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석재현 기자] 이번 KBS 연기대상도 지난해를 능가하는 시상식이었다.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말이다.

3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KBS 여의도홀에서 2017 KBS 연기대상이 있었다. 이날 진행은 개그맨 박수홍과 배우 이유리, 그리고 남궁민이 맡았다. 오후 9시 15분부터 시작한 KBS 연기대상은 1일 오전 2시 넘어서 끝나는 등 약 5시간 가까이 진행되며, 2010년 SBS 연기대상 이후 역대 최장시간을 기록했다.

연기대상이 진행되기 앞서, 대상 후보로는 '김과장'의 남궁민, '아버지가 이상해'의 김영철과 이유리, 그리고 현재 방영중인 주말드라마 '황금빛 내 인생'의 천호진 4파전으로 압축되었고, 누가 받아도 이상하지 않을만큼 치열한 후보들이었다.

이뿐만 아니라 2017년 KBS 드라마는 다른 공중파 방송사인 MBC나 SBS와 비교하더라도 높은 완성도와 시청률을 보유하며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던 드라마들이 많았기에 쉽사리 수상자를 예측하기가 쉽지 않았고, 후보에 오르는 것만으로도 다른 방송사 연기대상에 비해 치열했다는 평을 받았다.

하지만 치열함과 별개로 KBS 연기대상은 나쁜 의미에서도 이변을 만들면서 오점을 남겼다. 지나치게 오래 진행된 시상식과 3년 연속 대상 공동수상을 포함한 공동수상의 남발, 시상식을 진행한 MC의 자질 문제 등이 거론되고 있다. 필자는 이번 KBS 연기대상의 '그뤠잇'과 '스투핏'한 면을 날카롭게 파헤쳐보려 한다.

▲ ⓒ KBS

그뤠잇 1 : 김영철-천호진 대상 공동수상, 이해가 된다 

가장 먼저 눈에 띄었던 점은, 이번에도 KBS는 대상을 공동수상했다. 주말드라마에서 시청률 30%대를 넘긴 두 드라마 '아버지가 이상해'와 '황금빛 내 인생'의 흥행주역이자 '국민아버지'로 시청자들의 가슴을 울렸던 김영철과 천호진에게 돌아갔다. 2015년 고두심('부탁해요 엄마')-김수현('프로듀사'), 2016년 송중기-송혜교('태양의 후예')에 이어 3년 연속 공동수상이었다.

하지만 2015년, 2016년과 달리 올해 대상을 두 배우에게 주는 것에 대부분 납득하고 이해한다는 반응이 대다수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김영철과 천호진 둘 중 한 명을 선택해 주기 어려울 만큼 두 베테랑 배우의 연기력과 극 중 존재감, 그리고 시청률 견인에 가장 큰 공헌을 세웠기 때문이었다.

김영철은 '아버지가 이상해'에서 남모를 비밀을 가슴 속에 간직하면서 가족에게 가장 헌신적인 사랑을 보여주는 아버지를 연기해 시청자들의 가슴을 울렸다면, '황금빛 내 인생'의 천호진은 사업 부도로 한 순간에 무능력한 아버지가 되어 자기 자식들에게 아무 것도 해주지 못해 가슴을 쥐어뜯는 슬픔을 연기해 시청자들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다. 그렇기에 두 아버지 중에서 우열을 가린다는 자체가 우스꽝스러운 일이었다.

▲ ⓒ 문화뉴스 MHN 권혁재 기자

그뤠잇 2 : 천호진 & 정려원 & 박서준, 가장 기억에 남는 수상소감 BEST 3

올해도 많은 수상자가 트로피를 받은 만큼, 무대 위에서 남긴 수상소감도 화제가 되었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대상을 받은 천호진과 여자 최우수연기상과 베스트커플상 2관왕을 받은 정려원, 그리고 남자우수상과 네티즌상, 그리고 베스트커플상까지 이번 시상식에서 가장 많은 상(3관왕)을 받은 박서준이 그 주인공이었다.

천호진은 수상소감에서 "이 상을 받으면, 집중력이 흐트러질 것 같아 내가 받지 않겠다. 대신 세상 모두의 부모님께 드리겠다"며 "나 또한 어느 부모의 아들이고, 현재 아버지가 몸이 좋지 않아 완쾌하셨으면 좋겠다"며 효심을 보였다. 또한, 천호진은 자신의 아내에게 "연애할 때 한 약속을 지키는 데 34년 걸렸다. 미안하고, 당신만 허락한다면 다음 생애에도 다시 한 번 살아보고 싶다"며 고백해 로맨티스트로서의 면모를 과시했다.

성폭력 사건을 소재로 한 '마녀의 법정'의 히로인 정려원은 "이 드라마를 통해 성폭력 범죄 처벌이 가중되어 피해자들의 목소리가 높아졌으면 좋겠다. 현재 성폭력피해자들이 수치심 때문에 밖으로 나서지 못한다고 들었다. '마녀의 법정'으로 조금이나마 위로받았으면 좋겠다"며 개념찬 발언을 남겨 큰 호응을 얻었다.

박서준은 "만약에 수상 기회가 생기면 꼭 하고 싶었던 말이 있었다"며 "얼마 전 아버지가 '이제는 밖에서 내 박서준 아버지라고 불린다'고 말했을 때, 씁쓸했다. 평소에 표현을 잘 하지 못하는 아들이어서 이 자리에서 말하고 싶다. 아버지 당신이 없었으면 내가 이 자리에 없었다. 진심으로 사랑하고 가족들도 사랑하고, 효도하겠다"고 말해 외모만큼이나 훈훈한 마음을 전달했다.

▲ ⓒ 문화뉴스 MHN 권혁재 기자

스투핏 1 : 도마에 오른 MC 진행 능력, 그 중심에 선 박수홍

좋았던 점 만큼, 스투핏한 면을 보였던 것도 있다. 그 중 연기대상을 보는 시청자들 사이에서 가장 호불호가 갈렸던 게 KBS 연기대상을 진행하는 MC의 자질이었고 그 중심에 박수홍이 있었다. 딱딱해보일 수 있는 시상식을 부드럽게 하려고 개그와 애드리브를 시도했던 박수홍이지만, 오히려 그게 불필요한 시간끌기로 이어졌다.

대표적이었던 사례가 바로 베스트커플상 진행과정이었다. 시상자로 나선 박수홍은 환상의 콤비로 나온 박경림과 함께 이 코너를 진행했다. 무려 6커플이나 선정되었는데, 박수홍은 불필요하거나 상대방을 난처하게 만드는 질문을 던지며 시간끌기에 나섰고, 결과적으로 이때부터 KBS 연기대상은 당초 예상 종료시각이었던 1시를 훌쩍 넘어선 2시 이후에 종영되는 사태를 초래하였다.

대상 시상자로 등장한 배우 송중기가 등장할 때도 박수홍은 그의 부인인 배우 송혜교의 근황을 묻는 등 불필요한 질문으로 시간끌기를 하면서 눈살을 찌푸렸다. 세간의 화제 커플인 송-송 커플이 모든 이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는 건 십분 이해하나, 굳이 중요하지도 않은 질문을 던져가면서 연기대상 시상식을 지체할 필요가 있었는지는 다시 한 번 생각해볼 부분이다.

▲ ⓒ 문화뉴스 MHN 권혁재 기자

스투핏 2 : 작품성 좋았음에도 외면받은 '고백부부', 그래서 아쉬웠다

두번째 아쉬웠던 건, 2017년 이 시대를 살아가는 커플과 부부들에게 다시 한 번 되돌아보게 만들었던 장나라-손호준 주연의 금토드라마 '고백부부'가 이번 KBS 연기대상에서 찬밥 신세가 되었다는 점이다. 

지난 10월 13일에 방영을 시작해 11월 18일까지 총 12회로 마무리했던 '고백부부'는 현실을 사는 30대들과 20대로 돌아가고픈 과거의 자신을 만난다는 설정과 각 등장인물간 연결고리를 가지는 드라마로 사랑과 현실적인 장벽 앞에 좌절하거나 갈등을 겪는 20대부터 40대 사이에서 엄청난 반향을 일으키며 웰메이드 드라마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정작 KBS 연기대상에서 '고백부부'에게 돌아간 상은 여자우수상 미니시리즈(장나라)와 베스트커플상(장나라&손호준)에 그쳤다는 점에 아쉽다는 평이 많았다. 특히, 장나라 못지 않게 열연을 펼치며 연기력으로 인정받은 손호준이 무관에 머물렀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그 외 '고백부부'에서 존재감을 남겼던 다른 배우들이 후보에도 오르지 못했다는 것 또한 안타까움을 더했다.

■ 2017 KBS 연기대상 수상자 리스트

▶ 대상 : 김영철 '아버지가 이상해', 천호진 '황금빛 내 인생'

▶ 남자 최우수연기상 : 남궁민 '김과장'

▶ 여자 최우수연기상 : 이유리 '아버지가 이상해', 정려원 '마녀의 법정'

▶ 남자우수상-장편드라마 : 박시후 '황금빛 내 인생'

▶ 여자우수상-장편드라마 : 신혜선 '황금빛 내 인생'

▶ 남자우수상-미니시리즈 : 박서준 '쌈, 마이웨이'

▶ 여자우수상-미니시리즈 : 장나라 '고백부부', 김지원 '쌈, 마이웨이'

▶ 남자우수상-연속극 : 김승수 '다시, 첫사랑', 송창의 '내 남자의 비밀'

▶ 여자우수상-연속극 : 명세빈 '다시, 첫사랑', 임수향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 남자우수상-중편드라마 : 이동건 '7일의 왕비', 준호 '김과장'

▶ 여자우수상-중편드라마 : 조여정 '완벽한 아내'

▶ 남자조연상 : 김성오 '쌈, 마이웨이', 최원영 '화랑'·'매드독'

▶ 여자조연상 : 이일화 '김과장'·'마녀의 법정', 정혜성 '김과장'·'맨홀-이상한 나라의 필'

▶ 남자 연작·단막극상 : 여회현 '란제리 소녀시대'·드라마 스페셜 '혼자 추는 왈츠'

▶ 여자 연작·단막극상 : 라미란 드라마 스페셜 '정마담의 마지막 일주일'

▶ 남자 청소년연기자상 : 정준원 '아버지가 이상해'

▶ 여자 청소년연기자상 : 이레 '마녀의 법정'

▶ 남자 신인상 : 안재홍 '쌈, 마이웨이', 우도환 '매드독'

▶ 여자 신인상 : 김세정 '학교 2017', 류화영 '아버지가 이상해'·'매드독'

▶ 작가상 : 소현경 '황금빛 내 인생'

▶ 네티즌상 : 박서준, 김지원 '쌈, 마이웨이'

▶ 베스트커플상 : 윤현민&정려원 '마녀의 법정', 손호준&장나라 '고백부부', 박시후&신혜선 '황금빛 내 인생', 박서준&김지원 '쌈, 마이웨이', 류수영&이유리 '아버지가 이상해', 남궁민&준호 '김과장'

▶ 드라마 OST상 : 비투비 '쌈, 마이웨이'

▶ 특별공로상 : 故 김영애

syrano@mhne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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