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서정준 기자] 23일 오후 대학로 30스튜디오에서 연극 '노숙의 시' 프레스콜이 열렸다.

김소희 연희단거리패 대표의 진행으로 열린 이번 프레스콜은 60분간 연극 '노숙의 시' 1막 시연과 함께 이윤택 연출, 명계남, 오동식 배우가 함께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연극 '노숙의 시'는 에드워드 올비의 '동물원 이야기'를 이윤택 연출이 새롭게 재창작한 작품이다. 9월 17일까지 30스튜디오에서 공연된다.

"현대 영미희곡이 우리에게 어떻게 연결돼야 하는가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고 말한 이윤택 연출답게 1950년대 올비가 바라본 미국사회가 담긴 원작이 가진 인간에 대한 관심과 표현을 2017년 이윤택이 바라본 한국사회에 맞춰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만들었다. 그 과정에서 60분 분량의 원작이 1시간 50분 정도로 길어졌지만, 밀도와 구성은 그대로 유지했다.

 

프레스콜은 1막 '길 위에서'를 선보였는데 명계남과 오동식 두 배우의 연기 내공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시연이었다. 벤치에 가만히 앉아있는 김 씨는 광장에서 걸어왔다며 계속해서 움직이고 끊임 없이 말을 거는 무명 씨와 대화하며 그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듣게 된다. 그는 전후세대로 동백림 사건에 연루된 식물학자 아버지를 둔 사람이었고 이런저런 생활 끝에 1987년 대선 이후 기나긴 망명 생활을 거쳐 광장으로 돌아온 것. 급기야 김 씨도 자신의 과거 대학생 시절 '강철진달래'와의 만남을 떠올리며 벤치에서 일어서기 시작한다.

 

'노숙의 시'는 이처럼 한국 현대사의 주요한 사건들을 원작과 뒤섞었다. 제리와 피터라는 두 남자가 북쪽숲을 가기 전 들리는 벤치에서 마주치며 나누는 이야기를 전후세대, 60대를 대변하는 무명 씨(명계남 배우)와 운동권, 40대를 대변하는 김 씨(오동식 배우)가 만나는 것으로 바꾸며 동시대성을 드러낸다. 이 과정에서 최인훈의 '광장', 정철의 '나는 개새끼입니다' 등이 인용되기도 한다.

▲ 좌측부터 오동식, 명계남 배우, 이윤택 연출.

이윤택 연출은 '광장'을 언급하며 "저는 419 민주화 운동에서 문재인 정부까지 이어진다고 보고 있고 516 군사혁명이 박근혜까지 이어졌다고 본다. 이 시대가 그 큰 두 축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해서 왔는데 새로운 시대가 와야 하지 않나 싶다. 이분법적 대립이 아니라 통합적이고 하나 됨을 이룰 수 있는 새로운 시대가 오길 열망했다. 1장 제목이 '길 위에서'다. 우리가 그런 과정에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우리는 연극하고 나니까 속이 후련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있던 촛불시위를 21세기에 있기 힘든 일이라고 언급하며 "이런 시대상황에서 연극이 계속 예술을 이야기하고 미학을 이야기하고 부조리극을 이야기하는 미학적 틀 안에만 있어도 되겠는가. 연극도 말해야되지 않겠나 싶어서 이번엔 작정하고 말하기로 했다. 최소한의 연극성을 살리고 쏟아붓겠다. 드라마 사건 극적구성 다 필요없고 그냥 있는대로 따발총 쏘듯이 쏘겠다고 생각했다"고 이번 작품을 만든 계기를 전했다.

또 "이걸 쓴 이유가 이 세대가 정말 파란만장한 한국사를 가로지른 영광스런 세대인데 전부 명퇴당하고 실직돼서 힘없이 있는거 보니 마음이 짠하다. 근현대사를 관통한 전후세대를 위해, 그들의 영광과 오욕을 위해 이 작품을 썼다. 그들에게 바친다고 하고 싶다"며 "구박받는 늙은이들을 위했다. 김 씨 역시 그 세대 나름대로 치열하게 살았다. 각 세대에 대한 헌사다"라고 밝혔다.

 

'노숙의 시'는 역사적인 사건도 담기고, 개인적인 실화가 많이 담긴 작품이다. 이윤택 연출은 "극 중 등장하는 음악에도 어릴적 자살하려고 했을 때 틀어놨던 노래가 담겼다. 핑크플로이드의 노래도 그래서 명계남 배우가 골랐다"고 전했으며 작 중 등장하는 무명 씨가 말한 식물학자 아버지의 이야기도 "독일을 실제 처음 갔을 때 만난 통역가의 이야기다. 음악하는 친구라고 했는데 아버지가 (그렇게 잡혀간 뒤) 한국말을 못 해서 누군가와 말을 하고 싶어 통역을 하러 왔다고 했다. 그런데 우울증 때문에 말을 잘 못하다가 한참 걸려 이 이야기를 해줬다. 나중에는 한국에서 음악하러 왔다갔다 했는데 적응 못 하고 돌아갔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어린 시절 영화 이야기, 송탄 부대찌개 이야기나 강철진달래 이야기, 광장에서 커피 나눠주던 이야기 등등 대부분의 이야기에 실제 세 명의 인생이 담겨 있다고 밝혔고 이에 오동식 배우는 "이 작품이 좋은 건 선생님들의 실제 기억, 제 실제 기억도 담겨져 있어 단순히 연극, 연기가 아닌 실제 우리 이야기가 있어서 이 작품은 시간이 지나도 머릿속에 남지 않을까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이윤택 연출은 "예전엔 순극. 신극. 민족극. 민중극. 마당극 이런 말을 썼다. 저는 감히 말씀드리자면 이 작품이 '시민극'이라 하고 싶다. 시민에 대한 각성, 시민에 대한 소통을 시도하는 대단히 적극적으로 시민과 소통을 시도하는 행위. 시민연극이다"라며 이 작품의 의의를 밝혔다.

▲ 진행을 맡은 연희단거리패 김소희 대표.

한편, 연희단거리패는 '노숙의 시' 외에도 하반기 라인업을 발표했다. 연희단거리패 창단 20주년 기념공연 '억척어멈과 그의 자식들'이 9월 21부터 24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11월 22일부터 12월 17일까지는 30스튜디오에서 공연된다. 이외에도 '두개의 달', '길 떠나는 가족', 김소희 대표의 모노음악극 '내게 기적이 일어났다', 극단가마골의 '서푼짜리오페라-나는 깡패입니다' 등을 올리며 11월과 12월 종로 아이들극장에서 가족극페스티벌을 열고 '안데르센 - 미운오리와 인어공주', '눈의 여왕', '스크루지'를 공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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