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리디아가 만나는 대한민국 최고예술가 100'은 오랜 문화예술계 및 방송 경력으로 다져진 그가 문화뉴스의 부사장으로 취임하면서 만들어진 특별한 코너다. 대한민국의 예술계를 이끌어온 아티스트들의 노고를 기리고 그들의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자 기획됐다. 어디에서도 쉽게 듣지 못하는 탑아티스드들의 진짜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보자.  [▶박리디아는?]

제31회 백사예술대상 연극부분 남자연기상, 2003년 뉴욕 드라마클럽 특별상, 제24회 한국희곡문학상 대상…다양한 분야에서 상을 받은 이력에서 보이듯이, 그는 영화·연극·뮤지컬 등 장르를 가리지 않는, 끊임없이 무대를 갈구하는 배우다.

배우 장두이는 고려대학교에서 국문학을 전공하고 서울예술대학 연극과, 무용과 졸업, 동국대학교 대학원을 거쳐 뉴욕 시립대학교 브루클린대학 대학원을 연극학을 연구하고 현재 서울예술대학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다. 

   
▲ 장두이 교수와 박리디아 ⓒ 신일섭 기자


문화뉴스가 선정한 '대한민국 최고 예술가 100인'에 선정됐다 소감은?
ㄴ 소감은 만감이다. 최고라고 생각을 해본 적이 한 번도 없고, 늘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최고가 되고 나면 떨어지는 일만 남았지 않나? 차라리 최상이라고 표현해 달라. 최상의 예술가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

대한민국 최고의 배우 중 한 명인데 너무 겸손하다. 요즘 근황이 어떤가?
ㄴ 내가 2015년을 나의 해로 만들기 위해서 상당히 많은 걸 준비하고 있다. 연극을 3편, 영화를 1편 준비하고 있다. 연극 하나는 코미디, 하나는 움직임 많은 정극, 2015년 9월에는 뮤지컬을 작품을 쓰고 연출하고 있고, 영화는 예술영화라고 볼 수 있는데 독 짖는 늙은이라고 해서 황순원 씨의 원작을 바탕으로 각색된 작품을 하려고 하고 있다. 옹기를 만드는 장인들의 생각을 알기 위해 몰두하고 있다.

   
▲ 장두이 교수 ⓒ 신일섭 기자


작품이 3개에 하나는 직접 쓰고 제작하고, 두 편은 출연하고, 영화도 출연하고 다 주인공일 텐데 2015년뿐만 아니라 매해가 장두이의 해인 것 같다. 이런 힘은 어디서 나오나?
ㄴ 전혀 그렇지 않다. 내 생각에는 끊임없는 에너지가 아니라. 내가 살아있는 동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보자고 노력하고 있다. 작품 쓰고, 연출도 하고, 출연도 하는데, 예술가로서 욕심을 부리다 보면 에너지가 생기는 것 같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과 더불어 상승하는 에너지를 받으니 에너지가 넘치는 것 같다. 가끔 그런 생각이 든다. 내가 했던 작품 중에 어떤 연기자나, 연출자와 일을 할 때 훨씬 에너지가 업 되는 경향이 있다. 주변 사람들의 에너지가 같이 공존하고 상생되기 때문으로 생각한다. 혼자 하는 작업이 아닌 여러 사람과 같이하는 일이다 보니 나는 다른 사람의 에너지를 선용하는 것 같다.

타인의 에너지를 흡수해서, 더 강해지는 것 같다.
ㄴ 지금도 수업을 할 때 어린 학생들에게 에너지를 받는 편이고, 피드백을 주면서 새로운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그래서 내가 생각하지도 않았던 디렉션이 나오기도 하고, 학생들도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기도 한다. 이 작품들의 세계가 멋진 세계인 것 같다.

배우들은 연기가 계속 바뀐다. 배우 장두이의 연기 변천사를 들을 수 있을까?
ㄴ 연기자는 특정 작품을 만나거나, 어떤 매체를 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진다고 본다. 나 같은 경우에는 연극, 영화,TV 끊임없이 변해왔다고 생각한다. 2·30대는 표현하고 싶은 에너지를 주체하지 못했다. 80년대 연극의 척박한 환경에서는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혼자서 홀을 빌려서 작품을 하기도 했다. 끊임없이 방법을 모색했다.

젊은 시절에 학교를 많이 돌아다녔다. 고대, 서울예대 연극과·무용과, 동국대 대학원, 각종 아카데미에 가서 '연기란, 연극이란 무엇인가?'를 끝없이 고민했다. 그러다 보니 우리의 민속에 빠졌고 고 김숙자 선생에게 무속 무용을 배웠었고, 시조도 배우고, 고 이은관 선생에게 배뱅이굿도 배웠다. 방황일수도 있지만 연극에 대해 큰 테두리를 그리며 수련하는 시절이 있었다. 야생마처럼 돌아다녔다.

1987년도 미국에 가면서 인생이 크게 바뀐다. 미국 사람들의 연극 제작방식, 연기 메소드가 우리의 것과 많이 비교되면서, 방법론이 다름을 알게 됐다. 피터 브룩과 그로토프스키같은 현대 연극에 거장들과 같이 작업하며 새로운 연극의 세계를 맛보았고 귀국을 해서 강의하고 작품 하면서 외국의 경험 풀어내고 있지만,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는 모르지만, 끊임없이 변화는 계속되고 있다.

피터 부룩, 그로토프스키와 일한 배우는 국내 유일 장두이 밖에 없다. 그들의 메소드를 잠깐 설명해 줄 수 있나?
ㄴ 그로토프스키 메소드는 다양한데, 4년 동안 같이 일하면서 연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방법론은 액션이다. 그의 설명으로는 액션과 무브먼트는 다르다고 설명한다. 살아있는 액션이 바로 연기의 최고의 정점이라고 이야기한다. 살아있는 액션을 만들기 위해서 하는 훈련의 방법이 굉장히 슈퍼 네츄럴, 슈퍼 이고에 가까운 작업이라 4년 반의 작업에서 평생 흘릴 땀을 다 흘린 것 같다. 육체적 정신적으로 엄청나게 힘들었다. 그래서 그 이후에는 나머지 작업이 너무 쉬워 져다.

그래서 그분과 마지막으로 결산하며 작업을 했는데, 36시간짜리 공연이었다. 36시간 공연이 끝나고 나오면 체중이 3~4kg 정도 빠진다. 극한의 작품을 했는데, 그분의 주장은 "연기자가 최고로 피곤했을 때 살아있는 연기가 나온다"는 주장을 하는데 지금에서야 조금 이해될 것 같다. 예를 들면 고양이가 쥐를 코너로 몰고 갔을 때 쥐에게서 살겠다는 액션이 나오듯이 연기자를 코너로 몰고 가야 생생한 액션이 나오지 않나 싶다. 그에게서 배웠던 트레이닝 방법이 딱 하나 있다면, 액션이 먼저고 그 다음 대사라는 것이다. 그것에 대한 원리가 지금껏 연극을 하면서 몸에 배어있다. 국내에서 작업을 하다 보면 그게 안 되는 경우가 많다.

내가 연출하다 보면 국내 연기자들이 머리와 몸이 따로 논다. 예를 들어 누가 불렀다면 먼저 보고 나서 동작이 나와야 하는데, 동시에 다 나온다. 관객 입장에서도 불분명한 표현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이런 부분을 시도하고 있는데 쉽지는 않다. 이런 방법론을 만들어 주었던 것에 대해서 정말 크나큰 선생으로 생각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시조에 배뱅이굿에, 수많은 아카데미컬한 과정을 보면서 장두이의 연기 세계는 어떻게 만들어졌나? 한마디로 장두이의 연기 메소드란?
ㄴ 연극을 46년째 하고 있지만, 감히 메소드가 있다고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럼에도, 이야기하자면 귀국 후 연기에 대한 책을 쓰고 있는데 올해 10월 7번째 책을 써냈는데, 앞으로 그것을 서적으로 정리하려고 생각하고 있는데, 나의 연기 메소드라는 것은 연기는 에너지의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작은 소리도 말이라도 에너지가 담겨 있느냐에 따라서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연기의 메소드라는 것은 어떻게 요약하고 싶으냐면, 연기란 결국 보여주는 기술인데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딱 눈에 찍히게 하는 연기가 가장 중요한 것 같다. 무대에 열다섯 명이 있다고 하면 유독 한 사람에게 시선이 끌리는 경우가 있다. 말도 안 하고 움직이지도 않는데 '그 사람에게 왜 끌리는가?'를 보면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개인적인 매력일 수 있고, 드라마 속에 굉장히 함몰되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연기란 무대에서, 카메라 앞에서, 같이 연기하든 간에 자기만의 연기를 표출해서 사람들에 눈이 찍히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일상생활에서도 볼 수 있다. 대학로를 걸어오다가 신호등 앞 건널목에 20명 정도 있는데 유독 한 사람 눈길이 가는 사람이 있다. 자연스럽게 보게 된다. 그게 바로 연기의 메리트라고 생각한다. 연기란 요란스런 몸동작과 대사를 하지 않아도 사람들로 하여금 나에게 집중시키는 요령과 방법론이 있다면 그 배우는 내공이 있다고 생각한다. 나의 연기의 방법론은 무슨 연기를 하더라도, 내가 대사가 없어도 상대방에 대한 리액션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것들이 지금까지 사람들로 하여금 "그 배우 좀 특이하다.", "시선을 끈다."고 평을 받는 것 같고. 이런 것들을 어떻게 체계화시킬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

정말 나에게 잘 맞고, 가장 연기를 잘한 것 같다고 생각한 작품이 있는지? 그 이유는?
ㄴ 지금까지 한 200편이 넘는 연극을 했었는데, 그중에 기억에 남는 작품 중의 하나가 파우스트의 '메피스토펠레스' 악마역이다. 괴테의 파우스트, 청바지를 입은 파우스트에서 두 작품 모두 메피스토펠레스역을 맡았는데 그 두 작품이 정말 인상에 남는다. 내가 성격이 못돼서 그런지 남을 괴롭히는 악역을 할 때의 쾌감이 있는 것 같다. 반대로 말하면 내가 겪은 괴로움에서 나오는 것인지 몰라도, 내 연기에 있어서 독선적인 표현인 것 같다. 가장 맡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 시선 하나, 대사하나도 모두 마음에 들었다.

   
▲ 빨간피터역의 장두이


그 다음으로는 카프카의 원전 '춤추는 원숭이 빨간 피터'를 했을 때 마치 가면을 쓰고 작은 탈 구멍으로 관객들의 내면을 관찰하는 쾌감을 느꼈다. 그래서 이 세 가지 작품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이것이 내 연기에 방점이 아닐까 싶다.

유학시절 이야기를 좀 듣고 싶다.
ㄴ 뭐. 유학은 요즘 다들 가곤 하지만, 나는 권장하는 편이다. 폭넓은 연기와 예술을 위해서는 남의 문화를 체험하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괴테가 독일에서 이탈리아까지 마차로 여행을 다녀오고 나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던 것처럼 다른 문화를 보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내 경우에는 유학이 좀 남달랐던 것 같다. 내가 만난 연출자들이 하나의 문화를 좋아하지 않고 멀티컬쳐한 사람들을 모아서 작품을 했다. 내가 했던 작품 중에 '아가멕논'이라는 작품인데 그리스어가 아니라, 지브리쉬라고 작가가 편한 대로 쓴 언어를 가지고 연기를 했었다. 대사의 뜻을 알면 외우겠는데, 대사의 뜻을 모르는 단어니까 계속 잊어버리기도 하고 3시간짜리 텍스트를 모두 외워야 하는데, 뜻을 모르니 어디에 주안점을 두어야 할지 모르겠다. 엄청나게 어려운 작업이었다.

작가가 영어도 아니고, 그리스말도 아니고, 독일어도 아니고, 자기가 창조한 대사를 가지고 하니 정말 어려서워서 꿈에서도 대본을 외울 정도였다. 피터 브룩도 그런 사람이었다. 프랑스어 영어로 작품을 했는데 '이크'라는 작품으로 같이 일했다. 내가 대사를 하다 보면 동료 배우들이 웃더라. 내가 하는 불어가 매우 웃기다고 해서 그래서 대단히 진지하게 혀를 수술할까 하는 생각도 했다.  이런 다문화적인 작품을 하다 보니, 단순하게 유학을 다녀온 사람과는 다른 것을 체험했고, 국내에 와서도 같은 우리말도 다르게 표현돼서 만약 똑같이 연기하는 사람을 보면 하면 닭살이 돋아서 견디지 못한다.

교수 장두이의 모습은 어떠한가?
ㄴ 제가 학창시절에 연극을 배우면서 서울예대나, 동국대 대학원에서 이해랑 선생님, 이진순 선생님, 유현목 감독님에게 배웠지만, 솔직한 이야기로 방법론을 가르쳐 주시지는 않았다. 연기와 연극에서 방법론이 중요하지는 않지만, 미국에서는 방법론이 있다. 스타니 슬랍스키 연기 메소드, 리 스트라스버그 메소드, 그로토프스키 메스도, 피터 브룩 메소드 등 구체적인 방침이 있더라. 내가 학생 때는 이런 구체적인 방법론이 없던 것이 불만 이였다.

그래서 이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학생들에게 구체적인 방법론을 말해줄 수 있는, 만들어 줄 수 있는 선생이 되도록 노력한다. 어떨 때는 무지막지하게 강렬하게 이야기해주니 학생들이 엄청나게 부담스러워 하거나, 무서워하거나, 오랫동안 찾아와서 연락을 주고받는 학생들로 나뉘는 것 같다. 그래서 정말 무지막지한 선생 같다. 면도날로 해부해서 이야기해주는 것이 하나의 교수법이 된 것 같다.

요즘 배우들 보면 어떤 느낌이 드나?
ㄴ 너무 외형적인 것에 많이 치중하지 않나 싶다. 외형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받쳐주는 것이 내면적인 내공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것이 된다면 한국배우도 세계에 내놓아도 뒤처지지 않는 배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러시아 연기자들을 봐도 완벽하다고 생각이 들었고, 독일 배우들도 완벽하더라. 영국 배우들도 무슨 작품을 해도 완벽하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외적, 내적 부분을 계속 트레이닝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 배우들은 안 그런 것 같다. 배우가 어느 정도 선에 올라가면 그 이상 노력을 안 하는 것 같다. 알파치노 같은 배우들도 작품이 없으면 개인적으로 발음훈련을 위해서 개인 레슨을 받고 있다. 영화에 계속 출연 스케줄이 있지만, 일 년에 한 번씩 자기 발전을 위해서 연극 무대에 선다고 하는 점이 본받을 점이라고 생각한다. 뮤지컬계를 볼 때 너무 기현상이다. 밑에 깔아놓은 실력이 없는 배우가 많이 출연해서 작품을 훼손시키는 것을 보면 가슴이 아프다.

   
 


전 세계적으로 공연형태에 흐름을 읽으며 앞으로 우리나라의 방향을 보자면?
ㄴ 전 세계의 연극의 흐름은 한마디로 '연극주의'다. 연극을 찾는 관객에게 연극이 아니면 표현이 안 되는구나 생각이 들게끔 해야 한다. 연극은 영화나, TV에서 할 수 없는 것이 나와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연극을 볼 때 완전히 연극적인 것이 나와야 한다. 무용도 마찬가지다. 무용수들의 움직임을 즐기고 싶은데, 어설프게 대사를 한다거나, 영상이 들어온다거나 그런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연극은 그 공간에서 연극을 정말 만끽하게 하는 흐름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뮤지컬이라고 한다면 정말 노래를 눈감고 들어도 몸에 소름 끼치게 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전에 브로드웨이에 캣츠에 메모리를 듣는데 소름이 돋았다. 리차트 버튼이 에쿠스에서 다이스하트라는 의사역로 나와 몇 마디의 대사만으로 소름 돋게 하는 것과 같이 연극은 생생함에서 나오는 같이 공유하는 체험의 스파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트나, 의상에만 집중을 시키고, 홍보비가 제작비만큼 들어가는 외적인 부분에 치중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결국, 관객의 문제다. 외국은 어릴 때부터 훈련되어있어서 연출자에 대한 신뢰가 쌓여있게 되는데, 우리는 아직 그런 게 아니기에 군중심리에 따라가는 단계라 앞으로는 변화되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하고 연극인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공연 10분 전에 무엇을 하는가?
ㄴ 10분 전에 화장실에 가서 비우고 시작한다. 공연 도중에 전혀 신경 쓰이지 않게 한다. 그리고 연극의 처음부터 끝까지 극에 대한 필름이 머릿속에서 쭉 돌아가며 집중하는 날은 연극이 잘된다. 혼자 호흡도 가다듬고 정신도 집중시키고 무대에 나간다. 많이 없어지고 있지만, 공연 직전까지 분장실에 관객들이 찾아오는 현상은 없었으면 좋겠다.

배우에게 가장 중요한 훈련이 있다면?
ㄴ 제일 중요한 훈련은 스피릿추얼한 트레이닝이라고 생각한다. 자기가 하는 것에 대해서 사랑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마인드와 열정이 필요하다.

옛 이야기를 하나 하자면, 티베트에 어머니와 아들이 살았는데, 어머니가 독실한 불교 신자였다. 싯다르타가 태어난 장소에 성지순례 하고 싶은데 몸이 연로해 아들에게 부탁한다. 어머니가 아들에게 돌아오는 길에 부처가 된 사람의 뼈 한 조각이라도 가져와 달라고 한다. 아들은 인도로 가서 진탕 놀다가 집에 오는 길에 닭집에 가서 닭 뼈를 가져다가 준다. 어느 날 아들이 보는데 부처의 뼈라고 속인 닭 뼈 앞에서 어머니가 공양을 드리고 있다. 그런데 그 닭 뼈에서 빛이 번쩍번쩍 나는 것을 본다는 이야기다.

이 이야기를 하면서 만약 배우가 어떤 작은 역할을 하더라도 이렇게 빛이 나야 한다고 말을 한다. 연기자가 가지고 있는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하고 그 다음에 테크닉이라고 생각한다.

그로토프스키에게 들은 말인데, 배우의 심장 안에는 촛불이 하나 있는데, 촛불에 불이 활활 탈 때도 있지만 꺼질 때도 있다고 한다. 배우가 잘나가면 진짜 잘 나가지만, 어느 때는 진짜 못 나간다. 알파치노도 8년 동안 배우로서 일이 없었지만, 결국 그 촛불을 지켜 냈다.

배우들도 심장에 있는 촛불을 지켜내야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대학졸업이 마라톤의 출발선이라고 한다면 나와 같이 졸업한 사람 가운데 지금도 연극을 하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 나는 아직도 내 가슴속에 촛불이 꺼지길 바라는데 아직도 뜨겁다. 만약 연기의 길을 걷고자 한다면 촛불이 꺼지지 않게 하길 바란다.

나에게 연극이란?
ㄴ 나의 일부분이다. 내 생활의 전부다. 나는 깨어나서 잠들면서까지 연극 생각을 한다. 옛날에 작품을 할 때 대사가 기억 안 나는 악몽을 꾸지만 그렇게 살고 있다. 아내가 어느 날 물어보는데 "자기는 내가 첫 번째야? 연극이 첫 번째야?" 라고 묻는데 나는 둘 다 첫 번째라고 말한다. 나는 늘 상 연극 속에서 살고 있다. 종교적으로 말하면 연극은 하나의 허상일 수 있지만, 허상과 실상의 차이는 없다고 생각하고 죽을 때까지 이 허상 같은 연극 속에서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말?
ㄴ 무슨 일을 하든 힘든 것은 마찬가지다. 그럼 가장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하고, 선택했다면 물질적으로 도움이 될 때도 있고, 안될 때도 있다. 인생의 여정을 가는데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열과 성을 다해서 할 때 족적이 남는 것이고 죽을 때 후회 없는 삶을 살 것 같다.

   
 

[글] 문화뉴스 박리디아 (Lydia Park)_본지 부사장 golydia@mhns.co.kr
[정리·사진] 문화뉴스 신일섭 기자 invuni1u@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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