주인공 덕분에 거슬렸던 요한의 창법을 이해하게 되었고, 이후 세 남녀의 하모니에 더 몰입이 잘 되었던 것 같다.

지우 역의 김민수의 목소리는 매우 청아해서 요한의 락 느낌의 창법과 명확하게 대조를 이루었다. 샘 역을 맡은 신준호는 극을 맛깔나게 만들었는데, 무엇보다도 그의 매력은 목소리였다. 주인을 그리워하는 샘의 넘버는…아마 극장에 있는 모든 관객을 매료시켰을 것이다. 그저 유쾌한 캐릭터만 도맡아하는 다재다능한 샘 역의 신준호는 정말 맑고 청아한 목소리로 나를 매료시켰다. 함께한 친구도 그의 목소리에 매료되었다.

극을 보면서 마지막에 절로 나온 이야기는 이 극의 주인공은 지우와 샘이라고…. 둘의 목소리와 몰입도가 좋았다. 물론 유나 역의 김지은 역시 맑은 목소리도 여고생이라는 캐릭터 내에서 다양한 연기를 선보였고, 여주인공 박하 역의 백민정은 연기만으로도 연륜이 느껴질 정도였다. 그러나 관객입장에서 약간의 감탄사가 나왔던 부분은 지우의 솔로곡과 샘의 솔로곡이었던 것 같다.

▲ ⓒ 팍스컬쳐

다만, 아쉬웠던 점은 극 안에 다양한 사랑 이야기가 소개되는데 그 사랑이야기의 마무리가 조금은 어설펐다는 것이다. 메인 스토리인 지우와 박하, 그리고 요한의 사랑이야기는 명확하게 마무리가 되지만, 유나의 사랑 이야기, 그리고 샘의 사랑이야기는 무언가 흐지부지 결말지어졌다. 물론 주요 스토리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극에 소개된 이야기이니, 마무리 단계에서 하나로 이어져 모든 사랑 이야기가 깔끔하게 해결되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사실 사랑은 비를 타고는 매우 전형적인 사랑 이야기이다. 그러나 그 전형성이 배우들의 연기로 극복되었다. 배우들의 몰입도가 좋았다. 배우들의 역량에 큰 박수를 보낸다. 그러나 더 큰 박수를 보내고 싶은 것은 그런 배우들을 캐스팅해서 극을 구성한 연출력이다. 극의 흐름과 캐릭터에 따라 적재적소에 알맞은 뮤지컬 넘버를 배치하고, 또 조화를 이루어 전형성을 극복한 ‘사랑은 비를 타고’의 연출에 더 큰 박수를 보낸다. #문화뉴스 아띠에터 해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