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문화재단 '문화예술 인공지능 기술, 어디까지 왔나?' 포럼 열어

▲ 영화 '바이센테니얼 맨'(1999년)의 한 장면. 로봇 '앤드류'(왼쪽, 로빈 윌리엄스)가 공예를 하고 있다.

[문화뉴스 MHN 양미르 기자] "우리나라도 2~3년 후에 심사하시는 분들이 작품을 보고 나서, 사람이 쓴 것인지, 소프트웨어가 쓴 것인지 고민할 날이 올 것이다."

지난해 6월, 온라인 매체 '아르스테니카'는 한 편의 SF 영화를 유튜브에 공개했다. 인공지능 '벤자민'이 쓴 시나리오로 만들어진 8분 분량의 단편영화인 '선스프링'이다. 우주 정거장의 한 사무실엔 남자 두 명과 여자 한 명이 삼각관계처럼 보이는 갈등을 겪으며, 대화를 나눈다. '벤자민'을 만든 컴퓨터 과학자 로스 굿윈은 1980~90년대 SF 영화 대본 수십 개를 '벤자민'에게 입력했고, 이 대본을 공부한 '벤자민'은 딥 러닝 기술로 '선스프링' 시나리오를 쓰게 됐다. 이처럼 문화예술 분야에서 인공지능은 어떻게 다가오게 될까?

17일 오후 서울 마포구에 있는 마포아트센터 스튜디오 Ⅲ에서 마포문화재단(대표이사 이창기)이 주최하는 '문화채널 마포-수요예술포럼' 행사가 열렸다. 문화예술단체, 예술가, 언론인, 교수, 문화예술후원기업인, 관련학과생 등을 대상으로 '수요예술포럼'은 문화예술 활동가들의 정보교류, 협업, 문화예술 트렌드 분석 등을 위해 마련됐다. 이번 포럼에서 소셜컴퓨팅연구소 한상기 소장은 '문화예술 인공지능 기술 어디까지 왔나'라는 주제로 문화예술 트렌드 특강을 진행했다.

▲ 한상기 소장이 강연을 하고 있다.

한상기 소장은 "매우 많은 기업이 인공지능에 투자하고 있다"라며, 인공지능을 전공한 박사나 흥미로운 기술이 있다면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삼성도 사고 있다. 초기엔 사람의 지식을 많이 집어넣고, 추론할 수 있는 엔진을 넣어 사람만큼 똑똑한 시스템을 만들고자 했다.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아채고, 현재는 매우 많은 데이터를 통해 소프트웨어는 이미지, 음성을 학습해 번역 및 판단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딥 러닝'이라는 말을 쓴다. 인간의 '뉴런 네트워크'의 단순화된 모델을 만들어, 그 형식으로 데이터 학습하고 다른 데이터가 들어오면 판단하는 소프트웨어"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한 소장은 "1980년대 후반에는 속도가 아주 느렸던 기술이었다"라며, "지금 메모리는 무제한급으로 올라온 세상이라 과거 원했던 방식이 실현 가능해졌다. 최근들어 좋은 알고리즘도 나오면서, 완전히 새로운 방식의 인공 신경망을 기본으로 한 '딥 러닝'이 모든 분야에 사용되고 있다. 로보틱스, 커머스, 세일즈 분야 등인데 문화예술의 크리에이티브 분야로도 들어설 수수 있다"라고 말했다.

한 소장은 그 예로 '로봇 저널리즘'을 소개했다. 최근 기사 중 스포츠 기사, 기업 실적 보고서, 증권, 화산 폭발·지진 발생 등은 기자가 쓰지 않고 소프트웨어가 쓰고 있다는 의미다. 한 소장은 "소위 말하는 인턴 기자는 기사를 쓸 이유가 없어지고 있다"라고 언급했다. 또한, 구글 AI는 영화 스크립트 학습으로 대화하기 시작했다. 이 모델은 '인생의 목적'을 묻자, '영원히 살기 위한 것'이라고 대답했고, '비도덕적인 것'이 무엇인지 묻자, '당신이 아이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답했다.

구글의 AI는 시를 쓰는 소프트웨어를 만들기도 했다. 3,000개의 로맨스 작품이 포함된 11,000권의 출판되지 않은 책을 입력했는데, 기계가 인공지능을 갖추었는지 판별하는 시험인 '튜링 테스트'가 이뤄졌다. 그 결과는 문학지 당선이었다. 프로그램을 만든 대학생의 이야기를 언급한 한 소장은 "현재는 간단한 소네트 구조이지만, 포스트 모더니즘과 해체주의와 관련한 시를 써 내려 간다면 심사위원이 혼동할 것이다. 우리나라도 2~3년 후에 심사하시는 분들이 작품을 보고 나서, 사람이 쓴 것인지, 소프트웨어가 쓴 것인지 고민할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 한상기 소장이 강연을 하고 있다.

소설도 등장했다. 러시아에서는 '안나 카레니나'를 무라카미 하루키의 문체로 옮겨진 2008년 작품 '트루 러브'가 베스트셀러가 됐다. 문학상인 '호시 신이치 상'에 도전한 일본 공대도 등장했다. 필립 파크너 경제학자는 2012년 단순한 형태로 책을 쓰는 방법을 만들어 내, 전자책 20만 권 이상의 책을 발행했다. 또한, 지난해엔 '해리 포터'를 '딥 러닝'해서 다시 작성한 책이 등장했다.

미술 분야에서도 인공지능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한상기 소장은 "오래전부터 유전적 알고리즘, 프랙탈 구조를 디자인하시는 분들이 있다"라며, "그러다 로봇을 만들기 시작했고, 로봇은 음악과 주변의 상황을 이용해 추상화를 그렸다. 추상화의 결과물에 대한 판단이 힘든 상황인데, 독일에서 만들어진 'E-David'는 이미지를 인식한 후 그 이미지에 가까운 그림을 만들어낸다. 구글의 '딥 드림'도 이미지를 인식한 후 영화 '인셉션'에서 따온 이미지 합성 알고리즘인 '인셉셔니즘'으로 작품을 만들어낸다"라고 소개했다.

'딥 러닝'의 성과는 지난해 등장한 '넥스트 렘브란트'를 통해 화제가 됐다. 렘브란트의 화법을 재현해 새로운 작품을 만든 것이다. 한 소장은 "앞으로 어떤 이가 잃어버린 거장의 작품을 찾았다고 거짓말을 할 수도 있다"라며, "과거에 존재하고, 지금은 돌아가신 수많은 아티스트를 불러낼 수 있다. 이것은 어려운 미학 토론이 될 수 있다. 과연 그 작품에 예술성과 작품성이 있는가다"라고 언급했다.

▲ '넥스트 램브란트' 소개 영상 ⓒ '넥스트 램브란트' 공식 유튜브

 

인공지능의 발달은 영화 소재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 소장은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1968년)에서는 사람의 입 모양을 토대로, 인공지능 'HAL 9000'이 자신을 억제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주의할 인물을 제거하려 한다. 인공지능 분야에서 가장 철학적인 내용을 담은 영화다. 이 밖에도 '블레이드 러너'(1982년), '에이 아이'(2001년), '마이너리티 리포트'(2002년), '그녀'(2013년), '엑스 마키나'(2015년) 등 영화나 '웨스트월드: 인공지능의 역습'(2016년) 드라마를 통해 인공지능의 미래를 고민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영화 분야에서는 '벤자민'이라는 소프트웨어가 시나리오를 만들었다. 또한, 사람이 만든 것과 차이는 있지만, 루크 스캇 감독의 영화 '모건'(2016년) 예고편은 IBM의 인공지능인 '왓슨'이 만들었다. '왓슨'은 공포 영화의 예고편 100편을 분석해 '모건'의 예고편을 만들었다. 음악 분야에서도 인공지능이 만들어낸 작품을 팔고 있다. 한 소장은 "'주크덱'이라는 사이트에서는 영상의 분위기에 맞춰 자동으로 작곡해 무료 음원을 만들어주고 있다"라며, "이제는 배경음악을 만들 때, 음악 작곡가와 논의할 필요가 없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처럼 인공지능의 발전은 하루가 다르게 성장 중이다. "인공지능이 현재 문화예술과 관련해 직접적인 생각은 하고 있지 않지만, 우리가 착각할 정도로 뛰어난 생각을 하는 수준에 와 있다"라고 언급한 한 소장은 "향후 저작권의 문제, 알고리즘에 의한 차별, 편견, 왜곡 문제, 인공지능 기술의 윤리적 문제, 인공지능 기술 활용에 의한 격차 문제, 인공지능 시스템과 인간의 새로운 관계 설정, 인공지능의 책임과 권리문제 등 풀어야 하는 이슈가 많이 있다"라고 언급하며 강연을 마쳤다.

mir@mhns.co.kr

주요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