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희단거리패의 오타 쇼고 작 심지연 김세일 역 이윤택 연출의 '코마치후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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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 쇼고(1939~2007)는 중국 제남시 출생의 일본작가다. 학습원대학교 정경학부를 중퇴하고 극단 전형극장을 창단, 창단공연으로 볼프강 보르헤르트의 <문 밖에서>를 각색 공연했다. 초기희곡 <코마치후덴>을 집필해 키시다 쿠니오 희곡상을 수상하고, <맨발의 푸가> <물의 정거장> <땅의 정거장> <천년의 여름> <화살표> <바람의 정거장> <모래의 정거장> <나는 당신의 꿈을 꿨다> <엘리멘트> <빈터> <죽음의 장미>를 집필 연출했다.

심지연은 단국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석사, 와세다대학 대학원 문학연구과 석사, 도쿄대학교 대학원 인문사회계연구과 박사로, 현 부경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에서 강의 중이다.

김세일은 경성대학교 영화학과, 도쿄대학 대학원 인문사회계 연구과 문화자원학 석사로 동경거점으로 연극 활동을 벌이고 있는 앞날이 기대되는 연극인이다.

<코마치후덴>은 코마치라는 백세가 된 노부인의 일대기가 한 젊은 여성작가의 낭독으로 펼쳐진다.

코마치는 노숙자나 다름없이 온몸에 허름한 누더기를 걸치고 발걸음을 가까스로 떼어 놓으며 등장해, 무대 오른쪽 객석 가까이 에 마련된 사각의 단에 주저앉아, 아름다웠던 젊은 날의 자신의 모습을 회상하면서 연극이 시작된다. 젊고 미모의 여인인 코마치와 2차 대전 일본 동맹군 초급장교인 남편이 등장해, 열정적으로 몸과 마음을 나신으로 밀착시켰던 추억을 떠올리는가 하면, 후반에 고급장교의 계급장을 부착하고 전쟁터에서 부상을 당해 지팡이에 몸을 의지하고 절룩거리며 등장하는 코마치의 남편이 남의 나라 일 같지만은 않고, 그리고 이웃집 아버지와 그 집의 아들 딸 남매가 등장해, 아침상 앞에 앉아 펼쳐 보이는 풍경은, 과거 일본인 아버지들이 자신의 아들을 군국 일본제국의 아들로 철저하게 훈육하고 성장시켰던 모습으로 재현되고, 그리고 코마치가 현재 세를 들어 사는 방의 집주인 내외의 모습, 또는 동리 보건소의 의사와 간호사가 등장해 코마치를 정기진단하고 수시진단 하는 정황도 현재 우리나라의 독거노인들의 처우와 별반 다르지가 않았음을 알 수가 있다.

코마치의 방과 대각선을 이루는 장소에는 또 하나의 사각의 공간이 있어, 그 공간은 이웃집 방으로 설정이 되고. 극의 전개에 따라 돗자리, 문짝, 장롱, 장식장, 축음기 그 외의 대소도구를 출연자들이 가져다 일본식 방으로 꾸미고, 후반부에는 모두 가지고 나가는 연출방식을 보인다. 음악도 무대 오른편에 연주석이 있어 연주자들의 연주로 극적 분위기를 상승시키는가 하면, 샹송 장밋빛 인생을 축음기로 틀어놓는 등, 젊은 시절 코마치라는 여인의 미모와 자유분방한 모습을 연상시키기에 충분하도록 연출된다.

더구나 누더기를 벗으면, 깨끗한 내복이 드러나고, 밤하늘의 별빛보다 더 아름답게 빛나는 코마치의 눈동자는 관객의 시선을 마법처럼 끌어들인다. 특히 무대 중앙 배경 가까이에 조성된 너덧 그루의 침엽수 화단은 과거 해방직후 적산가옥에 거주하던 사람들에게는 늘 상 보아오던 정원의 풍경이라 옛일을 회상시키기에 충분한 수목조경이고, 대단원에서 노파 코마치의 죽음과 더불어 과거 회상속의 인물들이 전원등장하면, 무대 왼편 객석 가까이에 자리한 책상 앞에 앉아 낭독을 하던 젊은 여성낭독자의 역할도 마무리가 된다.

김미숙, 이승헌, 김하영, 박인화, 정연진, 강호석, 김아라나, 김영학, 이혜민,서혜주, 권수민, 송준형 등 출연자 전원의 호연과 성격창출은 관객을 꿈의 세계나 환상의 나라로 이끌어 가는 듯싶다.

전통움직임지도 하용부, 안무 박소연, 악사 권정은, 무대제작 김경수, 조명제작 조인곤, 사진 옥상훈, 의상 김미숙, 홍보 황유진 등 스텝의 열정이 드러나, 연희단거리패의 오타 쇼고 작, 심지연·김세일 번역, 이윤택 연출의 <코마치후덴>을 세계 어느 곳에 내다 보여도 좋을 뛰어난 공연으로 만들어 냈다.

#문화뉴스 공연칼럼니스트 박정기(朴精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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