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특화 사업으로 문화의 선진화 이끌다

[문화뉴스 MHN 전서현 기자] 과거 국내 한 대학의 입시논술에서 복제 양 돌리에 대해 의견을 피력하라는 문제가 출제된 바 있다. 주로 동물 복제에 대한 종교적, 윤리적 측면에서 비판과 찬반의 의견을 피력한 답안지들이었다. 이 가운데 한 학생은 복제된 동물과 어미 품에서 따듯한 온기를 받으며 태어난 동물 간, 영혼의 유무를 비교한 답안지를 제출, 인상 깊게 본 교수들에 의해 좋은 성적을 취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요 내용은 동물에게 영혼이 깃드는 순간에 중요한 것은 생명에 대한 경이로움을 동반한 인간의 따듯한 시선이라는 것.

'애완동물'에서 '반려동물'로 변천한 용어에서도 이러한 의식은 발견할 수 있다. 사람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기르는 동물이라는 뜻의 '애완동물'에서 사람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며 친밀감과 행복을 주는 가족 같은 존재라는 뜻으로 변천한 '반려동물'이라는 용어는 동물들의 영혼을 인정하는 과정과 다름아니다. 하지만 반려동물의 사후 과정을 살펴보면 반려동물이라는 용어가 어디까지나 인간의 이기심을 채우기 위한 것으로 변천한 것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들게 한다. 장례문화의 열악함은 물론 심지어는 단순히 복제된 동물을 대하듯 버리는 수준의 모습들도 포착돼 어딘지 앞과 뒤가 다른 반려동물 문화의 모순을 드러낸다. 이러한 모순에 대안을 제시한 21그램의 권신구, 이윤호 공동대표를 만나보았다.

 

 

▲ 21그램에서 제작된 반려동물 추모 물품. 반려동물의 유골로 만든 보석과 파란 잔디가 깔린 정원에서 즐거운 모습을 재현하고 있는 미니어처 반려동물이 인상 깊다 ©유튜브

생명에 대한 따듯한 시선이 만들어낸 기업 '21그램'

권신구, 이윤호 공동대표가 이끄는 21그램은 반려동물 추모 분야에 특화된 기업이다. 장례식 과정부터 유골함, 반려견의 유골로 만든 보석 등 반려견의 영혼을 영원으로 간직하려는 이들에게 종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바로 21그램이다. 최근에는 장례식장 프랜차이즈 사업까지 확장, 제1호 점을 경기도 광주에 오픈하면서 반려동물 장례문화의 선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렇게 반려동물 추모에 있어 전방위적인 콘텐츠를 갖추게 된 배경은 거창한 종교적 신념도, 윤리적 목소리가 담긴 이데올로기도 아니었다. 생명에 대한 따듯한 시선, 이 작은 의미가 현재의 21그램을 견고하게 구축한 전부다.

유튜브 동영상에 공개된 '21그램' 기업 탐방 콘텐츠를 통해 이윤호 대표는"우연히 반려동물 장례식장에 들러, 상상외로 열악한 장례환경을 목격하고, 문화적 충격에 싸인 것이 계기가 됐다" 며 "공장의 창고 같은 허름한 시설과 섬뜩한 느낌을 주는 화장로가 직접 노출돼 반려동물을 잃는 분들에게 치유나 위로를 주기보다는 오히려 우울함을 일으키고 있어 안타까웠다. 순간 건축가인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이 섬광처럼 머리를 쓰쳤다"며 21그램을 창업하게된 계기를 밝혔다.

결국, 무심히 지나칠 수도 있는 삶의 한 풍경에서 적지 않은 시간 동안 희노애락을 함께한 반려동물을 죽음 저편으로 보내야 하는 인간의 마음과 소멸하는 생명에 대한 따듯한 시선이 21그램의 밑바탕이 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21그램으로 타오르는 제의적 공간의 향연

이윤호 대표가 생명에 대한 위로와 안타까운 시선 속에서 탄생한 21그램을 피력했다면 권신구 공동 대표는 성장하는 아이들이 반려견의 장례문화를 직접 체험하는 제의적 의식을 통해 건강하고 성숙한 영혼을 함양하고자 하는 의식을 표명했다. 1가구 1자녀 시대에 반려동물은 자녀들의 지속적인 관계를 통해 심리적 안정과 사회성, 공감하는 능력을 높이게 된다. 이렇게 친구 이상의 관계를 유지하던 반려동물의 죽음은 그 자체로도 어린이들에게 생에 처음 경험하게 되는 비극이다.

권신구 대표는 "장례식장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이것들이 슬픔과 복합적으로 맞물리면 공포가 형성되기도 한다. 죽음에 대한 첫 경험일 수 있는 아동들을 위해서라도 장례 문화가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을 했다" 고 전했다. 권신구 대표가 장례문화의 변화를 위해 먼저 시도한 것이  바로 반려견 소비 물품 생산이었다.   기초 소비가 있어야 문화가 형성된다는 것에 착안 반려동물과의 행복했던 추억을 고스란히 간직할 수 있는 제품들을 먼저 선보여 소비를 이끌어내다 보면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반려동물 장례문화에 접근하기 쉬울 것이라는 지론이다.

이  과정을  통해 21그램에 라인업돼어 있는 품목들이 예쁘고 앙증맞은 유골함과 유골 분으로 만든 보석, 그리고 여느 미술관 못지않은 납골당 현장이다. 21그램에서 마련한 반려동물 납골당은 각기 다른 개성에 묻어나는 따듯한 풍경들로 채워져 있다. 미니어처로 제작된 집과 파란 잔디, 그리고 그 위에서 행복한 표정으로 놓여있는 반려견의 모습이 있는가 하면, 유골함 옆에 인형을 함께 보관, 죽음 저편으로 가야하는 반려견의 외로움을 달래고자 하는 풍경도 눈에 띈다. 모두 반려견의 보호자가 원하는 대로 제작된 것이다

이 과정은 어린 자녀들에게는 하나의 제의적 공간으로써 기능을 한다는 고무적인 의미가 덧붙여 있다. 곰과 호랑이가 동굴에서  고통을 감내해야하는 과정에서 뛰쳐나간 호랑이와는 달리 곰은 비로소 사람이 되는 보상을 받았다. 춘향이는 옥에서 수청을 거부한 대가를 치름으로써 기생의 신분에서 벗어나 사대부 부인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이 일화에서 동굴과 옥은 각기 성장한 존재의 통과 의례로 작용하였다.

어린 자녀들에게 반려동물의 장례문화는 이에 못지않은 제의적 성격을 지닌다. 평소 가장 가까이 지낸 반려견의 죽음에 대한 슬픔을 장례식장에서 행복한 풍경으로 승화, 죽음이 결코 관계의 끝이 아니라는 경험을 하게 됨으로써 삶과 죽음에 대한 성숙한 시선을 갖추게 된다. 또, 장례식이 끝난 후에도 언제든지 납골당에 들러 반려견과의 행복했던 순간을 현재로 소환해 추억을 반추하는 시간도 정서적으로 좋은 과정이다.

 

▲ 21그램 권신구_이윤호 대표는 오는 26일 오후 7시 FM 100.7Mhz 마포FM에서 방송되는 '#이우람의트렌드피디쇼 - 라이징스타트업'에 출연, 21그램의 의 탄생 과정과 비하인드 스토리를 진솔하게 이야기할 예정이다. 이 방송은 푸드컬처디렉터 안태양(서울시스터즈 대표)이 고정 패널로 출연 중이다.

 

생각해보면 왜 이런 업체가 지금에서야 주목받고 있는지에 대한 부끄러움이 앞서기도 한다. 반려견은 어린 자녀들뿐만 아니라 정신 질환을 앓고 있는 이들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는 보고가 나오고 있으며 노인들의 삶의 만족도를 높이는가 하면, 24시간 주인의 눈과 귀가 되어 가족 이상의 역할을 하는 시각 장애인 반려견도 사람 못지 않은 사회적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반려견을 한 대학의 입시 논술에 등장하는 복제된 동물처럼 생각하지 않는한 사후 장례식부터 함께했던 시간의 정리까지 애정어린 추모의 향연이 뒤따라주어야 했다는 반성을 21그램이 던져준 셈이다. 이 화두는 단순히 반려견 추모문화의 시작을 넘어 대한민국의 문화를 성숙된 선진문화로 성장시키는 데 의미가 있다. 지난 2013년 이제 막 스타트한 기업 21그램을 지속적인 관심으로 지켜보아야할 이유다.

한편, 21그램 권신구, 이윤호 대표는 오는 26일 오후 7시 FM 100.7Mhz 마포FM에서 방송되는 '#이우람의트렌드피디쇼 - 라이징스타트업'에 출연, 21그램의 의 탄생 과정과 비하인드 스토리를 진솔하게 이야기할 예정이다. 이 방송은 푸드컬처디렉터 안태양(서울시스터즈 대표)이 고정 패널로 출연 중이다.

 

jun0206@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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