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애플씨어터의 안똔 체홉 원작 전 훈 번역 연출 벚꽃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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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대입구 안똔 체홉극장(아트씨어터문)에서 극단 애플씨어터의 안똔 체홉 원작, 전 훈 번역·연출의 <벚꽃동산>을 관람했다. 전 훈 대표가 성대입구에 안똔 체홉 전용극장을 개관하고, <갈매기>에 이어 <벚꽃동산>을 공연하고 있다.

<벚꽃동산>은 1998년 세종M씨어터에서 전 훈 연출로 서울시극단이 공연했고, 2004년 이해랑예술극장에서 역시 전 훈 연출로 극단 애플씨어터가 공연, 그리고 2015년 성대입구 아트씨어터문을 안똔 체홉 전용극장으로 바꾸고 <갈매기>에 이어 대장정에 들어갔다.

<벚꽃동산>은 1999년 키프로스, 프랑스, 그리스의 합작영화로 미할리스 카코지아니스(Mihalis Kakogiannis)가 제작·감독하고, 샬롯 램플링 (Charlotte Rampling) 라녭스까야 역, 앨런 베이츠 (Alan Bates) 가예프 역, 카트린 카틀리지 (Katrin Cartlidge) 바랴 역, 오웬 틸 (Owen Teale) 로빠힌 역, 투스카 버겐 (Tushka Bergen) 아냐 역, 잰더 버클리 (Xander Berkeley) 에삐호도프 역, 그리고 제라드 버틀러 (Gerard Butler), 앤드류 하워드 (Andrew Howard), 멜라니 린스키 (Melanie Lynskey), 이안 맥니스 (Ian McNeice) 등이 출연해 성공을 거두었다.

안똔 빠블로비치 체홉(1860~1904)는 러시아작가다. 단편소설의 선구자요 대가인 체호프의 단편집 한 권은 삶의 양식이 되기에 충분하다. 작품의 소재도 러시아 농민들의 삶이나 공무원들의 고생부터 말 도둑, 심지어는 추리소설도 집필했다.

가난한 집안의 가장이자 의대생이었던 체호프는 푼돈이라도 벌 목적으로 단편소설을 써서 출판사에 보낸 원고가 호평을 받으면서 본격적으로 전업 작가가 된다. 엄청난 수의 단편 소설을 집필한 것으로 유명하다. 1886년에는 무려 116편의 단편을 썼고 1887년엔 69편을 썼다. 체홉의 소설은 900여 작품에 이른다.

당시 러시아에서는 단어수로 원고료를 주었기 때문에 러시아 소설들은 분량이 굉장히 길었는데 체호프는 반대로 간결하면서도 흥미로운 글을 썼다.

체호프는 소설보다는 극작가로서의 명성이 더 높다. 러시아 근대문학에서 체홉을 소설가보다는 극작가로 칭한다. 부인 또한 잘나가는 모스크바 예술극단의 여배우였다.

1904년 1월 17일, 자신의 새 연극 <벚꽃 동산>이 초연될 때 그도 무대에 나와서 인사를 했는데 그의 창백하고 빈사의 백조 같은 모습에 관객들은 모두 "제발! 안똔 파블로비치를 병원으로 보내시오!" 라고 소리를 질렀고, 결국 체홉은 비틀거리다 쓰러진다. 곧 병원으로 실려가 치료를 받고 시골에서의 요양생활을 하면서, 체호프는 글쓰기를 다시 시작한다.

그러나 여섯 달도 못 되어 1904년 7월 2일 밤에 갑자기 고열로 신음하며 "난 죽는다!"하고 소리친다. 의사가 달려와 진료를 한 후 고개를 저으며, "마지막 가는 길에 포도주를 주도록 하세요." 이 말에 아내는 울기 시작했고 결국 마지막으로 포도주를 입에 머금은 그는 미소를 지으며 유언을 남긴다. "오랜만에 마셔보는 포도주인걸...맛이 좋아..." 그리고는 눈을 감고 44세의 젊은 나이로 요절한다.

안똔 체홉은 톨스토이가 무척 아끼던 후배였기에 그가 죽었을 때 몹시 슬퍼했다고 전한다.

<벚꽃동산>은 1960년대부터 국공립극단을 비롯해 각 극단에서 가장 많이 공연된 작품이다. 1967년 극단 광장의 이진순 연출의 <벚꽃동산>은 명 연극으로 기억에 남는다.

충무로 연극인회관에서 1980년대의 이원복 연출로 공연한 <벚꽃동산>도 기억에 남는다.

2010년 한·러 수교기념 연극 <벚꽃동산>을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러시아 연출가 지차트콥스키의 연출로 공연했을 때, 기존공연을 답습하지 말고, 새로운 해석이 필요하다는 말은 마음에 와 닿는다.

무대는 여러 개의 창이 달린 문짝을 출연자들이 이동시켜 장면변화에 대응한다. 복도를 향한 문이 되는가 하면, 벚꽃동산이 바라다 보이는 테라스 문으로도 사용된다. 낮은 장식장과 경대, 어린이 장난감 동물 인형, 피스톨과 장총, 통기타, 트렁크, 가방 등이 사용되고, 당시를 회상시키는 출연자들의 의상도 제격이다. 직접 기타를 연주하며 부르는 노래나, 모두 함께 춤을 출 때의 무곡, 그리고 마술사의 등장도 어울리고, 관객을 극에 집중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 연극에서는 <벚꽃동산>이 상징물로 강조된다. 여지주 라녭스까야 에게는 <벚꽃동산>은 아름다운 추억이고 영원히 간직하고픈 대상물이다. <벚꽃동산>은 그녀가 태어나 살았고 과거의 추억이 그대로 살아 숨 쉬는 곳이다. 그렇기에 그녀는 마지막 남은 <벚꽃동산>의 순수성을 잃어버리기 싫고 그대로 보전 했으면 하고 바란다. 반면에 비록 농노의 아들이지만 기업가 자질과 경제적 능력이 있는 로빠힌에게는 기회의 터전이다. 현재의 <벚꽃동산>은 결국은 사라져버릴 운명이기에, 차라리 그곳을 개발하여 새로운 세상을 준비하려는 안목을 로빠힌은 갖고 있다. 서로 상반된 의견, 보전이냐 개발이냐를 놓고, 과거의 추억을 쫒는 이들은 결국 몰락하고, 미래를 쫒는 사람은 이 <벚꽃동산>을 새롭게 출발하는 발판으로 삼는다. 어쩌면 <벚꽃동산>은 19세기의 제정 러시아의 상황이지만, 21세기 우리의 현실과도 비교된다. <벚꽃동산>이 기존의 사회 질서의 전통과 순수함을 대변 한다면, 이를 베어 버리고 개발을 하는 것은 후천개벽을 의미 한다. 이 극에 등장하는 80세 후반의 늙은 하인 피르스는 과거와 현재를 모두 격은 인물로써 구시대를 그저 묵묵히 지켜본 방관자 중 하나이다. 그의 마지막 독백처럼 홀로 남은 그는 결국 과거와 함께 죽을 수밖에 없다. 또한 떠나는 사람들의 이별 소리는, 과거의 유물을 떨쳐버리고 새롭게 시작하러 떠나라는, 안똔 체홉이 그 마지막 희곡을 통해 만인에게 전하는 충고로 느껴진다.

최대웅, 최원석, 주유랑, 김대건, 이동규, 백현욱, 염순식, 이도우, 장정인, 유영진, 조 환, 서석규, 이정주, 이진하, 황찬호, 이은주, 조수정, 김미송, 안나영, 김정경, 김원경 등 출연자 전원의 호연과 열연, 그리고 성격창출이 관객의 갈채를 이끌어 내고, 극단 애플씨어터의 발전적인 장래를 예측케 한다.

예술감독 임경식, 무대디자인 Dmitree jh, 음향디자인 Nikita 프로젝트, 조명 Team XL, 의상 Ari Moda, 일러스트 레시이 지메일컴, 안무 Andrei Kevrin, 작곡 Gerashim Petrin, 조연출·드라마트루기 임주희, 연출부 신소민, 우소영, 무대감독 김정현, 협회 매니저 임주희, 티켓 매니저 최윤후, 하우스 매지저 김병국 등 스텝 모두의 열정과 노력이 일치되어, 극단 애플씨어터의 안똔 체홉 작, 전 훈 번역·연출의 <벚꽃동산>을 새로운 시각과 감각의 고품격, 고수준의 걸작연극으로 탄생시켰다.

[글] 문화뉴스 공연칼럼니스트 박정기(朴精機) artieto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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