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서정준 기자] 13일 오후 충정로난타전용극장에서 난타 20주년 기념 특별 간담회가 열렸다.

넌버벌극인 난타는 1997년 호암아트홀에서 10월 10일 첫공연을 올린 후 57개국 310개 도시에서 공연되며 우리나라 공연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 작품이다.

브로드웨이 진출, 에딘버러 프린지 페스티벌 전회전석매진 등의 화려한 수식어는 '난타'를 상징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완벽히 표현하지는 못한다. 다른 무엇이 아니라 배우들의 열정과 땀이 바로 '난타'의 성공 요인이기 때문이다. 그런 땀과 추억을 담아 '난타'가 충정로난타전용극장에서 20주년 기념 특별 간담회를 연 것.

▲ 송승환 PMC프러덕션 대표.

이날 행사는 우선 송승환 PMC프러덕션 대표의 인사말로 시작했다.

그는 "사람도 20년이면 성인이 되는데 난타도 20년을 맞았다. 그런데 가장 어려운 시기에 성인이 된 것 같다. 이곳이 중국인 관광객 전용관인데 사드 문제로 관객이 급감해서 오는 12월에 이곳이 문을 닫게 됐다. 사실 좀 우울한 분위기지 않냐. 그래도 어떻게 할까 하다가 '난타'를 20년동안 사랑해주신 관객들, 배우들, 제작진들의 노력이 합쳐져 만들어진 것이라 그냥 지나치긴 아쉬워서 조촐한 자리를 만들었다"며 이번 행사의 취지를 설명했다.

이어 "난타는 정말 언론이 함께 키워준 작품이다. 에딘버러, 뉴욕, 전용관 모든 이슈에서 늘 함께 해주셔서 감사하다. 좀 어려운 시기지만 새로운 장르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자는 의도로 난타를 준비했는데 이번에도 그런 새로운 시도를 할 때인 것 같다. 중국에서 관객이 오지 않는다면 우리가 관객을 찾으러 가야할 것 같다. 다행히 태국에 저희 '난타' 전용관 객석점유율이 90% 넘는데 주로 중국인 관광객이라고 한다. 또 일본인 관광객이 많은 하와이, 파타야 등 새로운 전용관을 만들어 국내의 어려움을 새로운 곳에서 타파하려고 한다"고 앞으로의 비전을 설명했다.

송 대표는 "개인적으론 평창에 올인해야할 시기라 120일 동안에는 평창에 올인하고 그 이후에는 난타의 새로운 업그레이드, 새로운 시장 개척에 노력할 것"이라며 과거 이야기를 시작했다.

"첫공연을 앞두고 열흘 쯤 남았을 때인데 그땐 표가 많이 안 팔렸는데 할 수 있는 게 포스터 붙이고 언론에 자료 보내는 정도였다. 그런데 당시에는 사물놀이를 가지고 연극 만든다는 게 생소하고 유명한 배우들도 아니라서 표가 안팔렸다. 그런데 저희가 인터랙티브하게 관객과 배우가 함께해서 재미를 만드는 건데 텅빈 객석을 놓고 공연할 순 없어서 초대권이라도 뿌리자고 했다. 아무렇게나 하지 않고 나름 마케팅을 한 게… 지금 들으시면 100년 전 이야기일 것 같다(웃음). 천리안, 유니텔 등 pc통신의 연극인 동호회 주소록을 찾아서 그분들을 초청했다. 그런데 그분들이 '난타'를 보고 한국에 새로운 공연이 나타났다. 재밌다고 해주셨고 또 imf 시기라 전국민이 우울했는데 스트레스가 풀린다는 이야기도 나왔다"고 첫공연 당시를 회상한 송 대표는 "지금으로 보면 일종의 인터넷 마케팅을 최초로 시작한 건데 그 덕분에 난타가 알려지고 언론에서도 다뤄졌다. 덕분에 10일 정도 지난 뒤에 표가 팔리기 시작하더니 마지막엔 표를 구할 수 없을 정도였다. 전 영국 갈 때마다 세인트 마틴 극장을 들린다. 아가사 크리스티의 '쥐덫'이 60년 넘게 공연 중인 극장이다. '난타'도 그렇게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한다. 앞으로도 잘 도와달라."며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다음은 유승수 배우가 진행을 맡아 '난타'에 한 획을 그은 주인공들인 김문수, 김원해, 류승룡, 장혁진 배우가 참석해 '난타'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배우들은 솔직한 이야기로 장내를 달궜다.

첫 번째 주제인 '나는 이래서 난타에 캐스팅 됐다'라는 질문에는 오디션 논란이 일었다. 다름 아닌 김문수 배우와 김원해 배우가 각각 캐스팅된 인연을 밝히자 류승룡 배우가 "저는 정당하게 오디션을 봤다"고 밝힌 것. 좌중에 웃음이 나온 뒤 그는 "그때 초연이 성황리에 끝날 때라 대학로 배우들이 거의 보러갔을 정도였다. 그땐 정단원이 아니었다가 부단한 노력을 통해 합류하게 됐다"며 자신의 캐스팅 과정을 설명했다.

 

이후 "20년 전 풋풋한 시절 자료를 보니까 많은 배우들의 피와 땀과 눈물로 만든 좋은 공연인 것 같다. 이 자리가 에전을 추억하고 기억하는 것도 좋지만 앞으로를 다짐하고 많은 분들에게 난타가 정말 피와 땀으로 만든 공연이니 보러 오시라고 알려드릴 수 있는 시간이 되면 좋겠다"며 '난타'에 대한 애정을 표했다.

두 번째 주제는 '연습과정의 에피소드'였다.

김원해 배우는 이에 마이크를 잡고 "아침부터 모여서 새로운 시도를 계속 하다가 저녁에 확정된 공연을 하고 다음날은 또 새로운 시도를 하고. 그러면서 저희가 버린 에피소드나 장면이 무척 많다"고 당시 상황을 언급한 뒤 "'난타'의 성공 이후 비슷한 공연이 많이 나왔었다. 그런데 우리가 시도하다 버리거나 별로여서 안했던 장면인데 싶던 게 아류작들에서 공연되는 거 보면서 뿌듯하기도 하고, 고생했던 게 스쳐지나가기도 하고 그랬다"며 '난타' 배우로서 자부심을 표했다.

연습 과정은 고되고 괴로웠다. 류승룡 배우는 "몇 개월 동안 연습해서 수타면을 무대 위에서 실제로 뽑는 게 있었는데 첫공연 하고 나서 조명이랑 안 맞아서 버린 적도 있다. 또 페트병을 몸으로 치는 장면도 있었는데 연습을 계속 하는 중에 아침에 변을 보니까 변이 검은 거다. 연습을 갔는데 뭔가 축 쳐져 있어서 의아했는데 다들 검은 변을 본 거다. 알고보니 페트병이 필요해서 콜라를 엄청 먹었다"며 힘들지만 웃긴 에피소드를 전했다.

 

화기애애한 팀워크가 돋보이는 시간이었지만 진지한 순간도 있었다.

세 번째로 '미국 진출 시 있던 일'을 묻는 질문에 김원해 배우는 "무엇보다 잊을 수 없던 건 9.11테러다. 저희가 9월 6일쯤 공연을 끝내구 보스턴으로 간지 며칠 안돼서 테러가 난 거다. 그래서 잔당들이 보스턴에 있다는 이야기가 나와서 꼼짝 없이 호텔에 갇혀서 탈탈 털리기도 했고, 아직도 트라우마로 남아있는 큰 사건"이라며 당시를 떠올렸다.

이외에도 웃지 못할 에피소드들이 많았던 가운데 '난타가 내 배우 생활에 미친 영향'을 묻는 질문이 나왔다.

김문수 배우는 "저를 건강하게 만들었다."며 웃었고 김원해 배우는 "빼앗긴 청춘?"이라며 답변을 시작한 뒤 "인생에서 가장 뜨거웠던 시기를 이 작품에 올인한 것 같다. 이 자리가 축제의 자리기도 하지만, 안타깝게도 극장이 문을 닫는 자리라 여러 감정이 교차하는데 처음 '난타'를 만들었을 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던 정열, 젊음, 이런 것들이 저희가 지금 머리가 하얗고 배가 나왔지만 아직도 유지돼서 한 편으로 뿌듯하기도 한데 관객 감소로 문을 닫는다니까 아쉽기도 하다"고 복잡한 감정을 표출했다.

그는 "앞으로 송승환 회장님이나 다들 새로운 작품을 만들테지만 그떈 어떤 시류에도 흔들리지 않는, 60년이 아니라 수백년 갈 수 있는 좋은 작품을 새로운 열정으로 만들어주셨으면 한다"며 '난타'에 대해 바라는 점을 이야기했다.

 

류승룡 배우 역시 "우리의 청춘, 무서울 것 없던 시기를 고스란히 담아낸 공연인 것 같다"고 이야기를 시작한 뒤 "난타를 빼놓고는 인생을 이야기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배움이 있었다. 저는 5년동안 했는데 같은 공연을 하면서 지겹다거나 매너리즘 이런 것을 이야기하는 분이 계셨는데 전 모르겠다. 같은 걸 반복하며 느낀 코미디 감각이나 타이밍. 수많은 관객 앞에서 수없이 공연하며 생긴 담대함. 그런 것들이 제 연기인생에 도움된 것 같다. 지금까지도 공연하는 배우들 응원하고, 앞으로도 계속 난타를 굳건히 지켜줬으면 한다"며 답변을 마무리했다.

장혁진 배우 역시 "처음엔 우리가 시작했으니 먼저 만든 거고 지금은 공연하시는 분들이 '난타'를 만들어가는 중이다. 앞으로도 '난타'가 더 좋은 공연으로 거듭나도록 대표님과 함께 새롭게 만들어 계속 승승장구했으면 좋겠다"며 '난타'의 앞길을 축복한 후 "아프지 않고 무대에서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로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간담회 마지막은 김문수 배우가 마무리했다.

그는 "오늘 와주셔서 감사하다. 요즘 얼마전에 뉴스에도 나왔는데 사드 때문에 힘든 상황이다. 저희가 더 힘내서 20년 왔지만, 이렇게 힘든 건 20년간 처음인 것 같다. 메르스 때보다 힘들다. '중국에서 '난타'를 '난타'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고 지금의 상황을 정리한 뒤 "저희도 힘내서 마케팅 새롭게 하고 좋은 작품을 다시 만들어 보겠다."고 파이팅을 내비쳤다.

 

간담회가 끝난 후 '난타'의 짧은 쇼케이스가 열렸다. '난타'의 경쾌한 리듬감은 20년이 지나도 그대로였다. 지금은 흰머리가 나고 중견 배우가 된 이들이 북채를 잡아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나라는 유독 '신토불이'를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난타'는 물건부터 사람에까지 폭넓게 적용되는 이 외침에 호소하기보다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보겠다며 사람들에게 '격려'를 원했다. 그들의 바람이 실현돼 처음 '난타'가 만들어졌을 때처럼 전에 없던 결과를 도출해낼 수 있을지 눈길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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