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클래식', 즉 고전은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고 그 가치를 인정받는 작품에게 붙이는 수식어다. 매해 많은 작품들이 만들어지고, 또 그 생명을 다하는 대학로에서 어느덧 9년 째 계속해 관객과 만나고 있는 뮤지컬 '쓰릴 미' 또한 그런 '클래식'이라 해도 좋지 않을까.

뮤지컬 '쓰릴 미'는 미국 전역을 충격에 빠트린 전대미문의 유괴 살인사건 실화를 모티브로 한 작품으로 단 한대의 피아노와 함께 펼쳐지는 남자 배우 2인의 무대가 상징적인 공연이다. '나'와 '그'가 벌이는 심리게임을 방불케 하는 명확한 갈등 구조가 돋보이는 '쓰릴 미'는 2007년 초연 후 해마다 높은 관심을 받아왔다.

'스타 배우 양성소'란 이름에 걸맞게 류정한, 김우형, 김무열, 지창욱, 강하늘, 오종혁 등의 배우들이 거쳐왔던 '쓰릴 미'는 2016년에도 탄탄한 배우들과 함께한다.

14년 '나'에서 '그'로 돌아온 정동화를 비롯해 군 전역 후 복귀하는 강동호와 임병근, 정욱진이 함께하며 새로운 신예 강영석과 이상이가 더해져 관객의 기대감을 높였다.

   
 ▲ 박지혜 연출.

이번 작품 연출의 포인트가 궁금하다.

ㄴ 박지혜 연출: 배우가 바뀌었기에 제가 동일하게 가져가도 14년과 똑같진 않다. 이번에 중점을 둔건 나와 그의 관계에 집중했다. 로스쿨에 가는 천재들이 어쩌다가 살인까지 하게 됐는지 인물에 집중하려 했다.

2014년엔 '나' 역이었고 이번엔 '그' 다. 부담감은 없는지.

ㄴ 정동화: 당연히 있다. 두 역을 다 해본 경우가 제가 네 번째인데 앞선 선배들의 명성에 먹칠하지 않기 위해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나름 생각해본 것은 연출님의 이야기대로 두 인물의 관계에 초점을 뒀다. 친구같이 편안한 둘의 관계를 보여주려 했고 회차가 아직 많이 남았으니 관심 부탁한다.

   
 ▲ 정욱진(좌), 정동화(우) 배우.

2014년에 이어 이번에도 함께 하게 됐는 데 차이점이 있다면.

ㄴ 정욱진: 2016년 대본 처음 받아보고 '여전히 이 작품은 주인에게 버림받은 한 강아지의 이야기 같다' 고 느꼈다. 강아지가 주인만 보듯 '나'는 정말 '그'만 본다. '그'에게는 산책할 때 데리고 다니는 강아지 같은 느낌. 올해에 달라진 점이 있다면 어떤 주인(그)을 만나느냐에 따라 강아지 종류가 달라지는 것 같다. 임병근 배우와 할 때는 웰시코기 같고 강동호 배우와는 슈나우저. 정동화 배우와는 도베르만이나 쉐퍼트 같은 경비견 느낌으로, 언제든 바뀔 수 있지만 이런 느낌의 이미지메이킹을 하고 있다. (임병근: 주인은 잘 만났는지) 이렇게 일 년 만에 만났잖아요. 주인(그)을.

ㄴ 임병근: 네. 감사합니다(웃음). 이번에 크게 달라진 것은 저를 제외하고 배우들 연령대가 어려졌다. 그래서 새로운 기운을 받은 것 같다. 이상이, 강영석 배우는 이번에 처음 참여한 거라 새로운 표현법이 있어서 연습하며 그런 부분을 받아들인 게 차이점이 아닐까 싶다.

   
 

군 전역 후 처음 선택한 작품인데 이유가 뭔지.

ㄴ 강동호: 작년 12월 17일에 전역했다. 1년 9개월간 연기가 정말 하고 싶었다. 08년에 했을 땐 열심히 했지만 아쉬움이 있었고 '다음에 다시 하고 싶다'는 맘을 가진 작품이었다. 다행히 이번에 시기가 맞았고 군 생활 간 쌓인 열정을 원 없이 풀 수 있는 작품인 것 같아 했는데 잘 선택한 것 같다. 재밌고 즐겁게 하고 있다.

본인만이 가진 '나' 역의 매력이 있다면.

ㄴ 강영석: 어려운 질문이다. 저는 약간 성깔 있는 '나' 이지 않을까 싶다. (침묵) (강동호: 아까 연습할 때 잘생김이라고 했다) 그건 농담이었다. (이걸로 기사 나갈 것 같다고 하자) 안된다(웃음).

ㄴ 이상이: 표현 자체는 순하고 부드러울 수 있겠지만, 논리적으로는 굉장히 뚜렷하고 두뇌회전이 빠르고 자신만이 생각한 논리로 살아가는 '나' 라고 생각한다.

   
 ▲ 이상이(좌), 강동호(우) 배우.

08년에 어떤 구체적 아쉬움이 있었고 지금은 변화된 점이 무엇인가.

ㄴ 강동호: 꽤 옛날이다. 20대 초중반일 때였다. 그때는 열정이 많고 연습도 열심히 했지만 '그' 라는 캐릭터가 '나'를 주도적으로 리더한다. 그 과정에서 '그' 만의 여유로움도 있어야 하는데 열정과 힘이 앞섰던 것 같다. 지금은 30대가 됐고 스스로 느끼기엔 그런 부분이 해결이 어느 정도 된 것 같다. 보시는 분들이 어떻게 생각할지는 모르겠다.

   
 

내년에 대한 계획과 그간의 성과가 있다면.

ㄴ 박지혜 연출: 10주년이란 정보 외엔 알고 있는 게 없다. 많은 훌륭한 선배 연출들이 거쳐 가셨던 작품이고 저도 '이번 연출이 마지막일 수 있겠다'란 생각에 제가 가진 모든 걸 배우들에게 투영시키려 노력했다. 꾸준히 공연된 작품이고 '나' 와 '그' 라는 확실한 캐릭터가 있다고 해서 붕어빵에 찍어내듯 배우들을 찍어내긴 싫었다. 그래서 강영석 배우를 많이 괴롭혔다. 강영석 배우가 유일하게 세 명의 '그' 를 다 만나기 때문이다. 성과라는 표현은 제가 할 게 아닌 것 같다. 관객이 앞으로도 지속적인 관심을 주시고 극장에 와주신다면 그게 곧 성과가 아닐까 싶다.

상대역으로 느낀 각 '그'들의 매력을 꼽자면.

ㄴ 강영석: 정동화 배우는 과자 나라의 어린 왕자 같다(웃음). (정동화: 작품에 대해 이야기해달라(웃음)) 작품 속에서 그런 이미지다. 임병근 배우는 차가운 귀족 느낌. 강동호 배우는 마피아 보스 아들 같은 느낌이다(웃음).

   
 ▲ 강영석 배우.

막내로서의 포부를 듣고 싶다.

ㄴ 이상이: '쓰릴 미'에서 막내를 맡고 있다. 6월까지 공연이 꽤 많이 남았는데 더 꽉 찬 '나' 의 모습. 저만이 보여줄 수 있는 '나' 의 모습을 보여주도록 노력하겠다.

극 중 피아노의 역할이 궁금하다.

ㄴ 박지혜 연출: 흔히들 '쓰릴 미' 하면 피아니스트는 제3의 배우라고 하는데 저도 그것에 동의한다. 이 작품이 배우 둘과 피아노 한대이기에 많은 걸 꽉꽉 채우기엔 어렵다. 그래서 예를 들면 아이를 유괴하는 장면에선 피아노를 통해 아이를 표현하려 했다. 1번 트랙 반주 같은 경우 배우들에게 '이것은 당신들의 심장 소리다'라고 생각하라고 했다. 이렇게 음악이 단순히 음악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게끔 요청을 했고 배우들도 그런 부분에 같이 동의해주셔서 잘 표현이 된 것 같다.

   
 ▲ 임병근 배우.

마지막으로 한마디 부탁한다.

ㄴ 임병근: 나이순인가(웃음). 2016년 '쓰릴 미' 오픈하고 보름 정도 됐다. 오랫동안 해온 공연인 만큼 심혈을 기울여 준비했다. 배우들만 아니라 스태프들도 '쓰릴 미' 란 작품의 본연의 힘을 찾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 그 성과는 극장에 오셔서 관객이 직접 보면서 평가해주시면 돌 것 같다. 긴 시간 준비했고 앞으로도 공연할 텐데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한다.

뮤지컬 '쓰릴 미'는 6월 12일까지 대명문화공장 2관 라이프웨이홀에서 공연된다.

   
 

문화뉴스 서정준 기자 some@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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