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리 8세 여섯 부인의 삶 재구성
스토리텔링 담은 콘서트 형식
뚜렷한 캐릭터, 유머러스한 대사 돋보여
3월 26일까지 코엑스 신한카드 아티움서 내한공연

사진='식스 더 뮤지컬' 공연 장면 / photo by_Manuel Harlan
사진='식스 더 뮤지컬' 공연 장면 / photo by_Manuel Harlan

[문화뉴스 장민수 기자] 최근 국내 공연계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는 이른바 '시체관극'(시체처럼 꼼짝 않고 공연을 관람하는 것) 문화. 그러나 '식스 더 뮤지컬'에서 이는 절대 불가다. 넘치는 흥을 참는 것이 되려 민폐가 될 수 있는 공연이다.

'식스 더 뮤지컬'(이하 '식스')은 영국 헨리 8세의 여섯 부인들의 삶을 재구성한 뮤지컬이다. 500년 전 튜더 왕가의 왕비들은 21세기 팝의 여왕으로 재탄생, 자신의 삶에 대해 노래로 이야기한다.

2019년 웨스트엔드 초연 이후 2020년 브로드웨이 입성해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이번 내한 공연은 UK 투어 프로덕션의 아시아 첫 방문이다. 작품의 오리지널리티를 전달하기 위해 이번 공연을 구성하는 무대 세트, 소품 등은 모두 영국에서 제작됐다. 

사진='식스 더 뮤지컬' 공연 장면 / photo by_Manuel Harlan
사진='식스 더 뮤지컬' 공연 장면 / photo by_Manuel Harlan

여섯 왕비의 운명은 이혼-참수-사망-이혼-참수-생존으로 정리된다. 이들은 가장 비극적인 삶을 살았던 1명이 그룹의 리드 보컬이 되기로 하며 배틀을 벌인다. 그러나 결국 '헨리 8세의 아내들'이 아닌 '나'로서 노래하며 잔잔한 감동을 안겨준다.

특별한 무대 장치나 퍼포먼스는 없다. 라이브 밴드와 함께 여섯 배우가 노래와 춤, 대화를 주고받는 게 전부다. 뮤지컬이란 타이틀을 붙이기에는 서사가 부족하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들의 사연 많은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서사가 구축된다. 또한 여섯 왕비가 주고받는 유머 가득한 대사는 잠깐의 지루할 틈도 허락하지 않는다.

사진='식스 더 뮤지컬' 공연 장면 / photo by_Pamela Raith
사진='식스 더 뮤지컬' 공연 장면 / photo by_Pamela Raith

이를 가능하게 하는 건 여섯 왕비에 부여된 탄탄한 캐릭터성. 첫 번째 부인이자 24년에 달하는 긴 결혼 생활을 유지한 아라곤(클로이 하트)은 당당하고 파워풀하다. 국교를 바꾸면서까지 이뤄낸 재혼의 주인공이었으나 결국 참수된 불린(제니퍼 콜드웰)은 자유롭고 도발적이다. 극에 유쾌함을 더하는 백치미 매력도 돋보인다.

여섯 부인 중 유일하게 왕비의 장례식으로 치러진 시모어(케이시 알-쉐크시)는 진지함이 되려 웃음을 유발하고, 초상화와 실물이 다르다는 이유로 이혼하게 된 클레페(제시카 나일즈)는 위풍당당한 반전매력을 지녔다.

사진='식스 더 뮤지컬' 공연 장면 / photo by_Manuel Harlan
사진='식스 더 뮤지컬' 공연 장면 / photo by_Manuel Harlan

헨리 8세와 30살 이상의 나이 차이가 나던 하워드(레베카 위크스)는 발칙한 매력, 헨리 8세의 죽음을 지켜본 유일한 왕비 파(얼터, 나탈리 필킹턴)는 이들을 아우르는 현명함으로 무장했다.

무엇보다 '식스'의 매력은 쉽게 접하기 어려운 고퀄리티의 팝콘서트라는 점. 여섯 왕비는 러닝타임 80분 동안 짧고 굵게 응축된 에너지를 터뜨린다. 발라드, 알앤비, 댄스 등 다양한 장르가 캐릭터와 배우의 보컬에 어울리게 부여됐다. 끊임없는 장르적 변주로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극을 채워준다.

사진='식스 더 뮤지컬' 공연 장면 / photo by_Manuel Harlan
사진='식스 더 뮤지컬' 공연 장면 / photo by_Manuel Harlan

다만 기본적으로 흥겨운 팝음악을 좋아하지 않는 관객에게는 호불호가 갈릴 여지가 있다. 자막과 무대를 번갈아 봐야 하는 점도 고려할 요소. 여섯 왕비에 대한 사전정보를 찾아보고 간다면 더욱 재밌게 즐길 수 있을듯하다.

한편 이번 내한 공연은 오는 26일까지 coex 신한카드 artium(코엑스 신한카드 아티움)에서 이어지며, 31일부터는 손승연, 이아름솔, 김지우, 박혜나, 솔지, 홍지희 등이 출연하는 한국어 공연을 전 세계 최초 라이선스 공연으로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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