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인생의 질문과 프레임에 대하여

[문화뉴스 MHN 아띠에터 DJ래피] 지난 명절 때의 일이다. 늘 그렇듯이 오랜만에 친구, 선배등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그리고 몇 개의 공통된 질문이 있었다.

"결혼은 언제 할 거니?", "평생 애 안 낳고 살 거야?"

그나마 이제는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고 판단되어선지 내가 하는 일에 대해선 별 말이없다. 어쨌든 고마운 질문이다. 그들이 나를 생각하고 걱정해 줌은 태생적으로 외로울 수밖에 없는 인간의 삶에서 큰 힘이 되어 준다.

 

나는 실수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

그간 숱한 언쟁을 하며 깨우친 바는 '결코 상대방은 변하지 않는다'다.

인간은 고문을 못 이겨 허위 진술은 할 수 있을지언정, 머릿속 깊숙이 자리한 본질적인 생각은 쉽게 바뀌지 않는 존재다. 그걸 억지로 바꾸려 하다 보니 어찌 싸움이 나지 않을 수가 있으리. 이제는 누구를 만나든 그러려니 하고 넘긴다. 그 사람을 무시하는 게 아니라 타인을, 타인이 가진 생각을 인정하고 배려하는 데 익숙해져 간다고 표현하는 게 맞겠다.

가진 것에 대한 칭찬이 아닌 갖지 못한 것에 대한 질타, 곧 천편일률적 교육을 받은 우리는 '다름'을 인정하는 데 익숙하지 못하다.

이런 환경에서는 보편적인 누군가와 다른 내 모습에 '괴짜'라는 꼬리표가 달린다.

생김새도 다르고 생각도 다르고 삶의 지향점도 다른데 똑같이 살아야 옳다고들 한다. 다른 사람은 어떤 차를 타는지, 얼마나 큰 집에 사는지 끊임없이 눈치를 보고 뒤돌아 본다. '다르다'와 '틀리다'는 다르다. 다른 건 Different고 틀린 건 Wrong이다.

내 생각이 다른 것이지 내 생각이 틀린 것은 아니다. 말부터 제대로 해야한다. 말이 사고를 지배하고 말이 인생을 지배한다. 저 표현들을 계속 틀리는 과정에서 어느 틈에 '나와 다른 건 틀리다'라고 생각하기 쉽다.

몇 년 전부터 친한 친구들 몇 명이서 저 표현을 틀릴 때마다 벌금 내기를 했었는데, 이제는 아무도 틀리지 않는다. 두 표현을 완벽하게 구분할 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그들의 생각도 조금씩 변화하는 느낌이 들었음은 물론이다.

20대를 넘어서면 우리는 결혼이라는 프레임을 접하게 된다.

그 다음으로는 자연스럽게 임신과 출산의 프레임으로 넘어간다. 그 다음 30, 40대 남자라면 회사에서 과장 또는 그 이상이 되어 있어야 하고, 부인과 아이들 한두 명쯤이 있는 집안의 가장이어야 하는 프레임이 등장한다.

 

만약 그런 프레임들로부터 조금이라도 벗어나 있다면 호기심 내지 걱정에 찬 시선을 받게 된다.

모두들 일정한 틀을 만들고 그 틀의 형태에 자신을 맞추며 살아가는데, 나같은 사람은 이상한 사람이 된다. 틀 속에 산다는 것은 안정감을 느낄수도 있겠지만, 반대로 틀 밖의 세상을 경험하지 못한다는 말도 된다. 그래서 그만큼의 다양성을 빼앗긴다는 말도 된다. 가끔은 틀을 벗어난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인생에 정답이란 없다. 모든 선택에는 정답과 오답이 공존한다.

선택한 다음에 그걸 정답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이 있을 뿐이다. 모든 인생은 모두 하나의 소설이다. 모든 인생은 다 각자의 스토리텔링이 있고, 모두 한 편의 영화며, 한 곡의 노래다. 전 세계에는 70억의 완전히 다른 사람들이 살고 있다.

[글] 문화뉴스 아티스트 에디터(ART'ietor) DJ래피. 글 쓰는 DJ입니다. 두보는 "남자는 자고로 태어나서 다섯 수레의 책을 읽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인문학은 '인간을 위한 학문'이며 문사철을 넘어 예술, 건축, 자연과학 분야까지 포함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며 끊임없이 읽고 쓰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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