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아티스트 에디터 강해인 starskylight@mhns.co.kr
영화를 보고, 읽고, 해독하며 글을 씁니다. 좋은 영화는 많은 독자를 가진 영화라 믿고, 오늘도 영화를 읽습니다.

[문화뉴스 MHN 아띠에터 강해인] 정말 신선한 영화 한 편이 찾아왔습니다. 최근 '불한당'을 보고 영화의 스타일이 뛰어남을 언급했는데, '악녀'는 더 놀라운 장면을, 더 많이 가지고 있는 영화입니다. '악녀'도 칸 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초청되었는데, 이 부분에 초청된 영화는 극단적인 스타일을 추구한다는 공통점이 보이는 것 같네요. 작년 초청된 '부산행', 그리고 올해 '불한당'과 '악녀' 모두 고유의 색깔이 무척 강한 영화입니다. 오늘 짚어볼 '악녀'는 한국 액션 영화 전체를 놓고 봐도 독보적이고, 대단한 이정표가 될 작품입니다. 장황하게 시작한 '악녀'의 관람 포인트를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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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 여제 '김옥빈'

'여제'라는 말이 너무 자주 이용되어 상투적인 느낌이 없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악녀'의 김옥빈에겐 이 최고의 수식어를 꼭 붙여주고 싶었습니다. '악녀'는 여성 원톱 영화라는 희귀성에, 여성 액션이라는 도전성까지 더했죠. 그래서 돋보이고, 또 독보적인 면을 보입니다. 정병길 감독은 인터뷰에서 여성 액션의 벽을 깨보고 싶다고 밝히기도 했죠. 김옥빈은 액션 스쿨에 3개월간 꾸준히 나가 칼, 도끼, 오토바이 등 숙희가 사용할 도구들을 몸에 익혔다고 합니다. 좋은 운동 신경과 3개월의 훈련 덕에 대역 없이 영화의 90%가량을 소화했다고 하네요.

작품에 함께 참여한 배우들이 모두 김옥빈이 고생했을 것이라 말하는 걸 보면, 정말 치열하게 촬영했다는 게 예상이 됩니다. 재미있게도, 기자회견에서 가장 많이 쏟아진 질문이 그녀의 부상 여부였습니다. 칸에서도 그런 질문을 많이 받았다네요. 이런 노력 덕분에 '악녀'의 숙희는 정말 '역대급' 액션을 보여주는 여성 캐릭터가 되었습니다. 아니, 감독의 바람처럼 굳이 여성이라는 수식어가 없어도 국내에서 가장 멋진 액션을 보여준 캐릭터입니다. '킬 빌'의 우마 서먼이 부럽지 않을 정도라고 해도 괜찮을 것 같네요.

 

액션의 신세계 '정병길'

'내가 살인범이다'를 보신 분이라면, 다른 건 몰라도 액션의 신선함을 느끼셨을 것입니다. 하나만 꼽자면, 카 체이싱 장면을 말하고 싶네요. 속도감과 신선한 연출이 돋보였던 장면입니다. 정병길 감독은 액션 스쿨 출신으로 액션 장면의 연출에 많은 공을 들이고, 누구도 시도하지 않은 액션을 구현하기 위해 도전하는 연출자입니다. 이번엔 FPS 게임 시점을 활용해 몰입감과 생동감을 극대화했죠. 그리고 1인칭에서 3인칭을 오가는 카메라 시점과 역동적이고 현란한 카메라 워킹은 관객에게 화려하고 새로운 액션을 맛보게 해 줄 것입니다.

몇 가지 영화를 연상하게도 했는데, '하드코어 헨리'에서 보인 1인칭 시점의 몰입감, '올드보이' 장도리 씬의 재해석, 그리고 '내가 살인범이다'보다 더 스타일리쉬한 액션을 볼 수 있습니다. 어떻게 촬영했는지 감도 안 잡히는 장면이 많이 있을 정도로 촬영이 독보적입니다. 카메라 감독까지 와이어를 착용해, 액션 배우처럼 움직였다니, 분명 독특한 화면을 보실 수 있을 것 같네요.

 

차갑고 독특한 미장센

'악녀'는 화면을 채우는 색감이 매우 차갑습니다. 블루 톤의 조명을 써서 공간이 비현실적인 느낌과, 으스스한 불안감을 줍니다. 이런 빛은 스릴러와 공포 계열의 영화에 어울리는 빛인데 '악녀'는 이를 극단적으로 추구해 비디오 게임 같은 느낌마저 있습니다. 그리고 영화의 초반부 숙희가 머무는 공간 역시 디자인이 독특합니다. 다양한 분위기의 공간이 공존하는데, 기묘한 느낌을 조성하죠. 설정 자체가 비밀스럽고, 독특해 호기심을 자극하는 공간입니다. 저는 역시나, 이런 미장센에서도 비디오 게임을 연상했었습니다.

칸에 초청되었다는 수식어로 '악녀'를 계속 표현하는 게 식상하지만, '악녀'를 관람하면 '아, 이 정도 만들어야 칸에서 열광하는구나'라고 생각하실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굳이 칸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악녀'는 한국 액션 영화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고, 액션 수준을 한두 걸음이 아닌 수 걸음 진보시킨 작품입니다. 독특한 영상을 온전히 즐기기 위해선 무조건 스크린에서 보시길 권합니다. 아, '하드코어 헨리'를 보고 어지러웠던 분이 있을 수 있는데, '악녀'는 그 정도로 어지럽지 않으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피가 많이 튀지만 혐오스러운 장면은 없는 편이고요. 영화 재미있게 보시고, 저희 채널 구독 버튼도 꼭 눌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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