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신가영 단독공연 '언젠가 설명이 필요한 여름밤'

[문화뉴스]

 

   
 

인공위성은 날씨를 예측하거나 행성을 관찰하기 위해 우주로 쏘아진 금속물체로, 보통 지구의 주위를 끊임없이 맴돈다. 안녕하신가영은 인공위성을 봄과 여름의 사이로 노래했다. 따스한 봄날 속 뜨거운 여름 같은 사랑, 그때를 회상하는 모습이 마치 지구 곁을 떠나지 못하는 인공위성 같다고 했다. 인공위성이 광활한 우주를 계속해서 맴도는 장면은 강렬한 첫사랑처럼 뜨거우면서도, 서러울 정도로 시리고 차갑다. 인공위성이 어지럽게 맴돌듯 어찌할 수 없이 감정이 넘쳐흐를 때, 이 감정을 설명해줄 누군가가 필요할 때, 안녕하신가영의 노래는 담담한 위로를 건네며 주체할 수 없는 마음을 감싸안아준다.

안녕하신가영의 단독공연 '언젠가 설명이 필요한 여름밤'은 잔잔하고 따스한 음악을 통해 여름의 무더위를 식혀주는 공연으로, 작년부터 여름 시리즈로 진행되고 있다. 이번 공연은 지난 3일 마포아트센터 아트홀맥에서 진행됐다. 여름밤이라는 컨셉답게 공연 전에는 파도무늬가 새겨진 안녕하신가영 부채가 증정됐다.

 

   
 

공연은 단편집의 첫 곡 '겨울에서 봄'으로 문을 열었다. 다음으로 '그릇', '숨비소리', '무표정'과 같이 차분하면서도 깊게 마음을 두드리는 곡들이 이어졌다. 하지만 '가끔 네 생각이 나는 걸', '10분이 늦어 이별하는 세상' 같이 밝은 곡들과 안녕하신가영의 재치 있는 멘트는 노래에 깊이 빠져들어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풀어줬다.

특히 관객들에게 주어진 팔찌가 따뜻하면서도 신나는 분위기에 제 역할을 톡톡히 했다. 분홍, 청록, 연보라 등 여러 가지 빛깔로 변하는 LED 팔찌는 무대의 조명에 맞게 색이 변하거나 깜빡였다. 이 귀여운 조명은 잔잔한 곡에서 곡의 여운을 더해주고, 신나는 곡에서 관객들의 호응을 유도했다. 조명의 강렬한 빛 덕분에, 관객들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도 공연에 참여하며 함께 공연을 만들어갈 수 있었다.

 

   
 

한편, 객석의 구역에 맞춰 조명의 색이 나눠져서 관객들은 각각 수성, 금성, 목성 등의 행성의 역할을 맡았다. 그중에서도 특별히 뽑힌 몇 개의 행성, 즉 관객들은 '솜과 사탕'이라는 곡에서 무대와 객석을 자유롭게 오가며 공연의 모습을 담기도 했다. 다른 관객들 역시 사진을 찍으며 공연의 추억을 더욱 깊이 새겼다. 안녕하신가영의 공연은 촬영을 금지하면서도 모두가 촬영할 수 있는 몇 개의 곡들을 배치해, 모든 관객들의 요구사항을 만족시켰다.

 

   
 

깜짝 선물과 같은 노래들 또한 돋보였다. 백가영이 예전 반반프로젝트로 활동하면서 발표한 '아이스커피', '외로움에 대한 노래'는 실제 곡에 함께한 힙합그룹 택시타라임즈가 함께해 반가움을 더했다. 또한 '우리는 남보다도 못한 사이가 되기 위해서'는 일렉기타 솔로가 돋보이는 버전으로, '네가 좋아'는 소풍가는 듯한 인상을 주는 재즈풍으로 편곡되어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했다.

공연의 후반부는 '좋아하는 마음', '순간의 순간'과 같은 안녕하신가영 앨범의 타이틀곡들이 장식했다. 앵콜 때는 미리 가사가 준비된 '언젠가 설명이 필요한 밤'은 물론, 모든 세션들과 함께한 '오늘 또 굿바이'까지 떼창을 하며 모두가 하나 되는 순간이 펼쳐지기도 했다. 공연이 끝난 후에는 안녕하신가영이 그간 발표한 노래들의 일부 구절을 직접 쓴 사인 엽서가 증정되어, 공연의 여운을 더했다.

 

   
 

안녕하신가영의 공연은 그녀의 노래만큼이나 세심하다. 포스터에서부터 셋리스트 구성, 공연 컨셉, 마지막 깜짝 선물까지 공연의 모든 요소가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물 흐르듯 다음 곡으로 넘어가는 멘트 역시 마찬가지다. 그녀의 공연은 관객들을 위해 정성스럽게 준비한 잘 포장된 선물과 같다.

한편, 그녀는 공연에서 책을 발간할 계획을 전했다. 이전 '네가 좋아', '문제없는 사이'와 같은 곡들이 쉽게 지나칠 수 있는 감정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방식으로 풀어냈다면, 최근 '겨울에서 봄', '인공위성' 등의 단편집에서는 보다 시적인 상상력이 눈에 띄기 때문일 것이다. 여러 감정의 결을 그녀 특유의 방식으로, 점점 더 다양하게 풀어내고 있는 안녕하신가영의 다음 공연이 더욱 기대된다.

 

[글] 문화뉴스 김소이 기자 lemipasolla@mhns.co.kr
[사진] 안녕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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