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아티스트 에디터 강해인 starskylight@mhns.co.kr영화를 보고, 읽고, 해독하며 글을 씁니다. 좋은 영화는 많은 독자를 가진 영화라 믿고, 오늘도 영화를 읽습니다.

[문화뉴스 MHN 강해인 아띠에터] 오르되브르는 정식 식사에 앞서 식욕을 돋우기 위한 음식입니다. [영읽남의 오르되브르]는 관람 전, 미리 영화에 대해 읽어보는 코너입니다.

광주민주화운동은 다양한 작품에서 묘사되었다. 맨부커상을 받은 한강은 '소년이 온다'라는 무거운 작품으로 그날을 기록했다. 이 소설은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의 상황을 다양한 인물들의 시점으로 담아 아픔을 공유한다. 김지훈 감독은 '화려한 휴가'로 광주 민주화 운동을 담았고, 이는 그 날을 담은 영화 중 가장 많은 관객과 만났던 영화다. 이 영화 역시, 당시 광주 시민의 눈으로 그날을 깨웠다.

 

앞의 두 작품과 달리 '택시운전사'는 광주민주화운동을 외부자의 시선에서 바라본 영화다. 서울에서 뉴스로 광주를 접하던 게 전부였던 김만섭(송강호)과 독일 기자 위르겐 한츠피터(토마스 크레취만)가 역사적인 그날의 목격자로 등장한다. 이 두 외부인이 뜨거웠던 공간으로 들어가 어떤 일이 있었는지 직접 보고, 경악하고, 분노하며 광주 시민들과 유대감을 형성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 한국 최고의 배우 송강호가 있다.

 

 

 

이 영화 최고의 매력은 송강호의 얼굴이다. 그의 얼굴을 통해 그날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건 관객에게, 그리고 역사에게 큰 위안이 된다. 영화 속 김만섭은 대학생들의 사회 운동을 부정적으로 보고, 광주의 진실과도 동떨어진 외부인이다. 그리고 가정을 지키기 위해 돈이 되는 일은 무조건 해야 하는 소시민이기도 하다. '택시운전사'는 이런 소시민이 광주를 겪고, 무언가를 느끼는 시민으로 성장하는 영화이며, 송강호는 한 인간의 변화를 너무도 공감할 수 있게 연기한다.

 

민주 시민으로 성장하는 송강호의 모습은 자연스레 '변호인'의 송우석을 떠올리게 한다. 1980년대라는 유사한 시간, 그리고 역시나 시민을 억압하던 폭압적인 권력이 판을 치던 비정상의 시대를 송강호의 얼굴로 담았다는 것까지 '택시운전사'는 '변호인'과 유사한 것을 공유한다. 그리고 그 영화만큼이나 이 여름을 뜨겁게 할 것이다.

 

 

 

송강호의 얼굴은 비범한 사람이 대단한 일을 하는 모습이 아닌, 평범한 소시민의 거대한 용기를 보여주기에 특별하고, 몰입하게 한다. 언젠가 영화 관객은 이 폭압의 시대를 송강호의 얼굴로 기억하지 않을까. 그가 맡은 소시민 캐릭터들은 비범한 역사의 변호인이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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