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2인극 페스티벌' 공식참가작 '맴' 배우 김지원, 김설 인터뷰

   
▲ 김지원(왼쪽), 김설(오른쪽) 배우가 연극 '맴'의 한 장면을 연습하고 있다.

[문화가 있는 날·예술이 있는 삶을 빛냅니다…문화뉴스] "여자 둘이 나오고, 사랑하는 관계라고 해서 이 연극은 '동성애연극'이라는 편견으로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200번째 2인극을 만나다'라는 모토로 시작된 '제15회 2인극 페스티벌'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무대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공연은 이번 페스티벌에서 유일하게 여배우 2명으로 공연되는 극단 공상집단 뚱딴지의 '맴'이다. '맴'은 동성애를 하는 두 여인의 이야기다. 하지만 단순하게 소재나 가십을 위주로 하는 공연과는 다른 속내가 있는 작품이다.

고향 친구이자 동성 연인인 '이수'(김설)와 '재림'(김지원)은 과거 고향 사람들의 시선과 가족의 반대를 피해 사랑의 도피를 했다. 그러나 이들의 서울 생활은 갑작스러운 '이수'의 배신으로 끝이 난다. 그러다 5년이 지난 후, '재림'은 갑작스러운 어머니의 죽음으로 고향인 밀양으로 내려간다. 지칠 대로 지친 '재림' 앞에 옛 애인인 '이수'가 느닷없이 조문을 오게 된다. 그리고 그들은 3박 4일의 휴가 아닌 휴가 기간 서로의 마음속 응어리를 풀어나가게 된다.

인생을 '맴맴' 돌고 있는 소수자의 이야기를 다룬 연극 '맴'의 21일과 22일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공연을 앞두고, 20일 오후 막바지 공연이 한창인 신림역 근처 연습실에서 배우 김지원과 김설을 만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 전에 두 배우의 영상 메시지를 확인해보자.

2인극의 매력 포인트는 무엇인가?
ㄴ 김지원 : 2인극은 등장하는 두 배우가 주인공이다. 두 사람만의 에너지로 무대를 꽉 채울 수 있는 것이 매력이다. 또한, 한시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다. 여기에 "내가 주인공이다!"라고 말할 수 있다. (웃음)

김설 : 예전에 다른 배우와 '어머니'라는 2인극을 한 적이 있다. 김지원 선배님 말씀처럼 온전히 나와 상대 배우 둘만이 채워가야 하는 점이 굉장한 부담감과 매력으로 다가오게 된다.

두 배우의 호흡은 어떠한가?
ㄴ 김지원 : 극단 공상집단 뚱딴지에서 같이 생활한 지는 꽤 됐다. 하지만 상대 역할로 해 본 적은 없었다. 최원종 작가의 '안녕, 피투성이 벌레들아', 영화로도 나온 '고령화 가족'을 했는데 엇갈려서 출연하는 식이었다. 한 달 가까이했는데 분장실에서 인사하는 정도였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 우연히 사는 동네도 같아 매일 집에 갈 때도 차를 같이 타고, 버스에 내려서도 버스가 안 보일 때까지 손은 흔들고 "바이 바이"한다. 짧은 기간이지만 '재림'과 '이수'가 된 것 같다. 좋은 시간을 잘 보낸 것 같다. 동성이다 보니 이해하기 더 좋은 것도 있고, 서로 말 못하는 가정사도 이야기 많이 했다. 둘 다 유부녀여서 남편 흉도 서로 보며 속상한 거 풀기도 한다. (웃음) 그런 면이 있다.

김설 : 극단 선배님이라 워낙 존경하고 있다. (김지원 : 왜 이래? (웃음)) 정말 존경하는 선배님이다. 말씀드린 것처럼 작품에서 딱 마주친 게 처음이다. 되게 설렜고 선배님께 많은 걸 배우면서 연습했다. 워낙 편하게 해주시는 스타일이라서 즐겁게 했는데 벌써 연습이 끝이 나서 아쉽다. 또 다음에도 작품을 하고 싶다.

토요일과 일요일, 4차례 공연만 있어서 아쉬울 것 같다.
ㄴ 김지원 : 대본이 원래 이것보다 더 길다. 하루에 두 작품을 연속으로 공연하는 시간 제약도 있어서 압축했다. 기회가 닿는다면 좋은 대사도 많고 하니까 완성된 대본으로 할 수 있을 것 같다. 하경진 작가님도 아쉬워하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 김지원(왼쪽), 김설(오른쪽) 배우가 '2인극 페스티벌'을 의미하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좋은 대사가 많다고 답했는데, 어떤 대사들이 있나?
ㄴ 김설 : 동성애를 하다 보니 사회적으로 두 주인공이 굉장한 질타를 받는다. 두 주인공이 서로 편지를 전달할 때, "책상 서랍 속에 널 꼭꼭 숨겨놓고 싶다"라는 대사가 있다. 이어 "나만 보면서 몰래 숨만 쉬었어"라는 대사가 있는데, 시적인 표현의 긴 대사가 많다. 일상표현은 아니다.

김지원 : "펄떡대는 게 꼴 좋구먼"이란 대사도 있다. (웃음) 제일 좋다기보단 가슴이 아픈 대사가 있다. "사람은 죽으면 모두 하나의 기차를 타게 된대"라고 시작하는 대사다. 작품의 제목인 '인생이 맴돈다'는 '맴'의 의미가 있는 부분이다. "정해진 역에서만 내리고, 내리면 같은 시대에 똑같은 인생을 살게 된다"라는 아픈 대사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동성애 연기를 한다는 것에서 부담스럽지는 않았나?
ㄴ 김지원 : 표면적으로 여자 둘이 사랑을 한다는 것을 '성소수자'라고 하는데, 우리는 누구나 소수자가 아닐까 싶다. 가지지 못한 자, 사회적 약자, 어느 부분에선 누구나 다 소수자이고 약자라고 본다. 특히 '성소수자' 같은 경우는 그들이 선택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을 혐오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그런 뉴스를 볼 때마다 왜 저런 시선으로 사람들을 바라보느냐고 생각하게 된다. 이게 비단 그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의 이야기일 수 있다. 가난하게 태어났거나, 병을 안고 태어났거나, 누구나 그러한 환경에 처해있다면 아픔을 느낄 수 있다. 코너에 몰린 사람들에게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다. 소재가 동성애를 하는 여자들로 표현됐을 뿐이다.

김설 : 대본에 정사 장면이 있으면 고민을 했을 것이다. (웃음) 극 안에서 동성애를 하는 소수자이면서도 동시에 가정도 그렇게 순탄치 않아 이러저러 아픔이 많은 사람이다. 동성애로 딱히 거부감이 들진 않았다. 대사가 아주 좋았다.

레아 세이두와 아델 에그자르코풀로스가 나오는 '가장 따뜻한 색, 블루'와 같은 레즈비언이 등장하는 영화나 수잔 서랜든과 지나 데이비스가 나오는 '델마와 루이스' 같은 여성영화들이 있는데, 어떤 작품들을 연기할 때 참고했나?
ㄴ 김지원 : 질문에 나온 작품은 다 봤다. (웃음)

김설 : 사실 선배님 같은 경우는 대화했을 때, 동성애자들에 대한 편견이 없으시다고 했는데 나는 있었다. "싫어"라기 보다 "어, 그래"하는 약간의 거부감이 없지 않았다. 그런 영화나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이해를 하고 좀 더 거부감이 없어지게 된 것 같다.

김지원 : 미국 드라마를 통해 처음 접하면서 이들도 똑같은 사랑을 한다고 이해했다. 그러다 최근에 방송한 'SBS 스페셜 - 우리 결혼했어요'를 보면서 이성 간의 사랑이 편견일 수 있다고 봤다. 누가 저렇게 끝까지 사랑해줄 수 있을까 싶었다. 오히려 남들이 못하게 하고, 안 좋은 시선으로 바라보니 저들이 저렇게 맺어지고 더 큰 사랑을 하지 않을까 봤다. 오히려 손가락질하는 사람들의 본인 사랑을 되돌아보면 좋겠다.

만약 자녀가 커밍아웃한다면, 어떻게 이야기할 것인가?
ㄴ 김지원 : 그건 나의 선택도, 아이가 선택하는 것도 아니라고 본다. 아이가 그렇게 태어난 것으로 생각한다. 정말 자신이 그런 문제에 대해 고민을 한다면 잘 들어주고 판단할 수 있게 도와주고 싶다.

김설 : 아직 상상을 해보지 않았다. 신랑과 그런 이야기를 했다. "나중에 아이도 말썽 피우고 하겠지"라고 하다가 "나중에 결혼한다고 남자만 안 데려오면 되지"라는 말을 장난으로 했는데 이 질문을 지금 받을 줄 몰랐다.

김지원 : 나는 살짝 마음이 바뀌었다. 세월호 이후엔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라는 생각이 든다.

김설 : 내 아이가 남자를 데려오는 건 싫지만, 만약 그렇게 된다면 언젠간 받아들여 줘야 하지 않을까 싶다. 아직은 마음의 준비가 안 된 것 같다. (웃음)

   
▲ 김지원(왼쪽), 김설(오른쪽) 배우가 고향 친구이자 연인인 '이수'와 '재림'을 연기한다.

끝으로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ㄴ 김지원 : 편견 없이 작품을 봤으면 좋겠다. 여자 둘이 나오고, 사랑하는 관계라고 해서 이 연극은 '동성애연극'이라는 편견으로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김설 : 우리 작품 '맴'은 매미의 '맴맴'이라는 뜻도 있지만, 인생을 '맴맴' 돌고 있는 소수자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다. 그래서 그런 아픔들을 조금이나마 같이 느꼈으면 좋겠다. 문삼화 연출님이 "작품을 보는 사람들이 가해자일 수 있다"고 했다. 우리를 보며 "내가 소수자인 사람들에게 미안한 마음이나 죄책감까지 느낄 정도로 연기를 해달라"고 포인트를 줬다. 동성애라기 보다 가슴 아픈 두 여자의 이야기로 봐줬으면 좋겠다.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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