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겐 아몬드가 있다, 당신에게도’
뮤지컬 ‘아몬드’ 5월 1일까지 코엑스 아티움에서 공연

배우 문태유, 지난 날을 회상하는 윤재
배우 문태유, 지난 날을 회상하는 윤재

[문화뉴스 문수인 기자] 2017년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에 등극해 지금까지 국내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소설 ‘아몬드’를 자주 추천해주던 게 생각난다. 영미 유럽권 주요 국가와 아시아, 멕시코, 이스라엘 등 해외 20개국으로 수출될 정도로 보증수표가 있었던 것.

끌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미룬 소설 ‘아몬드’를 뮤지컬로 먼저 만나보게 될 줄은 몰랐다. 원작과의 경계선을 어떻게 흐릴지, 소설의 작법을 어떻게 뮤지컬 시나리오로 만들어 낼 것인지 그 과정이 궁금해졌다. 

윤재 역에 문태유, 할머니 유보경, 엄마 김선경
윤재 역에 문태유, 할머니 유보경, 엄마 김선경

최대한 소설 원작의 분위기를 닮아가되 뮤지컬로서의 확장이나 표현을 해보려고 노력했다는 김태형 연출의 의도처럼 무대는 생각보다 다채로웠다. 남들보다 작은 편도체 탓에 감정을 느끼는 것도, 타인의 감정을 공감하는 것도 어려운 열여섯 살 소년 ‘윤재’에겐 엄마와 할머니가 있다. ‘희노애락애오욕’ 일곱 가지로 추린 감정을 학습해가며 적당히 보통 아이들처럼 자란다. 무지개를 보여주고야 말겠다는 일념으로 주입식이더라도 감정 교육을 해내왔다.

비극은 동전 뒤집어지듯 한순간에 찾아온다. 눈앞에서 할머니와 엄마가 칼에 찔리는 것을 목격했으며, 할머니와 갑작스런 이별을, 엄마는 식물인간이 되고 만다. 그 후부터 윤재에겐 다채로운 감정이 담긴 사건들을 몰고 많은 이들이 찾아온다. 

그 중심에는 윤재와 같이 또 다른 괴물이라 불리는 곤이가 있다. 어린 시절 납치되어 입양과 파양을 거쳐 소년원을 떠돌며 세상에 대한 분노로 이제 겨우 열여섯이 괴물이 되어 있었다. 

곤이 역에 이해준, 윤재 역 홍승안
곤이 역에 이해준, 윤재 역 홍승안

윤재와 곤이의 다른 점이라고 하면 선천적인 괴물과 후천적인 괴물이라고 할 수 있을까. 곤이는 그런 윤재가 궁금하다. 나와 어딘가 닮아있는 사람, 그럼에도 다르게 행동할 수 있는 사람인 것 같았을까? 

우리가 집중해야 할 또 한 가지는 윤재의 선택들이다.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윤재가 어떻게 이런 선택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뮤지컬을 보면서 아몬드가 정상인 나도 저렇게는 못할 거라고. 타인의 감정을 돌보고 공감하는 건 편도체의 크기가 결정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된다. 잃어보니 알게 되는 마음. 상실 속에 깨닫게 되는 빈자리의 아픔은 어쩌면 인간에게 필요한 시험이기도 하다. 

결국 모두가 ‘마음’이 이끄는 대로 했을 뿐이다. 그 마음은 어떤 환경에서 자라나느냐가 관건이다. 

‘한 아이를 키우는데 온전한 한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윤재의 마을엔 그 아이를 위한 어른들이 있었다. 곤이가 태어난 마을에는 어릴 적 납치당한 트라우마와 자신을 온전히 바라봐주지 않은 어른들로 가득했기에 그곳을 등지고 괴물이라 불릴 수 있도록 살아갔다. 자신을 또, 잃지 않게 놓치지 않게 스스로를 붙잡는 방법은 괴물이 되는 것 외엔 없다고 학습했기 때문이다. 

곤이 역에 조환지
곤이 역에 조환지

14세 이상부터 예비 부모, 이제 막 어른이 된 청년들에게 뮤지컬 <아몬드>를 추천한다. 예비 부모는 자신의 아이가 처음부터 작은 편도체를 가지고 태어났다 가정해보면 어떨까. 그만큼 한 아이를 길러낸다는 것은 막대한 사명이 있다. 우리는 다 아이에서 시작되었다.

뮤지컬 <아몬드>는 친절하게 보여주고 설명한다. 내가 타인에게 정말 공감할 수 있는지, 타인의 감정에 공감한다는 것은 어떤 것인지 생각해보게 된다. 적어도 <아몬드>를 보고 다녀간 사람들은 공감 불능 사회에 대한 문제를 가볍게 지나치지 않는 역할을 하고 있길 바라본다.

한편, 뮤지컬 <아몬드>는 동명의 베스트셀러 ‘아몬드’를 원작으로 한 창작 뮤지컬로, ‘아몬드’라 불리는 뇌 속 편도체가 작아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알렉시티미아’라는 선천성 질병을 앓고 있는 주인공 ‘윤재’의 특별한 성장 이야기를 담고 있다.

배우들의 연기가 뮤지컬 <아몬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너무 호소하거나 관망하지 않는다. 적당한 거리가 유지되어 좋았다. 다만 코엑스 아티움의 음향과 음질이 배우의 목소리를 선명하게 담아내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개선의 여지가 필요해보인다.

선윤재 역에 문태유, 홍승안, 윤이수(곤이)역에 이해준, 조환지, 이도라 역에 임찬민, 송영미, 엄마 역에 김선경, 오진영, 할머니 역의 유보영, 심박사 역에 김태한, 정상윤, 윤교수 역에 김수용, 김승용 그 외 강윤정, 김태인, 김효성, 금보미, 박진서가 출연한다.

(사진=라이브 제공)

 

주요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