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n a song save your life? Yes, Yes, Yes!

[문화뉴스] 아침 출근 길 지하철에서는 늘 음악을 듣는다. 책을 읽건 잠시 눈을 붙이고 단잠에 빠지든 음악은 출근 길에 없어서는 안 되는 하나의 요소가 되었다. 마치 영화에 BGM이 깔리듯 나의 출근길에는 늘 BGM이 있고, 그 BGM은 그저 BGM일 뿐 주목할만한 요소는 아니다. 그런데 나의 출근길에 주인공이 되어버린 음악이 있다. 바로 영화 '비긴 어게인 OST'이다.

'비긴 어게인'이야 지금 흥행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원스'의 감독 '존 카니'의 작품으로 '비긴 어게인'은 그 시작부터 '원스'와 비교당했다. '원스'의 내용이 더 가슴 먹먹하고, 집중되는 부분은 있지만, '비긴 어게인'은 '원스'의 대중판(?)이라고 할까? 무언가 '원스'에 비해 가볍지만, 그래서 더 대중적이고 이해하기 쉽고, 공감하기 쉽다는 느낌이 든다.

   
 

혹자는 '원스'의 플롯을 그대로 옮겨와 더 가볍게 터치했다는 이유로 그리고 음악도 '원스'가 더 낫다는 이유로 '비긴 어게인'을 별로라고도 평하지만, '비긴 어게인'이 대중성이 있고, 대중이 조금 더 이해하기 쉽다는 측면에서 나는 '비긴 어게인'에도 나름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출근 길 '비긴 어게인' OST를 듣는 순간, 이 영화가 '원스' 못지 않은 치유력이 있음을 깨달았고, 그래서 OST만 온전히 접한 이후에야 이 영화를 다시 평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비긴 어게인'의 OST는 주요 곡들이 여러 버전으로 담겨있다. OST의 매력은 음악을 들으면서 다시 한 번 영화를 회상할 수 있다는 것. '비긴 어게인'은 음악이 영화의 주요 요소였기 때문에 OST를 통한 영화의 감동 다시 느끼기는 아주 훌륭하게 이루어진다. 지하철 출근길 억지로 잠을 청한 감은 눈에서 눈물이 나는 것은… 매우 부끄러운 일이었지만, 음악을 통해 영화를 다시 기억해 내고, 또 그 음악으로 치유 받고 있다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데이브(애덤 리바인)과 그레타(키이라 나이틀리)에게 이별을 전하는 방법은 조금 독특했다. 자신의 곡을 그레타에게 들려주던 그 순간, 노래의 몇 소절을 듣자마나 그레타도 그랬지만, 나도 데이브의 심경의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마음의 흐름을 어쩔 수 없었던 데이브도 안타까웠고, 음악을 통한 이별의 통보가 너무나도 잔인했고, 너무나도 아름다운 가사와 멜로디의 주인공이 자신이 아님을 깨달아야 했던 그레타의 비참함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a higher place'가 너무나도 슬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데이브와 그레타를 끊임없이 연결해주는 'Lost stars'는 데이브가 부를 때도 그레타가 부를 때도 상황에 따른 감정들을 너무나도 절절하게 표현하고 있다. 그레타가 데이브에게 곡을 선물할 때에는 너무나도 달콤했고, 데이브가 그레타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부를 때에는 너무나도 애절했으며, 음악과 가사 자체로는 공감할 부분이 너무나도 많은 음악이었다.

그레타가 데이브에게 명확한 이별을 통보하는, 혹은 데이브에게 자신의 미련을 다 쏟아내는 'Like a fool'은 그레타의 덤덤한 목소리가 오히려 슬펐다. 혼자가 되어버린, 그리고 여전히 데이브를 사랑하는, 그리고 데이브에 대한 사랑이 진실이었음을 토로하는 그레타의 노래에서 그녀가 사랑과 진실함의 소중함을 아는 여자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혼자가 되어가는 시간 속에서 그녀가 느꼈을 초라함과 배신감, 그러나 이제는 어쩔 수 없다는 것을 덤덤하게 표현해내는 그레타의 노래에서 나는 그레타와 함께 슬퍼했고, 음악을 들으며 과거의 누군가에게 이 노래를 불러주고 있었다.

그레타가 댄(마크 러팔로)과 만나 거리에서 녹음했던 'The roof is broke', 'Tell me if you wanna go home', 'Coming up roses'등 도 음악과 함께 가족을 다시 만나게 되는 댄의 모습, 바이올렛(댄의 딸)의 음악적 재능을 발견하게 되는 모습, 거리의 모든 소리와 사람들을 음악과 조화시키는 모습 등 영화 속 장면들이 떠올라 웃음 짓게 한다.

영화의 구성은 지극히도 전형적이다. 영화가 대중적이라는 것은 전형적이라는 뜻도 포함되어 있다. 이 영화는 사실 '원스'에 비하여 매우 전형적인 영화이기 때문에 영화의 스토리를 쉽게 예상할 수 있고, 영화는 예상처럼 뻔한 스토리로 흘러간다. 감독 존 카니는 아마도 주인공들을 현실적인 사랑으로 엮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감독 같다.

'원스'에서도 그랬듯이 '비긴 어게인'에서도 댄)과 그레타가 사랑에는 빠졌을지 모르지만 그래도 서로 사랑을 확인하고 함께하지 않는다는 것에서 전형성을 살짝 비켜갔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사실 댄은 가족에게 돌아가지만, 그레타와 데이브의 결합에 대해서는 열린 결말로 끝을 낼 것이라는 것조차 예상이 가능했던 스토리라 영화 전반의 전형성은 부인할 수가 없다. 이 전형성 때문에 '비긴 어게인'은 혹평의 요소를 분명히 지니고는 있다. 다만, 전형적인 덕에 영화의 스토리보다는 음악에 집중할 수 있게 해주었다는 것에 점수를 주고 싶다.

그리고 혹평을 받는 것에 비해 음악을 통해 관객들이 영화를 재구성하고, 음악만으로 영화를 다시 떠올릴 수 있다는 측면에서 '비긴 어게인'은 음악영화로서 그 역할을 훌륭하게 해 내는 것 같다. 그리고 영화의 전형성을 통한 공감에서 벗어나 OST만으로 대중들의 감성과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측면에서 분명 치유력을 지닌 영화이자 OST라고 평하고 싶다.

혹평에도 불구하고, 오랜 기간 동안 흥행(국내에서만 200만을 넘었다)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 분명 대중들에게 그 매력을 어필하고 있는 듯하다. 가을이 시작되는 9월, 통해 '비긴 어게인'의 개봉 전 영화명인 'Can a song save your life?'처럼 많은 사람이 '비긴 어게인'의 이야기와 음악으로 치유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글] 아띠에떠 해랑 artietor@mhns.co.kr

대중문화칼럼 팀블로그 [제로]의 필자. 서울대에서 소비자정보유통을 연구하고 현재 '운동을 좋아하는 연기자 지망생의 여의도 입성기'를 새로이 쓰고 있다. 언제 또 다른 종목으로 여의도에 입성하게 될는지. 여전히 나의 미래가 궁금한 인간. 나는 '꿈을 현실로 만드는 여자, 말 하는 대로 이루어지는 여자'.* 아띠에터는 문화뉴스 칼럼니스트 그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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