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아티스트에디터(아띠에터)
김효상. 플레이티켓 대표·공연전문프로그램 마포FM 김효상의 '플레이투스테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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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뉴스 아띠에터 김효상] 공연을 소개하고 공연을 이야기하고     공연을 만나보는 공연전문방송 플레이투스테이지. 19년간 공연현장을     지켜온 공연의 윤활유 강현호 무대감독을 만났다.

 Q. 어떻게 하다 무대감독이 되었는지 궁금하다.
 ㄴ 원래는 배우가 되고자 연극과에 진학했다. 수업 중에 실제 공연제작    이 있었는데 학생들이 제작비를 걷어서 공연을 올려야 하는 형편이었다.  학교지원도 있었지만 내가 그 과의 1기생이라 노하우를 물려받을 수 있  는 게 하나도 없었다. 그때 각자 부담해야 할 돈이 15만 원이었는데 스태  프는 돈을 안 내도 된다는 교수님 말씀에 지원했고 그것을 계기로 공연  무대감독 일을 지금까지 하고 있다.

 그리고 그때 학교 공연에서 내가 스태프로 일하고 있는 모습을 본 다른  강사님이 일을 꼼꼼하게 한다고 칭찬해 주시면서 자신이 만드는 공연에  함께 일해 볼 것을 제안하셨고 첫 여름방학 때 그 공연에 참여했다. 그  공연 스태프로 아르바이트를 한 것이 처음으로 직업적인 일을 한 것이다.

한 달 내내 일을 해서 10만 원을 받았는데 지금이야 ‘열정페이’라고 욕할 수도 있겠지만 그땐 나름 뿌듯한 생각이 들었다.

 

▲ 플스 76회 게스트. 무대감독 강현호

 

Q. 무대감독이 하는 주요업무는?
ㄴ 예술감독이나 연출 및 디자이너 등 창작 스태프들이 만드는 공연을 무대라는 한 공간에서 구현할 수 있게 모든 진행을 총괄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무대감독은 무대 위에서 행해지는 것들이 특정한 상황과 타이밍에 맞춰 어떻게 나오고 들어갈지를 조율해서 관객들에게 보여주는 사람이다.

신호등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셋업을 할 때 각각의 파트별 작업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어떤 파트를 잠깐 스톱시키기도 하며 스케줄을 조정하기 때문이다.

 

[▶]을 누르면 강현호 무대감독과의 인터뷰가 실린 공연전문방송 플레이투스테이지 방송을 들을 수 있습니다.

 

Q. 무대감독에 대한 본인만의 정의가 있는지.
ㄴ 공연의 윤활유라고 생각한다. 연출과 배우들 여러 스태프들 사이에서 연습과 제작 진행이 원활하게 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역할이기 때문이다.

 

▲ 플스 76회 방송 중

 

Q. 공연을 올리는 과정에서 소통하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ㄴ 무대에 오르기 전이라면 연출이나 음악감독 그리고 디자이너 등과 같은 창작 스태프들이 있을 것이다. 배우들 같은 경우는 연습실에서 실제 공연장에서 그려질 환경에 대한 느낌을 가지고 있어야 하므로 미리 떠올릴 수 있도록 설명해주기도 한다.

그리고 기획, 홍보팀이 있다. 이들과는 공연일정을 비롯하여 외부적인 얘기도 나눈다. 기획이나 홍보팀이 대외적으로 내는 자료들 중에 잘못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실제 홍보자료가 작품의 의도나 사실과 다른 경우가 있었고 그 점을 지적하여 수정한 사례가 있다.

또 공연장에 상주해있는 기술감독들, 객석을 관리하는 하우스 팀과도 소통한다. 하우스 팀과의 소통이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는 우리가 만든 공연에 대한 사전정보를 다른 사람은 잘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우스의 인력들은 관객들이 제일 먼저 만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공연에서 발생하는 특이사항이나 여러 가지 정보를 가장 잘 알고 있어야 한다.

 

Q. 잘 협의되지 않고 충돌이 있는 경우도 많을 거라 생각한다.
ㄴ 많이 발생한다. 사실 충돌이 발생하는 이유는 어느 입장에 대해 반대하기 때문이다. 서로 의견이 맞지 않아서 부딪힐 것 같으면 밀어붙이지 않고 요구하는 대로 해주면 되는 것이다. 정면으로 대립되는 일들도 살짝 비켜서 조절하다 보면 웬만한 일들은 해결된다. 그 당시에 직접적으로 부딪히기 때문에 갈등이 일어나는 것이다.

한 템포 쉬고 각자의 얘기를 들어보고 상대방에게 가서 절충안을 제시한다. 그러면 웬만한 일들은 해결된다. 내가 현장에 없는 상태에서 스태프들끼리 의견충돌이 발생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하지만 내가 있는 상태에선 갈등이 별로 없다고 자신한다. 이것이 무대감독이 존재하는 이유다.

Q. 무대감독을 양성하는 전문 교육기관이 있는가?
ㄴ 없는 걸로 알고 있다. 나도 그것이 궁금하고 아쉽다. 이 질문을 사전에 듣고 내가 아는 여러 무대감독에게 교육기관이 있는지에 관해 물어봤지만 다 모른다고 했다.

청년실업이라고 하지만 실상 우리 분야는 인력난을 겪고 편이다. 정식 교육기관이 있으면 사람을 찾아 헤매지 않을 텐데라는 아쉬운 마음의 대화를 동료들과 많이 나눈다. 어시스턴트를 키워보려 해도 뜻대로 되지 않는다. 내 나이와 비슷한 또래의 무대감독이 많지만, 후배들은 수가 적다. 그러니 앞으로가 더 문제다.

내가 입문할 때만 해도 근로기준법이나 최저임금에 대해 잘 몰랐다. 하지만 지금은 워낙 그런 규정이나 제도에 대해 다들 잘 알고 있다. 근로기준법이나 최저임금제와 같이 국가가 장려하고 규제하는 제도적 기준으로 봤을 때 공연계가 많이 나아지고는 있지만, 아직 현실에 못 미치는 건 사실이다. 그렇다 보니 젊은 친구들이 힘들고 못 버텨서 그만두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 공연장에서 강현호 무대감독

 

Q. 교육기관이 없다면 무대감독이 되는 방법이 있는지 소개해 달라.
ㄴ 나 같은 무대감독을 찾아서 조언을 구하는 방법도 있고 OTR과 같은 온라인 사이트에서 스태프 구인 공고를 통해 지원해 볼 수도 있다. 사실 무대감독을 구하는 곳은 굉장히 많다.

큰 프로덕션의 경험이 없다면 작은 단체에서 필요로 하는 무대감독을 알아보고 조금씩 경험을 쌓아도 좋을 것 같다. 만약 나에게 찾아온다면 내가 그동안 작업한 자료들을 공유할 의향이 있다.

Q. 무대감독이라는 무대 전문직업으로의 향후 비전을 이야기한다면?
ㄴ 예전만 해도 그런 분류가 없었는데 이제는 프리랜서인 공연이나 영화 스태프들도 전문 직업군으로 분류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 사회의 복지정책 수준이 높아지고 여가생활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여가활동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 당연히 공연산업도 발달할 것이다 믿는다.

무대감독을 비롯해 공연계 전체의 비전이 늘어난다고 본다. 공연이 많아지면 무대감독의 수요가 당연히 많다. 나 역시 지금도 일이 너무 많다.

 

▲ 무대 뒤 현장에서

 

Q. 조합이나 협회가 있는가?
ㄴ 3년 전에 한국무대감독협회가 발족했지만 아쉽게 발전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무대감독 전문매니지먼트를 해서 파견해서 일을 수행하는 전문 회사도 있었지만, 수익성이 맞지 않아서 그 역시 계속 이어지지 못했다.

 

Q. 공연제작에서 있어서 다소 불합리하게 진행되는 경우를 접하게 될 것 같은데...
ㄴ 업무의 특성상 불합리한 경우가 많다. 예전에 어떤 공연장에서 상근 무대감독으로 일한 적이 있다. 거기 있는 출퇴근 체크기로 일 년 동안 일했던 시간을 합산하니 5천 시간이 조금 넘게 나왔다. 내가 할 일 없이 공연장에 놀러 나갔던 날은 없었다. 그렇게 많은 시간을 일했지만, 그때 받은 급여를 생각하니 다소 회의감이 들었다.

여가생활에 대한 사회적 욕구는 늘어나지만 공연 스태프들의 처우는 나아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처음에는 이런 불합리한 것 때문에 화가 난 적이 많았지만, 점차 공연계 전체를 보는 시각을 갖게 되면서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 부분도 있었다.

Q. 공연현장의 스태프 일을 하는 후배들에게 조언 한마디.
ㄴ 공연은 항상 새로워야 한다. 늘 똑같은 것을 행한다고 생각하면 발전이 없다. 같은 일을 반복하면 일에 지쳐서 다른 일을 알아보게 될 것이다.

오늘 무대에서 어떤 일을 했다면 내일은 조금 더 할 수 있는 일을 스스로가 찾아야 한다. 늘 새로운 것을 찾아서 시도해보아야 한다. 그리고 인내심을 가지고 업계에서 버티는 것이 중요하다. 예전에 나도 매너리즘에 빠졌을 때 어떤 선배가 ‘무조건 버텨라’라고 말씀하셨다. 그게 큰 힘이 되었고 지금의 내 모습이 만들어진 것 같다.

 

▲ 플스 76회 방송을 마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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