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한일신진우수연출가 작품 교류전 일본극단 갈색푸딩의 아베 코보 작 스즈키 타쿠로우 연출의 'FRIEND 춤추는 희곡'

   
 

[문화가 있는 날·예술이 있는 삶을 빛냅니다…문화뉴스]

아베 코보(安部公房 1924~1993)의 본명은 아베 기미후사, 코오보는 필명이다. 개인의 고독을 강조하기 위해 기괴하고 우화적인 상황을 이용한 것으로 유명하다. 의사인 아버지가 만주 펑톈[奉天]의 의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해 어린 시절을 펑톈에서 보냈다.

어렸을 때는 곤충채집과 수학을 좋아했으며 도스토예프스키·하이데거·야스퍼스·카프카·니체·포의 글에 관심이 많았다. 1941년에 일본으로 돌아가 1943년 도쿄대학에서 의학을 공부하기 시작했지만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기 직전에 만주로 다시 가 그곳에서 종전을 맞았다. 일본으로 송환되어 1948년에 의학부를 졸업했지만, 의사로 일한 적은 없다. 시를 쓰기 시작해 1947년에 〈무명시집 無名詩集〉을 자비로 출판했다. 1948년에 나온 장편소설 〈끝난 길의 표지로 終りし道の標に〉가 평론가들의 호평을 받음으로써 작가로서 명성을 확립했으며 1951년 〈벽-S·카르마 씨의 범죄 壁-S·カルマ氏`の犯罪〉로 아쿠타가와상[芥川賞]을 수상했다. 주요 소설들은 대부분 카프카적이라는 평을 받았는데, 대표작으로는 영화로 각색되어 국제적인 성공을 거둔 〈모래의 여자 砂の女〉(1962)를 비롯하여 〈제4간빙기 第四間氷期〉(1959)·〈타인의 얼굴 他人の顔〉(1964)·〈불타버린 지도 燃え付きた地圖〉(1967)·〈상자 사나이 箱男〉(1973)·〈밀회 密會〉(1977) 등이 있다. 그가 쓴 많은 희곡들은 일본에서 대성공을 거두었으며 〈친구 友達〉(1967)를 비롯한 몇 작품은 영국과 미국 호놀룰루에서도 공연됐다.

또한 도쿄에 자신의 극단을 운영하며 시즌마다 그 극단을 위해 희곡을 썼다. 정치적으로는 좌익이며 한때 일본공산당 당원이기도 했는데, 1956년에 동유럽을 여행하면서 쓴 통렬한 현지 취재기사를 책으로 펴낸 뒤 일본공산당에서 제명됐다. 

도쿄부, 기타토시마군 (현재의 도쿄도 키타쿠) 출생. 소년기를 만주에서 보냈다. 고교시절부터 독일의 시인 릴케와 철학자 하이데거에 심취했으며, 전후 부흥기에 다양한 예술운동에 적극적으로 참가하여 르포르타주 등을 익히는 등, 작품의 폭을 넓혀 미시마 유키오와 함께 제2차 전후파 작가라 칭해진다[ 작품은 해외에서도 높이 평가되어 30개국 이상 번역 출판되었다.

극단 '아베 코보 스튜디'를 세워 배우를 육성했으며, 자신이 연출한 무대로도 국제적인 평가를 받았다. 말년에는 노벨 문학상 후보감이 되기도 했다.

<FRIEND 춤추는 희곡>은 아베 코보의 <친구>를 재구성한 작품이다. <친구>는 한밤중에 주인공의 아파트에 낯선 침입자 9명이 쳐들어와 정착하기까지의 이야기다. 그들은 "실례합니다"며 우르르 집안으로 들어온다. 주인공은 당황해서 "왜 남의 집에 함부로 들어오느냐"고 항의하자 침입자들은 민주주의의 원리인 다수결 원칙으로 투표를 하고는 침입자들의 집임을 내세운다. 이를 반대하는 주인공을 “파시스트”나 “폭력범”으로 몰아 부치고, 나중에는 주인공의 노동력마저 철저히 착취하고 혹사시킨다. 주인공 대항을 해보지만 모두 허사로 돌아가고, 그는 같은 아파트에 거주하는 주민은 물론 경찰에게 알리지만, 함께 거주하는 침입자들을 친구로 생각할 뿐 여하한 조처도 취해지지 않는다. 주인공에게는 약혼한 여인도 있었지만, 그 여인마저도 주인공의 생활을 보고 결혼을 포기하기에 이른다. 침입자들 중 여인들은 주인공을 유혹해 몸을 밀착시키기도 하니, 대단원에서 마음과 몸이 지칠 대로 지친 주인공은 결국 자살의 길을 택하고 만다.

아베 코보는 민주주의는 민주화에 의해 공동체가 개선되어가면서 동시에 개인의 자유와 개인의 생활이 존중되어야 하는데, 민주주의는 다수결이라는 원칙하에, 다수에 의한 독재 또는 다수의 연대 의해 개인의 삶과 생활이 결정되는 현상을 이 희곡을 통해 통렬히 풍자했다.

스즈키 타쿠로우는 이 희곡을 무언극적 요소와 무용을 가미해 재구성하고, 연극을 율동적으로 연출해 낸다. 인형극이나 현대 무용극을 보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훈련된 집단의 공동체조를 관람하는 기분이 들기도 하는 공연이다.

아라키 아야코, 이치토 하루카, 이마이 유메코, 카토 코노미, 시미즈 유리, 다나카 미호, 토리고에 안나, 마스다 유코, 이케다 요시노리, 카시와기 토시히코, 토리고에 유우사쿠, 니와야마 토모유키, 모토야마 산카, 스즈키 타쿠로우 등 극단 갈색푸딩의 출연자들 전원의 호연과 역동적인 율동은 관객의 갈채를 받는다.

무대 아라미키 히로미치, 음향 코노미 카수쿠, 조명 카토 이즈미, 미술 영상 아오야마 켄이치 등 스텝 모두의 열정과 기량이 드러나, 극단 갈색푸딩의 아베 코보 원작, 스즈키 타쿠로우 연출의 <FRIEND 춤추는 희곡>을 기억에 길이 남을 공연으로 창출시켰다. 

#문화뉴스 공연칼럼니스트 박정기(朴精機)

  

주요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