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 '사진 속에 담긴 비밀'

 

[문화뉴스 MHN 아띠에터 DJ래피] 많은 사진 중에 유독 오래 봐도 질리지 않는 사진이 있다. 

사람들의 주목을 받거나 작품성이 뛰어난 사진이 아니라 내 마음을 '톡' 건드려주는 사진, 내가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추억을 생각하게 하는 사진이 바로 그렇다. 

이것은 사진에서 'Punctum'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Punctum은 롤랑 바르트가 사용한 표현인데, 바늘로 피부를 찌르면 아프듯이 사진 속 어느 대상이 내 마음을 톡 건드려 기억이나 추억을 떠오르게 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시공간은 끝이 없다. 사진을 찍는 것은 시공간의 한자락을 잘라 담는 행위이자 2차원의 평면 이미지로 만드는 행위다. 좋은 사진은 현실을 자신의 시각으로 재구성한 사진이다. 

조셉 곰브리치의 말처럼 우리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만을 인식할 뿐이다. 즉 알고 있거나 공통된 경험을 가진 사람에게만 그 의미가 제대로 전달되고 이해할 수 있다는 말이다. 

사진을 뜻하는 '포토그래피'는 영국의 과학자 허셜이 처음 언급했다.

라틴어의 '빛'을 의미하는 '포스 (phos)'와 '그린다'는 뜻을 가진 '그라포스 (graphos)'의 합성어다.

그러니 사진은 '빛으로 그리는 그림'인 셈이다. 2차원의 평면인 사진에 표현된 공간은 실제로는 환영에 불과한 가상공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근의 차이가 표현해주는 입체감으로 3차원의 공간으로 인식한다. 

사진은 시간의 죽음이다. 스티븐 쇼는 "시간의 흐름이 사진에 의해 끊길 때, 새로운 하나의 의미, 즉 사진적 의미가 생긴다"고 했다.

셔터를 누르는 행위는 끊임없이 흐르는 시간의 한자락을 잘라 담는 셈이다. 즉 셔터를 누르면 주어진 시간 동안 빛이 들어온다. 빛은 이미지센서에 닿아 전기적인 신호로 바뀌고 이미지로 바뀐다. 시간은 영원히 동결되어 사진에 남는 것이다.

 

셔터막은 시간을 받아들이는 시간의 문이요, 셔터속도는 시간의 통로인 셈이다. 무한히 흐르는 시간의 한자락을 끊어 담았기에 사진 속 시간은 정지되어 영원한 과거로 남는다.

우리는 어떤 일이 끝나지 않았을 때나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을 때, 끝날 때까지 마음이 편치 않다.

종결되지 못한 관심이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자이가닉 효과다. 우리의 삶에서 해결되지 않은 문제나 근심은 마음에서 오랫동안 사라지지 않는다.

사진에서도 이 자이가닉 효과를 활용할 수 있다. 사진에 모호함, 혼란, 비밀스러움, 초현실, 추상 등의 요소가 있으면 시각적 수수께끼로 남는다.

이 때문에 사진을 보는 사람은 궁금증이 일고, 그 실체를 알기 위해 사진을 오랫동안 들여다보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글] 문화뉴스 아티스트 에디터 DJ 래피. 글 쓰는 DJ 래피입니다. 두보는 "남자는 자고로 태어나서 다섯 수레의 책을 읽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인문학은 '인간을 위한 학문'이며 문사철을 넘어 예술, 건축, 자연과학 분야까지 포함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며 끊임없이 읽고 쓰는 사람입니다

주요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