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서울연극제 공식참가작 극단 광장의 국민성 작 문석봉 연출의 '6 29가 보낸 예고 부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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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성 작가는 동국대 연극영화과 출신으로 <아버님 전상서> <탄금대의 소리별> <여자의 일생> <정조의 꿈> <어린이 난타> <악극 유랑극단> <뮤지컬 천도 헌향가> <잃어버린 세월> <뮤지컬 영원지애> <태자 햄릿> <장금이의 꿈> <불명의 처> <애수의 소야곡> <충무로 국제영화제 개막식 시나리오> <레미제라블> <문> 그 외의 다수 작을 집필, 또는 각색 공연한 출중한 미모의 여류작가다.

6 29선언의 계기가 된 6월 항쟁’은 1987년 6월 10일부터 6월 29일 직전까지의 전국적으로 벌어진 대규모 반독재 민주화 시위다. '체육관 선거'로 불리는, 소위 유신헌법을 지지하는 자들만이 통일주최국민회의 대의원이 될 수 있고, 바로 통일주최국민회의 대의원들에 의한 대통령 간접선거를 통해 후계자에게 권력을 승계해주려던 군부정권의 영구집권 기도를 결사적으로 저지한 시민혁명이다.

1980년대 초중반 정권의 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전개되어 온 학생과 시민들의 민주화 운동은, 1987년 1월 초 서울대생 박종철 군이 경찰 고문으로 사망한 사건이 일어나면서, 최고점으로 치달았다. 정권은 사건의 진실을 덮으려 했지만 동아일보의 연이은 특종보도로 무산됐다. 그럼에도 전두환 대통령은 간선제를 고수하겠다며 4·13 호헌조치를 발표했다. 하지만 그해 5월 정권이 박종철 사건을 조작 축소한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고, 6월 9일 연세대생 이한열 군이 경찰 최루탄에 맞아 사경에 빠져 국민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범야권 연합조직인 '민주헌법쟁취 국민운동본부'는 6월 10일 '박종철 군 고문살인 조작·은폐 규탄 및 호헌 철폐 국민대회'를 열었다. 경찰의 원천봉쇄에도 불구하고 전국 18개 도시에서 일제히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정권은 강경 진압에 나섰지만 평범한 회사원들까지 연일 시위에 동참했다. 6월 26일엔 전국 33개 도시에서 100만여 명이 시위에 참가했다.

결국 6월 29일 당시 집권당인 민주정의당 노태우 대표가 직선제 개헌을 촉구하는 '6·29선언'을 발표했고 전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이는 모양새로 군부정권은 사실상 막을 내리게 된다.

   
 

<6 29가 보낸 예고 부고장>은 당시의 상황을 시대적 배경으로 하고, 사법고시를 준비하던 인물을 주인공으로 하여, 그때 민주화 투쟁을 하던 친구들과 연인들을 등장시켜, 당시를 무대 위에 재현시키고, 그리고 30년 가까이 된 지금, 주인공은 다시 6 29를 맞이한 날에, 금배지를 달거나, 고위공직자가 되거나, 기업의 수장이 되어 부패와 타락양상을 보이는 친구들에게 한 통의 부고장을 보내,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친구들의 초기의 순수의지와 양심회복을 바라는 일종의 애국적 정신쇄신기원연극이다.

사법시험은 1,2,3차까지 치러야 하고, 객관식인 1차, 주관식인 2차, 그리고 3차 면접시험까지 통과해야 합격판정을 받는다. 2차 시험에서는 당시 유신헌법을 기초한 갈봉근이나 문홍주의 유신헌법, 김증한의 민법, 황산덕의 형법, 서돈각의 상법을 깊이 공부해야 합격점에 도달할 수 있었고, 설사 2차에 합격을 했더라도, 3차에서 유신헌법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발언을 면접관 앞에서 한마디라도 내 비추면, 합격이 취소되고, 실제 그러한 발언으로 불합격을 한 인물이 있다.

연극에서는 당시 민주화 투쟁에 앞장을 서거나, 가담한 인물들의 행적이 묘사된다, 공돌이나 공순이로 불리던 말단 근로자, 그들을 일깨워 근로조건향상을 위해 투쟁하도록 이끌던 기업인의 아들, 함께 민주화 투쟁에 앞장섰던 동창, 그리고 연예인 지망의 재벌 기업가의 딸, 그리고 사법고시를 준비하던 주인공과 그가 사랑하던 여인이 등장해 그들의 사랑이 이루어지게 되는 과정과 이별할 수밖에 없었던 사연이 극 속에 적나라하게 펼쳐진다. 그러나 사법고시생의 부모는 실향민으로 설정되고, 그가 행방불명이 되자, 적색분자로 낙인을 찍는 등의 당시의 정국이 반영된다. 민주화투쟁을 하던 청년시절의 그들이 기관에 끌려가 모진 고문을 당하던 정황이 극에 그려지기도 한다. 특히 주인공의 자아와 또 다른 자아가 동시에 등장해 벌이는 갈등과정은 명장면이다.

세월이 흐른 현재, 당시의 투사들은 고위공직자나 금배지를 달거나 기업의 수장이 되어 누구보다도 좋은 삶을 영위하고 있으면서도, 민주화투쟁 보상금까지 받아내는 모습이나, 현재 그들이 부패기업가가 내미는 거금을 주머니에 가득 채우는 모습에서, 바로 이런 <6 29가 보낸 예고 부고장> 같은 연극이 절실하게 요구되고 공연되어야 한다는 생각은 필자만의 느낌일까?

이화영, 박정순, 김태훈, 최원석, 최낙희, 남동하, 김경익, 박은경, 이현주, 허지나, 임신호, 정주희, 지환, 이수민, 신승우, 정희중, 김정현 등 출연자 전원의 성격설정이나 호연, 그리고 열연은 갈채를 받는다.

드라마트루거 김세한, 음악감독 박은경, 음악녹음디자인 박용진, 조연출 홍영은 오리라, 무대감독 남준, 무대디자인 조민주, 무대제작 류관호, 조명디자인 이상봉, 음향디자인 한철, 영상디자인 송영범, 기획지원 신은철, 경영지원 한현미, 조명오퍼 김대현, 영상오퍼 이혜진 등 스텝의 열정이 제대로 드러나, 극단 광장의 국민성 작, 문석봉 연출의 <6 29가 보낸 예고 부고장>을 국민 모두가 관람해야 할 연극으로 탄생시켰다.

#문화뉴스 공연칼럼니스트 박정기(朴精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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