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부산행은 주목받는가.

   
 
[문화뉴스] 세 가지 관전 포인트 : 비주얼, 캐릭터, 사회. 
 
'부산행'은 개봉 전부터 국내외적으로 주목을 받아왔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442km. '부산행'은 개봉 이후 어디까지 갈 것인가. 먼저 '부산행'은 제69회 칸 국제 영화제가 열리던 지난 5월 공식 섹션 비경쟁 부문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월드 프리미어를 통해 세계 최초로 공개되었다. 특히 티에리 프레모 칸 국제 영화제 집행위원장은 '부산행' 시사 후, "역대 칸 국제 영화제 최고의 미드나잇 스크리닝!"이라며 영화에 찬사를 보내왔다.
 
영화제를 통해 영화 내적인 질을 보장받은 '부산행'은 화려한 배우진으로 국내에서 한 번 더 주목을 받았다. 공유, 정유미, 마동석, 최우식, 안소희, 김의성, 김수안이 그 화제의 주인공이다. 이들은 영화 속에서 화려한 스타이기 이전에 연기파 배우로 본인들의 캐릭터를 확실하게 보여준다.
 
오는 20일 개봉을 앞둔 부산행은 15일부터 17일까지 사실상 개봉에 가까운 대규모 유료 시사회를 진행하면서 변칙 개봉이 아니냐는 작은 영화들의 불만을 듣기도 했다. 그러나 '부산행' 관계자들은 이를 통해 개봉 이전부터 영화에 대한 일반 대중들의 인지도와 관심을 높이는 동시에 영화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주었다.
 
영화의 관전포인트를 세가지로 나눠보았다. 비주얼, 캐릭터, 사회.
 
   
 
1. 비주얼
'부산행' 이전에 '서울역'이 있었다. 애니메이션 업계에서 괴물 신인으로 불리는 연상호 감독은 사실 부산행이 첫 번째 실사 영화다. 그는 이전에 의문의 바이러스가 시작된 서울역을 배경으로, 아수라장이 된 대재난 속에서 오직 생존을 위해 사투를 벌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애니메이션 '서울역'을 만들어냈다. 일종의 프리퀄이다. 특히 '서울역'에서 딸 목소리를 담당한 배우 심은경은 '부산행'에 특별 출연한 바 있다. 잘 찾아보시라. 그리고 애니메이션 '서울역'은 오는 8월 개봉할 예정이다.
 
   
 
또한, 감독은 애니메이션 출신답게 실사 영화마저 한 컷 한 컷 섬세하게 그려냈다. 부산행 열차를 그려낸 현실감, 캐릭터들의 움직임, 좀비들의 액션, 미장센, 영화의 속도감이 영화의 재미를 더했다. 특히 영화 속 주요 공간인 열차는 제작진들이 만든 것으로 전해지는데, 미술감독과 미술팀원들이 이를 위해 KTX를 타고 서울과 부산을 수십 번 왕복했다는 후문이 있다.
 
   
 
2. 캐릭터
화려한 배우 진들 이전에 다양한 캐릭터가 있다. 시나리오의 대가 로버트 맥기는 영화 속 인물의 성격 묘사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진정한 성격은 인간이 어떤 압력에 직면해서 행하게 되는 선택을 통해 밝혀진다. 그 압력이 크면 클수록 성격은 더 깊숙이까지 드러나게 되며, 성격의 핵심적인 본성으로부터 행해지는 선택은 좀 더 진실성을 띈다."
 
'부산행'에서 주요 갈등은 햄릿처럼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와 같다. 그러나 이때 사는지 죽는지는 본인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의 강한 압력 속에서 생존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 다른 열차에서 좀비가 호시탐탐 인간을 물어 죽이려고 하고 있으며, 정부에서는 열차에 탄 사람이 감염되었을까 봐 이들을 적극적으로 지켜주지 않는다. 인물들은 서울에서 부산까지 스스로 살아가기 위해 치열한 사투를 벌이게 된다.
 
   
 
그러나 인물들은 개인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아빠와 딸, 임신한 아내와 남편, 풋풋한 고등학생 남녀, 그리고 이들의 연대. 삶과 죽음에 관한 가장 기본적인 갈등은 보편성과 공감을 가진다. 그리고 이들을 무조건 위협하는 좀비와 이들을 지켜주지 못하는 사회는 그 갈등을 심화시킨다. 
 
아빠 '석우' 역으로 참여한 공유는 "열차 속 사람들이 살기 위해, 누군가를 내쳐야 하고 누군가를 지켜야 하는 그런 모든 감정이 생생하게 느껴졌기에 이 작품을 당연히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한정된 공간과 강한 압력이 작용하는 상황에서 인물들은 자신의 본성을 드러낸다. 특이점은 여러 인물이 가진 각자의 고민과 본성을 섬세하게 잘 그려냈다는 것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인물까지도. 
 
전대미문의 재난이 대한민국을 덮친다. 좀비가 위협하는 부산행에 탑승한 당신, 당신이라면 어떤 본성을 드러낼 것인가.
 
   
 
3. 인간 사회.
이 영화를 본 후, 두 영화가 떠올랐다. 하나는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이고, 다른 하나는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칠드런 오브 맨'이다. 대부분 영화가 그렇지만, 영화 속에서 상정하는 공간은 인간 사회의 축소판이라고 말할 수 있다. 특히 '부산행'과 '설국열차'는 이를 열차로 설정했다.
 
기차는 일차적으로 우리를 원하는 도착지까지 데려다주는 교통수단의 역할을 한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현재 우리에게 당연한 교통 수단은 과거에 인간 문명의 혁신이었다. 증기기관차는 19세기를 상징하는 인공물로 영국 산업혁명의 대미를 장식했다.
 
   
 
그래서 기차는 근현대 인간 문명사회를 상징한다. '부산행'과 '설국열차'에서 공통으로 기차 바깥세상은 더는 살기 어렵다. 디스토피아적이다. 기차가 도착한 부산과 '설국열차' 속 설원은 살아갈 가능성을 남긴다. 이들이 바라보는 우리 사회는 기차가 세상을 땅과 하늘로 이등분 하듯 나누어져 있다. 그리고 열차는 꼬리 칸, 머리 칸 혹은 일등석(First Class)으로 철저히 계층화, 계급화되어 있다.
 
가진 자는 자신이 가진 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정보를 얻고, 이 정보는 생사에 영향을 줄 만큼 핵심적이지만, 정보력을 가진 그 사람만 누릴 수 있다. 이미 인간사회는 누군가의 이해관계에 따라 창궐한 바이러스가 역으로 사회를 위협하고 있고, 사실 좀비와 바이러스는 우리 인간 사회 자체에 존재하는 다른 것으로 상징해서 보아도 무방하겠다. 돈? 권력? 정보? 등등. 우리가 탐욕하는 어떤 것.
 
인간성을 잃은 좀비는 인간 문명사회에서 동물적인 욕망에 충실한 채 살아가는 우리같기도 하다.
 
그리고 2014년 4월 16일 이후, 우리는 국가적 재난에 어떤 사건을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설국열차'는 아예 무정부 상태였고, '부산행'은 한국 정부다. 영화는 현실을 반영하는 거울이라고 했던가. 지독하게 비슷하고 무능해서 쓰라렸다.
 
   
 
'칠드런 오브 맨'은 반목과 불화 속에서 모든 인류가 불임인 디스토피아적 상황이 설정된다. 하지만 임신을 한 흑인 여성이 있다. 주인공들은 이 여성이 아이를 출산하고, 미래 호(Tomorrow)를 타도록 돕는다. '부산행'도 디스토피아적인 도시와 기차를 벗어나서 안전하다는 부산으로 가는 것이 영화 속 목적이다. 그러나 모두가 살아남을 것인가?
 
영화와 드라마를 많이 봐온 우리는 그렇지 않으리라는 것을 벌써 예감한다. 그럼 누가 생존할 것인가? 감독과 작가는 누가 생존하고, 누가 언제 누구를 위해 희생하며 죽을지 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다. 매번 어떠한 의미를 남기면서 죽고, 생존하고 할 테니. 영화 속 생존자도 '칠드런 오브 맨'처럼 인류의 내일을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이다.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사회를 물려줄 것인가? 어떤 미래를 가져올 것인가? 감독은 이를 우리의 몫으로 남겨둔다.
 
   
 
칸 국제 영화제 집행위원장 티에리 프레모는 "연상호 감독의 차기작은 경쟁 부문에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앞으로 그의 행보를 기대해본다. 
 
[글] 문화뉴스 김진영 기자 cindy@mhns.co.kr
[사진] 호호호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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