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있는 날·예술이 있는 삶을 빛냅니다…문화뉴스] '백조의 호수'는 전 세계 발레 팬들로부터 끊임없는 사랑을 받고 있는 클래식 발레의 대명사다.

궁중 무도회에서 최고 기량의 무용수들이 펼치는 화려한 춤도 장관이지만, 음울하고 신비로운 호수에서 스물네 마리 백조들이 차이콥스키의 극적인 음악에 맞춰 추는 환상적인 춤은 국립발레단의 대표 레퍼토리인 '라 바야데르' 중 3막의 쉐이드나 '지젤' 중 2막 윌리들의 군무 장면과 우위를 다투는 발레블랑(백색 발레)의 대표적인 장면이다.

원래 '백조의 호수' 이야기는 러시아에 널리 알려진 전설을 새롭게 구성한 것이다. 우리의 설화 '선녀와 나무꾼'과 비슷한 내용으로 한 사냥꾼이 여인으로 변해 호수에서 목욕하는 백조의 옷을 감춰 결혼에 성공하지만 몇 년 후에 옷을 다시 찾은 백조가 떠나간다는 내용이다. 차이콥스키는 볼쇼이 극장으로부터 이 새로운 발레의 음악을 만들어달라는 요청을 받는데, 이미 자기 조카를 위해 몇 년 전 백조 이야기를 작곡하고 있던 터라 흔쾌히 승낙했다.

이 발레가 오늘날까지 살아있는 명작으로 남게 된 것은 마리우스 프티파와 그의 조감독 레프 이바노프 덕분이다. 1895년 상트페테르부르크 마린스키 극장에서 이 두 안무가의 재안무로 소개된 '백조의 호수'는 대성공을 거두었으나 불행히도 차이콥스키는 이 발레의 성공을 보지 못하고 1893년에 숨을 거두었다. 이후 세계의 많은 안무가에 의해 다양한 버전들이 올려지고 있다.

유려한 차이콥스키의 음악과 감성을 자극하는 줄거리 때문에 이 작품은 그동안 수많은 안무자에 의해 다양한 형태로 만들어졌지만, 천재적인 악마가 왕자와 치열한 대결구도를 보이는 유리 그리가로비치 버전만큼 극적인 발레는 없었다. 안무자 유리 그리가로비치는 기존 '백조의 호수'에선 단순한 악마에 불과했던 로트바르트를 지그프리트 왕자의 무의식을 좌우하는 천재적인 악마로 묘사하여 '운명(악마)과 사랑(왕자)'의 치열한 싸움을 그림으로써 우리가 동화로만 알던 '백조의 호수'를 심리 묘사에 충실한 낭만 소설의 경지로 올려놓았다. 그래서 무용수들에게 그 어느 '백조의 호수'보다 치열한 긴장감과 뛰어나고 깊이 있는 연기력을 요구하고 있다.

   
 

비극과 행복한 결말이라는 두 가지 결말 중 국립발레단 공연에선 관객들에게 희망을 심어주기 위해 행복한 결말을 택했다. 유리 그리가로비치는 이를 위해 차이콥스키의 음악의 빠르고 경쾌한 풍을 살리는 방향으로 악보를 전면 재편집하는 열성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고전의 재해석, 또 다른 고전을 낳은 안무가로도 너무나 유명하다. 한 작품의 곡과 안무가 바뀌게 되면 그것은 이미 다른 작품이라는 견해를 피력한 그리가로비치는 1973년 이후 기존의 고전 작품들을 재창조하는 발레 개혁을 시작했다.

차이콥스키의 3대 걸작 '잠자는 숲 속의 미녀', '호두까기인형', '백조의 호수'와 글라주노프의 '라이몬다', 아당의 '지젤', 밍쿠스의 '라 바야데르', '돈키호테' 등이 그리가로비치에 의해 재해석된 작품들이다. 그의 천재성은 실패한 기존 작품들을 개정 안무하는 데서도 강하게 발휘됐는데, 웅장한 스케일과 역동적인 군무가 돋보이는 하차투리안의 '스파르타쿠스'와, 러시아 역사를 배경으로 발레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은 프로코피예프의 '이반대제'가 그리가로비치의 손에 의해 재탄생해 볼쇼이의 대표작이 된 작품들이다. 1964년 37세의 젊은 나이에 볼쇼이 발레단의 예술 감독으로 부임한 유리 그리가로비치는 부임 후 볼쇼이 발레단은 유럽의 발레 부흥기 속에서 1995년까지 33년 동안 90회가 넘는 해외 순회공연을 하며 일약 세계 최고의 발레단으로 발돋움하게 된다.

시간이 흘러도 시대와 세대를 넘어 언제나 감동을 주는 작품이 있다. 사람들은 이러한 작품을 일컬어 'Classics, 고전'이라 하는데, '백조의 호수'는 고전 발레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백조의 호수'는 전 세계 발레 팬들로부터 끊임없는 사랑을 받고 있는 클래식 발레의 대명사로 마법에 걸려 낮에는 백조로 변하는 공주 '오데트'와 그녀를 마법에서 구하려는 왕자 ‘지그프리트’의 사랑 이야기를 발레로 그린 작품이다. 가련한 백조 '오데트'와 욕망의 흑조 '오딜'을 연기하는 1인 2역의 프리마돈나, 궁중무도회 장면에서 화려한 기량을 뽐내는 무용수들, '지그프리트' 왕자의 또 다른 내면을 연기하는 '로트바르트' 등 다양한 인물들이 볼거리를 제공한다. 특히, 푸른 달빛 아래 신비로운 호숫가에서 추는 24마리 백조들의 군무는 발레블랑(백색발레)의 대표적인 장면으로 꼽히며 차이콥스키의 음악과 함께 진한 감동을 선사한다.

   
▲ 프리드만 포겔 ⓒ Roman Novitzky

국립발레단은 이번 공연에 현 슈투트가르트발레단의 수석무용수인 프리드만 포겔을 '지그프리트 왕자' 역으로 초청했다. 그는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김지영과 함께 24일과 25일 두 차례 공연할 예정이다. 프리드만 포겔은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태어났고, 몬테카를로 발레학교에서 발레 교육을 마쳤다. 다수의 국제발레콩쿠르에서 수상하며 그의 뛰어난 재능을 선보였다. 1997년엔 로잔콩쿠르에서 우승하고, 룩셈부르크콩쿠르와 이탈리아에서 열린 유로시티콩쿠르에서 금메달을 수상했으며, 1998년엔 미국 잭슨콩쿠르에서 우승했다.

1998년 9월에 그는 슈투트가르트발레단에 입단했으며 2002년에는 퍼스트솔리스트로 승급했다. 같은 해에 그는 캐나다 토론토에서 에릭 브룬 상을 받기도 했다. 프리드만은 2010년에 'Magazine TANZ'에서 전 세계 무용평론가를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 '올해의 무용수'로 선정되었으며, 2012년 6월엔 이탈리아 무용잡지 'Danza&Danza'가 뽑은 '최고의 남성무용수'로 선정됐다. 존 크랑코, 케네스 맥밀란, 조지 발란신, 제롬 로빈스, 지리 킬리안, 존 노이마이어, 윌리엄 포사이드, 웨인 맥그리거와 같은 안무가들의 작품과 클래식 작품에서 주역을 맡고 있다. 클래식 작품은 물론이고 다양한 모던 발레에 이르기까지 많은 무대 경험을 쌓았으며, 세계 여러 발레단의 초청을 받아 전 세계의 발레 팬들과 인사했다.

지난해 전회 모든 자리 매진을 기록하며 클래식 발레의 변함없는 인기를 증명한 국립발레단의 '백조의 호수'는 24일부터 28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린다. 평일 저녁 7시 30분, 토요일 오후 3시와 7시 30분, 일요일 오후 3시에 막이 오른다. R석 8만 원, S석 6만 원, A석 4만 원, B석 2만 원, C석 5천 원이며, 24일 '문화가 있는 날'엔 1층 5만 원, 2층 3만 원에 예매할 수 있다.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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