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마와 피해자 유족 간 이뤄지는 갈등
철학적 소재 대비 짧은 러닝 타임 아쉬움
중독성 있는 넘버, 타이틀 넘버 흡입력은 부족
정원영, 원태민 등 출연...뛰어난 가창력, 노련한 연기력 돋보여
6월 1일까지 예스24스테이지3관

사진 = ㈜아트로버 컴퍼니 제공 / [리뷰] 뮤지컬 '이프아이월유', 적과의 불편한 동거...숨막히는 심리전 속 밝혀지는 진실
사진 = ㈜아트로버 컴퍼니 제공 / [리뷰] 뮤지컬 '이프아이월유', 적과의 불편한 동거...숨막히는 심리전 속 밝혀지는 진실

[문화뉴스 이준 기자] 서로의 신분을 바꾼다는 신선한 소재와 철학적인 내용이 어우러져 여운을 남기는 뮤지컬 '이프아이월유'다.

'이프아이월유'는 사실을 기반으로만 소설을 쓸 수 있어 사람을 죽이며 글을 작성하는 수현과, 수현에게 음독으로 살해된 피해자의 형제인 인호의 복수극을 뮤지컬 형식으로 각색했다. 아트로버 컴퍼니가 제작했으며 작·연출은 정찬수, 작곡·음악감독은 한혜신이 맡았다.

제목 '이프아이월유'(If I were you)는 '내가 만약 너였더라면 나는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라는 의미다.

사진 = ㈜아트로버 컴퍼니 제공 / [리뷰] 뮤지컬 '이프아이월유', 적과의 불편한 동거...숨막히는 심리전 속 밝혀지는 진실
사진 = ㈜아트로버 컴퍼니 제공 / [리뷰] 뮤지컬 '이프아이월유', 적과의 불편한 동거...숨막히는 심리전 속 밝혀지는 진실

참신한 소재 장점, 90분 짧은 러닝타임 아쉬워

철학적인 소재를 극 속에 녹여 만들었다. 

수현은 스스로를 사회악이라 칭하며 사회에 대한 불만을 살해를 통해 표출한다. 피해자가 살아있었더라면 생기게 될 사회적 피해를 방지하고자 살해를 했다는 점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살인에 대한 생각을 다양하게 갖게 만든다. 

그러나 어려운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짧은 러닝타임(90분)에서는 스토리 전개가 빠른감이 있어, 생각을 하기 위한 시간이 부족했다. 그러한 부분이 연극이 끝났을 때 깊은 여운을 주기 어려웠다.

뮤지컬 속 수현과 인호는 서로의 신분을 바꾸기 위해 역할극을 한다. 인호는 '내가 너였다면' 어떻게 행동할 것인 지에 대한 행동과 심리 변화를 묘사한다. 그러나 수현은 인호의 역할을 연기하면서도 피해자 유족의 마음을 공감하지 못하고, 단지 소설을 작성하기 위해 인호를 맞춰주는 사이코패스적인 면모를 보이는 점을 보인다.

이러한 부분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선과 악을 정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매력적인 캐릭터 설정과 살인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극 속에 녹아내린 것에 비해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극 속 인호와 수현의 역할이 계속해서 빠르게 변경돼 따라가기가 어렵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가해자의 집에 직접 찾아가며 조수로서 일을 하면서 단서를 찾는 것과 두 배우의 고도의 심리전,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동생의 복수를 하는 인호 등 참신한 소재들은 이 뮤지컬의 백미(白眉)다.

또한, 뮤지컬 속 인호와 수현이 첫번째 피해자인 인호의 동생 살해 당시 배경을 묘사하는 장면은 높이 살만하다. 수현은 "비였나? 아니 눈이었을거야"라고 말하자 유족인 인호는 "아니 확실히 눈이었어"라고 답한다.

가해자인 수현은 자신이 저지른 행위에 대해서 자세히 기억하지 못하고, 가족을 잃어 원통한 피해자의 가족은 시간이 지나도 잊지못하는 점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점이 좋았다.

사진 = ㈜아트로버 컴퍼니 제공 / [리뷰] 뮤지컬 '이프아이월유', 적과의 불편한 동거...숨막히는 심리전 속 밝혀지는 진실
사진 = ㈜아트로버 컴퍼니 제공 / [리뷰] 뮤지컬 '이프아이월유', 적과의 불편한 동거...숨막히는 심리전 속 밝혀지는 진실

연출과 무대, 소극장임에도 화려

극이 진행되는 곳은 수현의 사무실이다. 타자기, 앤틱(antique)한 가구와 뮤지컬 속 주요한 소재인 찻잔, 목재 가구 등이 1945년 경성을 표현해 연극에 몰입을 높인다. 등장인물의 복장 또한 그 당시 시대 분위기를 보여준다.

조명이 핵심이다. 어두운 배경 속 창가에 새어 들어오는 햇빛이 배우에게 비춰지며 그 분위기를 대변했다. 또한, 조명 색상을 다양하게 사용하며,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이야기 진행이 자연스럽게 이어지게 만들었다.

극 중 타자기를 누르는 부분은 가장 신경을 썼다고 느껴진다. 뮤지컬 넘버 박자와 어우러지는 타자기 소리가 급박한 상황을 표현하기 좋았다.

배우들의 표정 묘사를 자세히 지켜볼 수 있다는 점도 소극장만의 매력이다.

사진 = ㈜아트로버 컴퍼니 제공 / [리뷰] 뮤지컬 '이프아이월유', 적과의 불편한 동거...숨막히는 심리전 속 밝혀지는 진실
사진 = ㈜아트로버 컴퍼니 제공 / [리뷰] 뮤지컬 '이프아이월유', 적과의 불편한 동거...숨막히는 심리전 속 밝혀지는 진실

귀가 즐거워지는 가창력과 중독적인 멜로디...타이틀 넘버는 아쉬워

넘버는 'Overture', '흔적을 남긴다', '아무것도 아닌 사람', '보이지 않는 실', '소설이 시작된다' 등 16개로 구성된다.

또한, '아무것도 아닌 사람'과 '보이지 않는 실'은 이야기 전개 중 중요한 부분에 나오는 넘버다. 중독적인 가사와 멜로디로 극이 끝난 후에도 흥얼거리게 하는 점이 좋다. 

'데칼코마니', '내가 너였다면'과 같이 뮤지컬 속 제목으로 선정된 만큼 가장 공을 들였을 것으로 추측되지만 상대적으로 흡입력이 부족한 경향이 있다.

뛰어난 연기와 가창력...모두가 'GOAT'

이번 시즌 수현 역은 오종혁, 정원영, 백인태, 인호 역은 황민수, 원태민, 조성태, 차규민이 연기한다.

이 중 원태민과 정원영은 뛰어난 실력을 과시했다. 그에 맞춰진 넘버도 주인공들의 개성을 표현하기 충분했다. 또한 흡입력 있는 연기와 두 배우의 호흡, 매력적인 목소리는 두 명임에도 불구하고 풍부한 음향을 만들어냈다.  

원태민은 뛰어난 가창력으로 관객을 극 속으로 홀리게 만들었다. 독백 연기 중 심리 표현에서 아쉬웠으나 그외 연기에서는 안정적인 모습과 노래를 이어가며 극을 완벽하게 마무리했다. 정원영은 베테랑다운 노련한 연기로 매력적인 악역을 그려낸 점이 돋보인다.

사진 = ㈜아트로버 컴퍼니 제공 / [리뷰] 뮤지컬 '이프아이월유', 적과의 불편한 동거...숨막히는 심리전 속 밝혀지는 진실
사진 = ㈜아트로버 컴퍼니 제공 / [리뷰] 뮤지컬 '이프아이월유', 적과의 불편한 동거...숨막히는 심리전 속 밝혀지는 진실

한편 '이프아이월유'는 오는 6월 1일까지 서울 종로구 예스24스테이지 3관에서 공연된다. 

극의 흐름상 피를 연상시키는 장면, 총과 칼과 같은 소품이 등장한다. 또한, 고함을 지르는 장면과 순화되지 않은 표현들이 있어 관람시 참고하면 좋겠다.

문화뉴스 / 이준 기자 press@mhns.co.kr

[사진 = 아트로버 컴퍼니 제공]

주요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