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에너지가 원아영의 음악 장점”
4월 13일 금호아트홀 연세서 독주회 열려
올 하반기 콰르텟 팀으로 활동 예정

[문화뉴스 조희신 기자] ”유치원 시절, 가깝게 지내는 언니들이 피아노 학원에 다니는 모습을 보면서 동경심을 품었어요. 그렇게 피아노 공부했지만, 대학 시절 이 길이 정말 맞는지 고민을 했죠."

우아하면서도 과감한 터치로 듣는 이들의 감성을 끌어내는 피아니스트 원아영. 지난 6일 서초동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피아노를 잡게 된 계기를 밝혔다.

자신의 진로에 있어 당연했던 피아노가 정말 '당연한지' 의문이 들었다고 한다. 그런 고민을 품은 채 자신의 취미 생활인 산책을 하다가 곤충들이 내는 소리와 새소리를 듣게 됐다고 한다. 그 소리로 애매한 피아노 인생이 확신으로 바뀌게 됐단다.

피아니스트 원아영/사진=아투즈컴퍼니 제공
피아니스트 원아영/사진=아투즈컴퍼니 제공

"한 여름날 숲속 길이였어요. 모든 소리가 어우러져 들리며 정확한 음정, 화음, 선율, 리듬까지 느껴졌고, 그 자연의 음악 소리에 전율을 느끼며 '나는 연주를 해야만 하겠구나' 생각하게 됐죠. 인간이 만들어내는 음악은 이미 자연에 존재하는 소리의 모방이 아닐까, 싶기도 했어요. 그렇다면 어떤 모습으로든 연주자의 모습으로 생을 살아가고 싶다고 다짐했죠."

연주자의 모습으로 생을 살아가고 싶다는 그는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기악과에 입학하고 그 이후 도독해 뮌헨국립음악대학교 ​석사과정을 최우수 성적으로 졸업했다. 동대학 최고 연주자과정 (Meisterklasse) 이수와 동시에 스위스 바젤 음악대학교(Musikakademie Basel) 최고 연주자과정 Spezialität Master Performance Solistin을 취득했다.​

독일과 스위스를 오가며 공부하는 동안 저명한 국제콩쿠르에 참여하며 Concours International de Piano Teresa Llacuna-Ville de Valence 2위, Wiener Musikseminar Prof. Dichler Wettbewerb 2위, Eurogio Piano Award와 Osimo International Piano Competition에서 특별상 등을 수상했다. ​

국내에서는 소년한국일보 콩쿠르, 한미 전국 음악콩쿠르, 음악 저널 콩쿠르, 음연 콩쿠르, 백스타인 삼익 콩쿠르, 국제문화예술교육회 전국 음악콩쿠르 등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입상하며 연주자로서의 입지를 다져나갔다.​ 

​해외에서 활발한 연주회를 펼치던 그는 지난해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에서 귀국독주회를 펼치며 본인만의 개성이 담긴 음악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그런 그가 약 8개월 만의 다시 독주회를 펼친다. 

 

사진=아투즈컴퍼니 제공
사진=아투즈컴퍼니 제공

​오는 4월 13일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펼쳐지는 독주회는 피아니스트 원아영만의 개성과 해석이 담긴 곡들로 마련됐으며, 어둠이 삶의 빛나는 가치를 더 밝혀줄 것이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품고 있다. 

​1부에서는 고통 속에서 더욱 빛나는 슈베르트의 아름다움과 화려한 삶의 끝에 고요함의 가치를 꽃피웠던 리스트의 작품을 연주한다. 2부에서는 천재성과 순수함이라는 이미지 뒤에 숨겨진 모차르트의 비극, 그리고 라벨 작품의 어두운 이미지 속 색채감을 연주한다. ​

​그는 이번 독주회 곡들이 어둡지만, 그 속을 살펴보면 아름답기도, 애절하기도, 기쁜 감정을 느껴볼 수 있다고 전했다. 

​"하늘의 별이 더 빛나 보이는 이유는 어둠 속에 있기 때문이라 생각해요. 본연의 가치를 완전히 드러내기 위해서는 그것을 더욱 빛나게 해 줄 상반된 존재가 필요하죠. 이번 공연은 그렇게 어둠 속 빛나는 가치를 담고 있는 곡들로 준비했어요."​

​이번 연주 프로그램은 음악 애호가뿐 아니라, 클래식을 많이 접하지 않은 분들도 쉽게 다가갈 수 있다고 한다. ​일문일답을 통해 자세히 들어봤다. 


피아니스트 원아영

Q. 지난해 8월 귀국독주회 이후 약 8개월 만에 관객들을 찾아뵙습니다. 소감은 어떠신지요?

​주변에서 '벌써 독주회를 준비해?'라는 질문을 종종 받았어요. 귀국독주회 때는 한국에 막 들어온 참이라 적응기를 갖고 있었어요. 즉 안정이 조금 필요했죠. 하지만 지금은 적응기도 끝나 내면도 많이 달라져 있으므로, 청중 앞에 다시 설 때가 됐다고 느끼고 있어요. 

​그 결과물에 대한 평가가 두렵기도 하지만, 현재의 저를 드러내는 데에 소극적이지는 않을 예정이에요. 귀국독주회와 마찬가지로 피아니스트 원아영을 온전히 느끼게 해드리고 싶어요. ​

Q. 이번 독주회에 중점적으로 두신 부분이 있을까요?

최근에 책 한 권을 읽다가 예술이란 무엇인가 하는 생각에 빠졌고, 미학에서 얘기하는 예술의 숭고함에 대한 글을 찾아보게 됐어요. 그러다 자신이 경험했던 어떤 순간을 떠오르게 됐죠.

광활한 자연 앞에 두려움 섞인 전율을 느꼈던 시간, 미술에 대한 지식이 별로 없지만, 어떤 작품을 마주하며 눈물을 쏟았던 기억, 가슴이 먹먹해져 버렸던 역사 배경을 가진 어떤 공간에 대한 충격 등. 그때 느꼈던 쾌감은 정확하게 설명할 수도, 흉내 낼 수도 없는 특별한 감정이었어요. 

​음악도 마찬가지예요. 오히려 제가 가진 지식이 심미적 체험을 방해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데도 때로는 백 번쯤 들었던 음악이 새롭게 느껴지며 크게 감동하게 되는 순간들이 있거든요. 제가 연주회를 앞두고 고민하는 한 가지는 그런 순간, 경험을 관객에게 선물하고 싶어요. 

 

이외에도 2부 마지막 곡이 라벨이 프랑스 산문시집 '밤의 가스파르' 중 3개의 시에서 영감을 받아 쓴 작품이에요. ​라벨은 악보 앞에 시 본문을 써넣어두었는데, 연주자들에게 실마리 같이 주어진 이 시가 청중들에게는 어떤 영향을 줄지 기대돼 특별히 프로그램 북에 번역된 시 본문을 실었어요.

대학 시절과 독일 유학 시절 함께 추억을 쌓은 지인에게 특별히 의뢰해서 마음에 쏙 드는 번역본을 받게 됐어요. ​시와 함께 더욱 깊은 공감을 얻을 수 있길 바라고 있어요.​

Q. 피아니스트 ‘원아영’만이 가진 장점이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장점은 단점을 끌고 다닌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연주에서도 저의 장점을 찾아보기를 어려워했어요. 자신을 똑바로 바라볼 용기가 없던 거죠. 그런데 유학 시절 교수님께서 고민 없이 성장할 수 없다고 말씀해주셨어요. 그 이후로 저만의 장점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죠. 

요즘 생각한 장점은 제 음악에는 건강한 에너지가 있다는 거예요. 어딘가 아프고 쓸쓸해 보이는 음악을 어려워하긴 하지만, 이런 저를 찾아주는 관객도 분명 많을 거로 생각해요. ​

Q. 연주자로서 앞으로 어떤 음악 세계를 구축해 전하고 싶나요.

​제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그 심미적 체험이 질문과도 상통할 것 같아요. 보고 듣는 이들의 영혼에 어떤 자극 같은 것을 줄 수 있는 연주자가 되고 싶어요. 그 해답이 어디에서 나올지는 앞으로의 연주회를 준비하며 늘 고민할 것 같아요.    

Q. 서울신학대학교에 출강해 후학양성에도 신경을 쓰고 계십니다. 교육자로서 학생을 가르칠 때 어떤 신념을 가지는지 궁금합니다. 또한, 후학 양성에 신경을 쓰고 있는 이유도 알려주세요.

저의 배움의 시간을 되짚어보면 스승님들의 애정과 수고 없이는 불가능했다는 생각뿐이에요. 교육자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은 그분들을 보며 음악의 가치를 다음 세대에게 전하는 일에 참여해야 한다는 마음이 강하게 들었던 것 같네요.

피아노를 오래 하다 보니 피아노 공부뿐만 아니라 교육도 자연스럽게 받아 온 것이 많아, 어린 학생들이 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직접 가르쳐 주고 싶은 마음도 들어요. 

Q. 앞으로의 계획은?

​연주자이자 교육자로 사는 삶에 계속해서 집중할 계획이에요. 이번 독주회를 마치면, 피아노 콰르텟 팀으로도 활동할 예정이죠.

이 팀은 올해 창단한 팀으로, 독일, 영국에서 공부한 세분과 함께 하반기 활동을 추진 중이에요. 앞으로도 좋은 연주회, 팀 활동으로 계속 찾아뵙고자 하니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피아니스트 원아영은 이번 독주회를 마치고 나서도 활발한 활동을 보여줄 예정이다. 콰르텟 멤버로서, 연주자로서 다양한 음악 활동을 통해 관객과 만남을 이어가는 한편, 후학양성에도 힘을 쓸 예정이다.

 

 

 

주요기사
인터뷰 최신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