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양미르 기자·김미숙 인턴기자] "12년이 지났어도 맥퀸은 나의 '넘버원' 캐릭터다."

디즈니·픽사의 신작 애니메이션 '카3: 새로운 도전'이 지난 13일 개봉했다. '카3: 새로운 도전'은 최정상의 인기를 누리다 한순간 최대의 위기에 직면하게 된 레이싱 레전드 '맥퀸'과 최첨단 기술로 무장한 차세대 라이벌 '스톰'과의 대결을 펼치며, '맥퀸'을 돕는 조력자 트레이너 '크루즈'까지 등장해 애니메이션 명가 디즈니·픽사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개봉 첫 주 누적 관객수 288,565명을 모으며, '카'(2006년) 198,209명, '카2'(2011년) 221,069명의 첫 주 개봉 기록을 뛰어넘어 '카 시리즈' 중 최고의 첫 주 국내 흥행 기록을 세웠다.

이런 '카 시리즈'의 흥행엔 12년간 한결같이 '맥퀸'의 목소리를 맡은 성우 오인성을 비롯한 전문성우의 활약도 한몫을 했다. 이번 '카3: 새로운 도전'엔 김현심, 신용우, 장광, 기영도, 이선, 정유미 등 20여 명의 전문성우가 출연했다. 신구조화를 주제로 한 애니메이션답게, 신구조화로 이뤄진 성우진의 구성은 빈틈이 없다. 이중 '맥퀸'을 연기한 성우 오인성을 서울 강남구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에서 만났다.

1992년 KBS 23기 공채 성우로 데뷔해 25년간 다양한 분야에서 연기를 선보인 오인성 성우에게 '라이트닝 맥퀸'은 어떤 캐릭터인지, 지난해 "너 때문에 흥이 다 깨져 버렸으니까, 책임져"라는 애니메이션 '올림포스 가디언' 속 '디오니소스'의 대사가 유행한 소감, 같은 날 '비성우 더빙'으로 재개봉해 논란이 됐던 '너의 이름은.'과 관련한 이야기, 외화 더빙 시장의 위기 등을 들을 수 있었다. 먼저 영상 인사말을 살펴본다.

 

 

'카 시리즈'의 주인공인 '라이트닝 맥퀸'을 12년간 더빙했다.
ㄴ 12년 동안 주인공을 하고 있는데, 어마어마한 것이다. (웃음) 어떻게 보면 나는 '맥퀸'과 함께 성장했다. 나에게 '카 시리즈'가 특별할 수밖에 없는 게 극장용 애니메이션 주인공은 '카 시리즈'가 처음이기 때문이다. 그전까지만 해도 더빙 애니메이션 주인공 역은 당대의 스타 성우가 하는 분위기였다. 지금으로 따지면 박보검, 송중기 같은 친구들이 주인공을 해야 하는 분위기였다.

어느 날 지인이 나에게 오디션을 보라고 해서 얼떨결에 오디션을 보고 왔는데 됐다는 연락이 왔다. 연락을 받고 회사를 가보니 픽사였다. '왜 날 캐스팅했지? 미국 친구들의 듣는 귀는 다르구나'라고 생각했다. 처음 '카'를 더빙했을 때 우리말 연출 감독님과 많은 시간을 공들여서 진행했다. 첫 주인공 캐릭터였기 때문에, 노력도 많이 했고 그만큼 애정이 크다. 12년이 지났어도 맥퀸은 나의 '넘버원' 캐릭터다.

'맥퀸' 캐릭터를 처음 맡을 때 어떻게 준비했나?
ㄴ 우리 성우들은 사실 제작사가 디즈니이던, 극장용 애니메이션이던, 그냥 휙 지나가는 짧은 방송용 애니메이션이든 간에 준비하는 과정이 비슷하다. 어느 것 하나 허투루 하는 것이 없다. 항상 화면만 보고도 대사를 훑을 수 있을 수 있게, 비디오 필름이 닳아 없어질 정도로 열심히 본다. 평가는 관객이 해주는 것이지만, '맥퀸'은 처음 하는 장편 애니메이션 주인공이었기 때문에 그래도 조금은 다른 작품과 차별화되도록 힘들게 준비한 것 같다.

'카3: 새로운 도전'을 보면 12년의 세월이 지난 만큼, 목소리 톤의 변화가 느껴졌다.
ㄴ 보면서 약간 2% 아쉬웠던 부분이 '소리를 좀 더 노숙하게 했으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에서 라이벌인 '잭슨 스톰'(신용우 성우)하고 붙여놓고 보니까 '노장이라는 소리를 듣기엔 너무 젊게 하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부분과 관련해서 더빙 작업할 때, 감독님도 '시간이 많이 지났는데 12년 전과 같은 소리가 나올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감독님께서 '맥퀸'도 나이를 먹었으니 지금 네 소리 그대로 가라고 하셨다. 물론 예전처럼 소리를 만들면 나오긴 하겠지만, 그만큼 감성이 쫓아가느냐는 문제도 있다.

 

그때는 '맥퀸'도 나도 파릇파릇했고, 내가 처음 도전하는 애니메이션 주인공이라 정말 심혈을 기울였다. 그때는 '맥퀸' 자체가 젊음과 패기를 바탕으로 도전하는 캐릭터였다. 안하무인에 천방지축인 그런 점을 살리다 보니, 기본적으로 톤이 올라갔다. 이번 영화에서 짧게 회상 장면이 나오는데, 그 부분은 소리가 아마 다를 것이다. 그 장면은 톤을 많이 높여 녹음했는데, 감독님도 바로 "오케이" 해서 넘어갔다. 그런 걸 보면 지금도 젊은 목소리는 가능하지 않을까? (웃음) 물론 내 생각이다.

이번 '카3: 새로운 도전'은 성우진이 굉장히 화려하다. 20여 명의 성우가 더빙에 참여했는데, 함께 녹음했나?
ㄴ 따로 녹음했다. 요즘은 같이 녹음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규모가 작은 스튜디오들도 있다 보니, 각자 녹음하게 된다. 이럴 경우엔 믹싱했을 때, 합이 맞지 않으면 돌출되는 부분이 생긴다. 이 부분에서는 '다르게 했으면 어땠을까'라는 약간의 아쉬움이 생기는 경우도 발생한다. 그러나 그건 내 욕심이고, 전체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감독님의 말을 따르는 게 맞는 것 같다. 더빙을 하다 보면 아무래도 자기중심으로 하게 되기에, 작업이 산으로 갈 수 있다. 그 때문에 전체를 보는 감독님의 말을 따르는 편이다.

'카 시리즈'의 매력 포인트는 무엇인가?
ㄴ 이 애니메이션이 자동차 이야기이지만, 우리의 인생을 접목한 느낌이다. 내 인생 같기도 하다. 나도 지금은 어느 정도 위치에 서서 후배들의 길을 좀 열어줄 수 있는 그런 부분이 있다. 그리고 나 역시도 '새로운 도전'에 용기를 내야 할 시기라 생각한다. 그래서 '카'라는 영화가 내 인생같다고 본다.

평소 운전할 때 '맥퀸'처럼 달려보고 싶다 생각이 드나?
ㄴ 내 차가 3500cc다. 아내가 디자인이 예쁘다고 해서 멋모르고 차를 사게 됐다. 차를 사고 난 후 액셀러레이터를 그냥 딱 한 번 밟았는데, "부웅" 나가서 정말 사고 날 뻔했다. 그래서 '나는 이 과가 아니구나'라고 생각했다. "내가 바로 스피드"인데, 실제로는 스피드하면 겁난다. (웃음)

▲ 영화 '카3: 새로운 도전' 등장하는 '크루즈'(왼쪽)는 '맥퀸'(오른쪽)의 경기를 보고 자란 트레이너다.

말한 것처럼 '카3: 새로운 도전'의 '맥퀸'은 선배 역할로, 후배와 함께하면서 그 길도 마련해주는 역할을 한다. 본인의 상황과 비슷해 보인다. 그러나 후배 성우들의 현재 더빙 환경은 데뷔했을 당시와 완전히 달라 보인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ㄴ 내가 처음 성우를 했던 그 시절은 복 받은 시대였다. SBS가 개국했고, 프리랜서로 풀릴 무렵엔 케이블 TV가 개국했다. 그러다 보니 여러 곳에서 일이 엄청나게 많았다. 나중에는 시사할 시간이 없을 정도로 너무 바쁘게 일했다. 당시엔 인터넷을 이용한 시사(미리 영상을 보는 더빙 준비과정)도 아니었고, VHS 테이프를 받아다 집에서 시사하던가, 방송국에 가서 시사했었다. 요즘에는 그런 면에 있어서 속상하다. 일이 예전 같지 않고 더빙시장 자체가 죽어있는 상황이다 보니, 속상함과 더불어 아주 아쉽다.

최근에는 넷플릭스가 등장하면서 더빙시장이 이전보다 활성화가 되는 것 같지만, 전체적으로 어떤 성우들에게 골고루 혜택이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일선에서 일하는 PD분들이 '모시기 어렵다' 혹은 '부담을 조금 느껴서' 그런지 몰라도 나 정도 선에서 커트라인이 형성되는 느낌이다. 예전에는 더빙 외 예능 쪽에도 매우 많은 성우들이 투입됐다. 옛날에는 성우가 자막 대신 멘트를 넣고 했는데, 요즘엔 유행에 맞추다 보니 그런 것도 많이 없어졌다. 요즘엔 CM이나 홍보 같은 것들만 남아 있다 보니 어떻게 보면 우리 때보다 후배들이 안쓰럽다.

[문화 人] 성우 오인성 "너 때문에 흥이 다 깨져버렸으니 책임져, 어땠냐고요?" ② 에서 계속됩니다.

mir@mhns.co.kr 사진ⓒ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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