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문화뉴스 김민경 기자

[문화뉴스 MHN 김민경 기자] 시청각에서 26일까지 그래픽 디자이너 홍은주의 개인전 '거의 확실한'이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 홍은주는 2000년대 이후 방영된 드라마 11편에 등장하는 인물과 사물들을 발췌하고 연구해 자신이 구축한 타임라인과 실제 시공간으로 데려온다. 서로 상관없어 보이는 사물들의 역사와 드라마에서 발췌된 등장인물들의 타임라인은 텔레비전 드라마라는 프레임 바깥으로 이동하고, 작가는 드라마 속 서사와 정서를 연기하기 위해 동원된 개별 사물과 인물의 동선에서 도려낸 외곽선으로 새로운 사물의 정렬을 만들어낸다.

▲ 홍은주, Merge 1, ~1974 (1~6), 1050mm x 1050 mm, Silkscreen on birch plywood ⓒ 서울시립미술관

전시장에 놓인 텍스트와 이미지는 그래픽 디자이너 홍은주가 연구하고 구조화한 실제 대상들과 모니터 속 작업의 세계를 교차한다. 숫자 1부터 150까지 일련의 번호가 붙은 사물들은 순차적이지도 정렬적이지도 않지만, 홍은주의 라인 드로잉을 통해 입체감 잃은 얇은 이미지로 포착된다. 한편 홍은주가 찾은 자료와 자료 사이의 공백을 채워 넣은 '거의 확실한' 또 다른 자료에 따라 인물들은 새로운 타임라인에 올라선다. 흥미로운 점은 시간에서 추출된 사물들은 라인 드로잉으로 이미지화되고, 드라마라는 화면 안에서 입체적으로 듬성듬성 움직인 인물들의 존재는 타임라인으로 나열된다는 점이다.

홍은주의 라인 드로잉 안에는 드라마 속 인물이 사물을 사용하거나 보았던 시점과 실물 사이즈가 붕괴하여 있다. 드라마 제작 시기, 드라마 속에 사는 인물의 당시 나이, 인물이 해당 사물을 손에 넣은 시기 등 작가가 정렬해내는 시공간은 서로 교차하며 각자의 옛 모습과 본래 모습, 그리고 미래의 상태를 공유한다. 홍은주는 여기서 현실에 존재했던 수많은 사물을 드라마 속 물건을 소유한 인물의 시점에서 복구해낸다. 복구가 가능한 것은 그가 많은 것들의 외곽 '라인'을 오랜 시간 따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이 테두리에 살을 어떻게 붙이느냐가 여러모로 가능한 것은 드라마가 그려내는 가짜 인물들의 진짜 욕망, 또는 욕망이 있어야만 그다음 이야기가 전개될 것이라 믿는 관람객과 그에 걸맞게 조직된 시대 감각 때문이다.

▲ ⓒ 서울시립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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