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과 시를 전공한 사진작가
인간다움을 추구하는 사진
인간 본연의 순수성 회복 프로젝트

[문화뉴스 김창일 기자] "착하게 살라고 하면서 행동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잖아요.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내 아이들만 행복하다고 다 행복한 건 아니니까요. 그래서 인간다움이란 주제를 갖고 있어요" 

충무로 미루갤러리에서 만난 박초월 사진작가의 말이다. 박초월 사진작가는 대학에 건축과 시를 공부하고 사진직가로 활동하고 있다. 다소 이질적인 전공이라고 볼 수 있지만, 작가가 추구하는 인간다움에 포커스를 맞추면 두 전공이 작가에게 더 깊은 세계관을 열어줬다고 볼 수 있다. 

이번 전시인 '순수의 원형 : 생명의 나무'을 통해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세계관과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자신을 '사진, 순간에 다가서는 언어'라고 표현한 박초월 사진작가
자신을 '사진, 순간에 다가서는 언어'라고 표현한 박초월 사진작가

 

독자분들께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일상에서 느끼는 사소한 순간의 감정을 사진이라는 이미지 언어로 번역하고 있는 ‘사진 순간에 다가서는 언어’ 사진작가 박초월입니다.

 

사진작가로 활동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잘 사는 집은 아니었지만 해외건설현장에 감독관으로 나가 계셨던 아버지 덕분에 어릴 적부터 집에 카메라가 있었어요. 제 기억엔 고등학교 2학년 때인가 아버지께 필름 카메라를 달라고 했던 것 같아요. 그때 왜 그랬는지 알 수는 없지만 그렇게 처음 카메라와 함께 지내기 시작했습니다. 

요즘처럼 사진을 배울 수 있는 곳, 정보를 습득할 수 있는 곳들이 많지 않아 ‘사진 찍는 법’의 책을 구입해서 독학으로 공부했습니다. 정말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동네 사진관 아저씨께 물어봐 가며 공부했죠.

 

건축과 시를 전공한 사진작가

 

작품을 설명하고 있는 박초월 사진작가
작품을 설명하고 있는 박초월 사진작가

 

사진을 전공하셨나요?

건축을 전공했습니다. 아버지가 건축을 하셔서 형제 중 한 명은 아버지의 직업을 따라가 보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해, 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 건축학을 전공하게 되었습니다. 공부할수록 건축이라는 학문의 매력에 빠졌고, 건축가가 되는 것이 꿈이 되었죠. 대학에서 건축과 함께 문예창작을 공부했어요. 문학의 언어가 좋았습니다. 

아버지께 받은 필름 카메라가 고장 났었는데, 오래되니 부품이 없어 고칠 수 없어서 잠시 사진을 찍지 않았어요. 당시 디지털카메라로 변화는 시점이었기도 했죠. 제게 들어온 여러 감정, 느낌, 생각 등을 어떻게든 표현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다시 카메라를 잡았습니다. 여러 공모전에서 수상도 하며 더 흥미를 갖게 됐어요. 

그렇다고 건축가에 대한 꿈을 버린 건 아니었어요. 하지만 당시 IMF로 건축경기 위축되면서 건축회사가 아닌 일반회사에 취직하게 됐어요.

사진이 안식처이자 피난처였어요. 뷰파인더로 세상을 보면, 잡생각이 사라지고 몰입감이 높아졌어요. 내 몸의 감각이 시각으로 증폭되는 느낌이 들었어요. 

 

월급이 나오는 직장인에서 전업 사진작가. 가장으로서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거 같습니다.

3년 정도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저는 건축을 전공했고 사진쪽에는 아는 분들도 없었거든요. 맨땅에 헤딩하는 상황이었죠. 

아내가 믿고 응원하며 기다려줬어요. 작가 이전에 가장이잖아요. 어려운 시절에 고민을 많이 했는데, 어느 날 ‘내가 입어야 할 옷을 입었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 옷을 입혀주기 위해 이런 시간을 보내는구나’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현실은 바뀌지 않았지만, 마음이 편해졌어요. 생계를 위해 여러 일을 많이 했죠. 

 

인간다움을 추구하는 사진

 

이번 전시를 가장 잘 표현한 작품이라고 한 '순수의 원형_생명의 나무_37' (사진=박초월 작가 제공)
이번 전시를 가장 잘 표현한 작품이라고 한 '순수의 원형_생명의 나무_37' (사진=박초월 작가 제공)

 

작품을 관통하는 박초월만의 주제는 무엇인가요?

제 마음에 걸리는 순간들을 사진으로 남깁니다. 걸리는 순간은 풍경, 인물, 사물이 될 수 있어요. 제 오감을 자극하는 순간과 마주하게 되면 제 온몸이 하나의 필터가 되어 그 순간을 곱씹으며 재해석하기 시작하죠. 그리곤 박초월이라는 필터를 거쳐 저만의 세계관이 투영된 작품이 탄생하게 됩니다.

사진은 현실을 기반이잖아요. 내가 살아 온 현실, 타인의 현실 등이 저에게 들어왔을 때 사진으로 어떻게 표현하면 의미를 전달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게 돼요.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라고 한다면 ‘인간다움’에 대한 물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박초월이란 필터는?

‘같이 걷는 사람’이라고 할까요? 사진가는 천천히 걸어도 되는 사람입니다. 충분히 보고 느끼며, 당신들이 놓치고 간 것을 찾아주는 사람이 사진가가 아닐까 합니다. 

 

2016년에 이어 2017년에 다시 찾게 된 미얀마 껄로 학교. 2016년에 촬영했던 사진을 인화해 가져가 직접 전달해줬다. 이 아이들에게는 태어나 처음 갖는 인화된 사진이다. (사진=박초월 작가 제공)
2016년에 이어 2017년에 다시 찾게 된 미얀마 껄로 학교. 2016년에 촬영했던 사진을 인화해 가져가 직접 전달해줬다. 이 아이들에게는 태어나 처음 갖는 인화된 사진이다. (사진=박초월 작가 제공)

 

지금까지 촬영하시면서 가장 애착이 가는 사진과 힘들었던 순간을 꼽는다면?

매 순간이 힘들었고 매 순간 촬영한 결과물들에 애착이 깊지만, 아직 오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제 생의 마지막에 찍게 될 순간이 그 순간이 되어주지 않을까 싶은데요.

인간적인 애착이라고 한다면, 2015년부터 해외 사진 봉사를 말씀드릴 수 있을 거 같아요. 미얀마에 갔을 때, 해발 1300미터에 소수 부족이 사는 곳을 갔었습니다. 보통은 사진 촬영 후 인화해서 보내주는데, 배송이 안 되는 지역은 폴라로이드로 촬영을 합니다. 

해외 사진 봉사하는 곳에 가서, 그분들이 사는 집에 가보면 결혼사진 하나 있어요. 한 번 갔던 곳을 다시 가는 경우도 있었는데, 만나서 인화한 사진을 전달해 주기도 했죠.

 

인간 본연의 순수성 회복 프로젝트

'순수의 원형 : 생명의 나무'

 

‘순수의 원형 : 생명의 나무’ 전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우리 모두는 하나로 연결된 공동의 생명이라는 것이에요. 극도로 개인화되어 있는 현재의 모습들을 지켜보며 들었던 아픔과 상실, 다시금 현재의 균형을 맞춰준 작업입니다. 인간 본연의 순수성 회복 프로젝트 진행하고 있어요. 

제가 진행하는 넘버링 시리즈는 Part 1 ‘생명의 나무’, Part 2 ‘불의 발견’, Part 3 ‘인간의 온도’입니다. 

 

시리즈 첫 작품 '순수의 원형_생명의 나무_1' (사진=박초월 작가 제공)
시리즈 첫 작품 '순수의 원형_생명의 나무_1' (사진=박초월 작가 제공)

 

작품을 보면 상하가 바뀐 것 같습니다.

네 맞습니다. 이 작품은 시리즈를 시작한 첫 작품이에요. 춘천 소양3교인데 겨울 상고대가 피는 곳입니다. 영하 15도 정도 됐고 새벽 5시 도착해서 촬영했는데, 완벽한 현실을 본 느낌이었어요. 현실인데 현실 같지 않은 완벽한 무엇인가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몰입돼 다가가다 물에 빠졌어요. 

상하좌우에 대한 표현인데, 상은 신의 영역, 하는 인간의 영역이고, 좌우는 인간과 인간을 맞붙이는 작업입니다. 시리즈를 통해 보여주고 싶은 것은, 내가 봤던 완벽한 현실을 신과 인간, 인간과 인간이 연결하는 것이에요. 나무라는 생명체는 땅과 하늘을 물고 있어요. 두 간극의 브릿지 역할이죠. 

인간이 사는 데 필요한 물, 공기, 흙의 3원소가 들어가는데, 인간과 나무도 같아요. Part 2는 여기에 빠진 불이 들어가요. 불은 소멸과 생명의 기운이잖아요. 인간이 정착할 수 있었던 것도 불이고요.

 

내년에는 '안식'을 주제로 새로운 개인전을 준비 중이라고 했습니다. 
내년에는 '안식'을 주제로 새로운 개인전을 준비 중이라고 했습니다. 

 

카메라가 보편화되면서 많은 분들이 사진을 촬영합니다. 팁을 하나 주신다면?

첫 번째는 천천히 보고 충분히 느끼고 찍어도 늦지 않습니다. 보고 찍고 2단계의 과정이 아닌 보고 느끼고 찍는 3단계의 과정을 거치시는 걸 추천합니다. 사진은 보이는 것을 보는 게 아닌 느끼는 것을 보는 것이거든요.

두 번째는 수평선 또는 수직선만 맞춰줘도 안정감을 얻으실 수 있습니다. 보는 이에게 편안함, 안정감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면 기본이 되는 선이랍니다.의도적으로 불안감, 슬픔 등을 표현하시려 했던 게 아니라면 말이죠.

세 번째는 프레임 안에서 주인공과 조연을 찾아보세요. 보통은 주인공만 보고 주변을 생각하지 않으시는데요. 한 편의 영화를 제작하기 위해 주인공과 조연에서부터 지나가는 사람 1, 2 역할까지 필요한 것처럼 내가 찍고 싶은 순간에 감독이 되어 그 주변 피사체들을 하나씩 캐스팅하시는 겁니다.

 

사진작가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한 말씀해 주신다면?

마음 쓰는 연습을 많이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실질적인 경험을 통해 얻는 감성과 함께 독서, 영화, 음악 감상 등 타인의 감성에 내 감성을 비춰보는 연습인거죠.

크게 순간을 보는 눈(감성 또는 감각)과 카메라라는 기계를 조작하는 기술(이성)이 두 가지가 필요한데요. 기술은 짧은 시간에도 촬영 경험과 노력으로 어느 정도 얻을 수 있는 것이지만, 자신만의 눈을 찾는 것은 별도의 노력 없이는 힘든 부분인 것 같아요.

 

향후 활동은?

여건이 된다면 내년 신작발표를 할 예정이에요. 내년이면 코로나가 종료될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어요. 내년 신작은 다른 시리즈이고, 작업 의도는 안식이에요. ‘당신이 쉴 수 있는 자리’란 컨셉으로 잔잔한 풍경들을 촬영했어요. 평온한 느낌을 전달하려고 해요. 코로나가 종식되면 해외 자원봉사도 다시 가고 싶어요. 

 

충무로 소재, 갤러리미루
충무로 소재, 갤러리미루

박초월 작가의 '순수의 원형 : 생명의 나무' 전은 충무로 갤러리미루에서 오는 17일까지 만날 수 있다. 관람시간은 화요일~금요일 11시부터 20시까지며, 토요일과 일요일은 11시부터 17시까지다. 관람료는 무료다. 
 


 

작가 주요 이력

개인전
2022 순수의 원형 : 생명의 나무 展_갤러리 미작, 통영
2020 인간의 시간 3 展_아지트갤러리 개인전, 서울
2017 순수의 원형 展_청담 프리미어스파갤러리 초대개인전, 서울
2016 인간의 시간 展_에이트리갤러리 초대개인전, 서울
2015 수취인 없는 풍경 展_캔손갤러리 초대개인전, 서울
2014 돌에서 부처에게 展_캔손갤러리 개관 1주년 기념전, 서울

단체전
2021 “그곳에 무슨 일이?” 미얀마 후원 기획 전시_이룸갤러리, 대구
2019 ART BAZAAR_나눔갤러리 블루, 경기도 양주시
2018 코닝 마스터픽스 어워드 <MSTER WEEK>_Espace thorigny, 파리, 프랑스
2018 게임 X 아트 멀티유즈 展 : 봄의 반란_한국콘텐츠진흥원, 판교
2017 콘텐츠 멀티 유즈 展_한국콘텐츠진흥원, 판교

아트페어
2019 아쿠아 아트 마이애미_Space776 부스 221_플로리다, 미국
2017 경남국제아트페어_창원컨벤션센터, 창원
2016 청담미술제 ‘5.이.소’_르브레쏭_AYA아트코어브라운,서울
2015 PHOTO & IMAGING_캔손갤러리 초대작가 3인전_코엑스, 서울

주요활동
2021 제10회 <MG새마을금고 사진공모전> 1차 심사위원
2020 제3회 아시아문화국제사진공모전 우수상 수상_(사) 아시아문화
2019 OCN 수목드라마 <미스터 기간제> 작품협찬
2018 아트경기 & 네이버 그라폴리오 작가 선정
2017 한국경제신문 <HK여행사진작가 아카데미> 사진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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