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람일: 2023.12.06
캐스팅: 최재림, 카이, 조정은, 김수하, 임기홍, 김영주, 김성식, 김수하, 김경록, 류인아 외
장소: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
좌석: 1층 7열 우측 통로

"분노한 민중들의 노래가 들리는가?"

'레미제라블'은 혼돈에 뒤덮인 19세기 프랑스를 살아가는 불쌍한 사람들(Les Misérables)의 이야기를 다룬 뮤지컬이다. 빅토르 위고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이 작품은 전 세계인들의 열렬한 사랑을 받으며 무려 37년간 무대에 오르고 있다. 한국에서는 2012년 초연, 2015년 재연 후 8년 만에 돌아와 관객들과 만난다. 웅장한 넘버와 풍부한 서사, 빛나는 캐릭터까지, 그야말로 세기의 명작이라 불리는 이 뮤지컬이 우리나라에 돌아온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관람 전부터 들뜬 마음이었다.

사진=강시언 / [리뷰] 뮤지컬 '레미제라블', 시대의 장벽을 뛰어넘는 명작의 저력
사진=강시언 / [리뷰] 뮤지컬 '레미제라블', 시대의 장벽을 뛰어넘는 명작의 저력

 

뮤지컬 '레미제라블'은 빈틈없이 빼곡하게 채워진 캐스팅보드에서 보이듯 수많은 인물의 이야기로 채워진다. 굶주린 조카를 위해 빵을 훔쳤다가 19년간 가혹한 옥살이를 한 장발장, 딸 코제트를 살리고자 파리의 더러운 뒷골목을 전전하던 판틴,  불쌍한 사람들이 버려지는 사회를 바꾸려 혁명의 불꽃을 불태우는 학생 앙졸라, 지옥 같은 현실 속에서도 사랑을 꽃피우는 마리우스와 코제트까지.

이 불쌍한 사람들의 기구한 인생과 다양한 사연을 어떻게 180분이라는 러닝타임에 다 담을 수 있을까 싶지만 '레미제라블'은 그 어려운 일을 훌륭히 해낸다. 이들이 전하는 희망과 사랑, 정의, 연대의 메시지는 손에 손을 잡고 단단히 묶여 하나의 대서사시가 된다. 꼭 붙잡은 손끝에서 느껴지는 '함께'의 의미는 길고 긴 시간을 지나 현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커다란 울림으로 다가온다.

방대한 양의 스토리를 풀어내느라 부족해진 인물들의 감정선을 메우는 것은 탄탄한 넘버들이다. 뮤지컬 '레미제라블'은 가슴이 벅차오르는 장엄한 넘버, 통통 튀듯 익살스러운 넘버, 처연한 멜로디의 감성적인 넘버까지 각기 다른 매력의 다채로운 넘버들로 가득하다. 수많은 넘버들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데다 필요한 장면에 적절히 사용된다. 소위 '거를 넘버가 없다'는 말이 절로 나오게 만드는 것이다. 거기다 영리한 리프라이즈 활용과 각기 다른 선율이 모여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합창까지,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도 많은 느낌이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품이니만큼 무대와 연출도 대단히 화려하고 특출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했으나 전체적으로 평이했다. 무대는 가장자리에 돌출부를 설치하여 사용 면적을 조금 넓힌 것 빼고는 이렇다 할 특징이 없었으며, 특수효과 및 연출도 무난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무대를 꾸미는 배우들의 수가 워낙 많은 데다 배경이 바뀌는 텀이 짧기에, 무대 연출에 있어 힘을 덜어낸 점이 오히려 좋은 선택이 아니었나 싶다.

다만 조도가 상당히 낮아 디테일한 무대 요소를 파악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다는 점은 아쉽게 느껴진다. 무대 음량도 평소에 비해 상당히 작게 느껴졌는데, 노래의 감동이 반감되는 듯하여 이 또한 개인적으로 매우 아쉬웠다. 같은 불편을 호소하는 관객들이 많다면 더 나은 공연을 위해 개선을 고려해 봄 직하다고 여겨진다.

관람 당일,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시나리오 작가 알랭 부브리가 공연 종료 후 잠시 무대에 올라 인사와 소감을 전했다. 그중 이 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처음 이 작품을 만들었을 때 자신의 나이가 지금 이 무대에 선 배우들과 비슷했는데 이렇게 젊은 배우들, 배우 지망생들이 아직도 이 작품에 참여하고 싶어 한다는 것이 놀랍다. 그리고 그보다 훨씬 어린 사람들까지 이 작품을 보러 와 주었다는 것이 더욱 놀랍다.

알랭 부브리의 말처럼 뮤지컬 '레미제라블'은 시대를 뛰어넘은 예술의 힘, 그 저력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변하지 않는 가치를 간직한 이 보물 같은 작품이 앞으로도 오래도록 무대에 남아 수 세기 뒤에도 감동과 환희를 전해주기를 바란다. 

문화뉴스 / 강시언 kssun081@naver.com

주요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