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스모크', 오는 2월 4일까지 링크아트센터 공연
이상 '날개' , '오감도' 인용한 넘버

사진= 뮤지컬 '스모크' 공연 장면 / 더블케이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 뮤지컬 '스모크' 공연 장면 / 더블케이엔터테인먼트 제공

[문화뉴스 전민서 인턴기자] 작가 이상을 모티브로 한 뮤지컬 ‘스모크’가 대학로에서 공연을 이어가고 있다.

뮤지컬 ‘루드윅 : 베토벤 더 피아노’, ‘은밀하게 위대하게’ 등을 연출한 추정화 작가의 ‘스모크’가 지난해 11월 링크아트센터에서 개막했다. ‘스모크’는 모더니즘 문학의 대표 작가 중 하나인 이상을 소재로 해 그의 복잡한 내면을 그린 작품으로 2016년 트라이아웃 공연을 올린 뒤 세 번째 시즌을 맞았다.

때는 1930년대 일제강점기, 초와 해는 함께 바다로 떠나기 위한 돈을 벌기 위해 미츠코시 백화점의 딸 홍을 납치한다. 초는 해에게 홍에게 휘둘려서는 안 된다고 신신당부한 뒤 외출하는데, 해는 초와의 약속을 어기고 홍을 묶은 밧줄을 풀어버린다. 이후 서로의 이야기를 공유한 해와 홍은 서로에게 친근감을 느끼고 다가가지만 그 순간 초가 나타나 짧았던 평화를 깨부순다.

27살의 젊은 나이로 삶을 마친 대문호 이상. 뮤지컬 ‘스모크’는 그러한 이상의 삶 속 괴로움과 꿈을 시적 가사와 음으로 녹여냈다. 인물들은 과연 ‘빨간 시작과 ‘파란 끝’이 담긴 바다로 향할 수 있을까.

사진= 뮤지컬 '스모크' 공연 장면 / 더블케이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 뮤지컬 '스모크' 공연 장면 / 더블케이엔터테인먼트 제공

뮤지컬 ‘스모크’는 초와 해, 홍이 등장하는 3인극이다.

초는 폐병을 앓는 시인으로 일본 검열관은 물론 대중 역시 자신의 시를 이해하지 못하자 마침내 작문을 포기하고 바다로 떠나려 한다. 바다로 가려면 홍을 납치해야 한다고 해를 꾀거나 홍의 존재가 해에게 독이 될 뿐이라며 해의 혼란을 초래하는 인물이다.

해는 어린아이 같은 순수함을 지닌 청년이다. 바다를 향한 꿈에 부풀어있으며  초와 함께 바다로 떠나 그림을 그리고자 한다. 납치범답지 않은 선한 성정으로 홍과 따듯한 이야기를 나누고,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는 초의 시를 진지하게 읽고 해석한다. 극 중후반부 그는 초와 홍의 갈등 사이에서 혼란을 겪는다.

사진= 뮤지컬 '스모크' 공연 장면 / 더블케이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 뮤지컬 '스모크' 공연 장면 / 더블케이엔터테인먼트 제공

해와 초의 필요에 의해 납치당하며 등장하는 홍은, 초와 달리 밝고 희망찬 내일을 그리는 캐릭터다. 홍은 바다로 가고 싶어 하는 해에게 자신이 본 파란 바다와 빨간 노을을 생생하게 묘사해준다. 해에게 더없이 다정한 홍은 초와는 계속해서 충돌하며 설전을 벌인다.

해는 모르는 그들의 이면에 비밀을 숨긴 듯한 초와 홍. 두 사람이 감춘 진실은 무엇일까.

‘스모크’는 넘버와 대사에서 작가 이상의 작품을 다수 인용한다. 제목을 인용한 ‘거울’이나 ‘날개’뿐만 아니라 노랫말 속에 ‘종생기’나 ‘오감도’ 등의 시구를 넣어 뮤지컬을 한층 더 문학적으로 만든다.

사진= 뮤지컬 '스모크' 공연 장면 / 더블케이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 뮤지컬 '스모크' 공연 장면 / 더블케이엔터테인먼트 제공

큰 기복없이 평화롭게 흘러가던 극은 중반부 잠든 해를 뒤로 초와 홍이 싸움을 시작하며 긴장감이 높아진다. 특히 초에게 '너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세상과 싸우라'며 외치는 홍의 노래는 무대를 꽉 채울 만큼  폭발적이다.

무대 연출 역시 인상적이다. ‘거울 속의 나’를 표현하기 위한 색색의 조명과 거울에 비친 상처럼 똑같이 움직이는 배우들의 안무는 뮤지컬 ‘스모크’가 가진 개성을 십분 보여준다. 공연 시작부터 끝까지 줄곧 무대 가운데 존재하는 딱딱한 나무 책상 역시 초와 홍, 해가 서로를 마주보는 '거울'같은 공간으로서 작용한다.

관객에게 진상을 숨기고 결말로 나아가는 전개는 초와 홍 두 사람을 지켜보는 해의 머릿속처럼 어지럽다. 인용되는 이상의 시 또한 단번에 알아듣기 쉬운 내용이 아니라 혼란은 가중되지만, 그런 과정을 거쳐 도달한 결말은 이때까지의 혼잡함이 의도적이었음을 눈치채게 한다.

사진= 뮤지컬 '스모크' 공연 장면 / 더블케이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 뮤지컬 '스모크' 공연 장면 / 더블케이엔터테인먼트 제공

마지막 넘버 '날개'에서 자신의 내면을 외면하고 순진한 척했던 해의 정신적 성장이 엿보인다. 연기가 되어 날아가길 꿈꾸는 세 사람이 함께 완창하는 '날개'는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벽을 마주하더라도 있는 힘껏 나아가자는 뜻을 담고있다. 

세상의 벽을 깨고 나와 앞으로 나아가기로 결정한 초, 해, 홍처럼 삶의 어느 순간 장애물을 맞닥뜨렸을 때 한바탕 '유쾌하게 웃'어본다면 또다른 길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한편 뮤지컬 ‘스모크’는 오는 2월 4일까지 대학로 링크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초 역은 김재범, 김경수, 정민, 박정원, 해 역 강찬, 손유동, 홍승안, 홍 역 김지유, 김청아, 장보람, 최지혜가 출연한다.

문화뉴스 / 전민서 기자 press@mhns.co.kr

주요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