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월24일부터 4월24일까지 개최
오늘날 이동과 연계된 다각적인 문제을 살피는 작품들로 구성

[문화뉴스 조희신 기자] 아르코미술관 2022년 첫 전시인 '투유: 당신의 방향'이 오는 2월 24일부터 4월 24일까지 개최하는 가운데, 23일 오전 아르코미술관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투유: 당신의 방향'​은 팬데믹 이후 변화된 이동의 의미를 고찰하는 전시로 펼쳐진다. 최근 효율적이고 안전한 이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미래 모빌리티는 2022년 키워드로 등장했다. 이에 공유 모빌리티, 친환경 모빌리티 등 모빌리티와 결합된 단어 또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게 됐다.

사진=아르코미술관 제공
사진=아르코미술관 제공

김미정 큐레이터는 "이번 전시는 이동과 관련된 기술에 기대와 그 가능성을 논하는 대신 팬데믹으로 이동이 제한되면서 그에 따른 변화가 사회 구조를 어떻게 바뀌었고 우리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살펴볼 수 있다"라고 전시 의의를 설명했다.

이번 전시는 ​​김익현, 김재민이, 닷페이스, 송예환, 송주원, 오주영, 유아연, 정유진 총 8명의 작가가 참여하며, ​1전시실, 2전시실에서 ​영상, 사진, 설치 등 20여점을 만나볼 수 있다. 

1 전시실은 △송주원 '마후라' △오주영 '구름의 영역' △송예환 '월드 와이드' △유아연 '벌레스크' '공손한 님들' 등으로 구성됐다.

송주원 '마후라'/사진=아르코 미술관 제공
송주원 '마후라'/사진=아르코 미술관 제공

'마후라'는 아시아 최대 중고차 시장이었지만 재개발을 앞둔 장안평 일부와 자동차의 풍경을 담았다.

송주원 작가는 "퍼포머의 신체와 결합해 생명력을 부여해 유령처럼 지역을 맴돌게 만들었다. 전시의 인트로인 이 작품은 이동, 기계 모빌리티, 그리고 도시를 구성하는 존재들이 밀려나고 밀려드는 관계를 한번 생각해봤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오주영 '구름의 영역'
오주영 '구름의 영역'

'구름의 영역'은 최근 각광받는 항공 모빌리티 (UAM, Urban Air Mobility) 등 새로운 이동 기술이 초래할 딜레마를 고찰하고 상상할 수 있다.

미래, 대기로 인해 상공 도시에 살아야 하는 기후 위기 난민과 인간에게 하늘을 빼앗겨 날지 못하는 새의 생존 관계를 세 개의 아케이드 게임으로 만나볼 수 있다. 

작가는 ​"플레이하면서 자신의 선택으로 달라지는 엔딩은 미래 이동 기술이 내재한 생명윤리 및 환경문제를 반영했다"라고 설명했다.​

​팬데믹 이후 가상세계에서의 정보 공유는 새로운 세계를 여는 포털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작가 송예환은 이러한 환상에 제동을 걸고 제환된 웹 환경이 개인의 환경이나 문화적 차이를 경시한 채 일반화된 상호작용과 시각을 강요하는 현실을 드러낸다고 한다. 

송예환 '월드 와이드'
송예환 '월드 와이드'

작가는 '월드 와이드' 작품을 통해  웹 플랫폼들이 과연 '모두'에게 공평하게 혹은 충분히 접근 가능한 공간이지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벌레스크'는 노동을 수행하고 서비스를 제공받는 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입구에서 받은 진동벨이 울리면 전시장을 돌아다니는 서빙 로봇에게 이를 반납할 수 있다.

작가는 반납이라는 이동 행위를 전제로 제공되는 서비스에 불필요한 접촉과 정보를 끼워 넣음으로써 서비스 노동, 플랫폼 노동 등 노동의 주체는 삭제되고 용이하게 결과만을 소비하는 실태를 보여준다.

2전시실은 △김재민 '냄새의 경계선' '돼지똥과 아파트' 등 △​정유진 '돌고 돌고 돌아' △​김익현 '그늘과 그림자' '산책' △​닷페이스 '우리는 어디서든 길을 열지'를 만나볼 수 있다.

김재민 작가의 이번 전시 공통점은 '냄새'다.  '돼지똥과 아파트'는 과거 용산과 나주에 있던 공장 및 농장의 이동 과정을 좇는다.

김재민 '냄새의 경계선'/사진=아르코미술관 제공

이들이 계속해서 자리를 옮겨야 하는 이유는 냄새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은 '기생충'의 주요 인물인 오근세와 국문광을 주인공으로 한 '냄새의 경계선3-기생충 순례길(2022)에서도 바라볼 수 있다. ​​

극 중 부천과 광명 출신인 이들이 어떻게 서울의 상류층에 입성하고 한편으로 실패했는지를 순례길로 상정해 상상의 기념품들과 아카이브를 비치했다.

정유진 '돌고 돌고 돌아'
정유진 '돌고 돌고 돌아'

팬데믹으로 인해 해외로 이동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항공사들과 면세업계는 땅에 멈춘 비행기의 연료와 주차비를 절약하기 위해 '무착륙비행'을 개발했다. 정유진 작가는 면세품 구매를 촉진하고 이벤트로서의 비행을 자처하는 무착률 비행의 움직임을 보고 정착 없이 돌아오는 롤러코스터를 닮아 있다고 말한다. 

정유진 '돌고 돌고 돌아'
정유진 '돌고 돌고 돌아'

'​​​그늘과 그림자'는 김익현 작가가 2018년 11월 24일부터 2021년 10월 25일까지 촬영한 사진들로 구성된다. 이 사진들은 택배로 주문한 물건을 직접 확인하기도 전에 도착을 공지하거나 몇 년 전의 추억을 알리고, 알고리즘과 타임라인을 통해 관객의 눈을 실어 나른다. 

김익현 '그늘과 그림자' 
김익현 '그늘과 그림자' 

김익현 작가는 "사람의 눈과 기계의 눈이 공존하는 디지털 네트워크의 세계에서 사진 데이터는 정확한 기록도 현실도 아닌 채 감각과 인식을 혼동시키며 데이터 사이를 떠돈다"라고 설명했다.

닷페이스는 2020년 팬데믹으로 인해 퀴어 퍼레이드를 개최할 수 없는 상황에 대응해 온라인 퀴어 퍼레이드를 기획했다.

​닷페이스 '우리는 어디서든 길을 열지'
​닷페이스 '우리는 어디서든 길을 열지'

자신만의 캐릭터와 메시지를 만들어 SNS 등에 공유됐던 이 행사는 “우리는 없던 길도 만들지”라는 문구를 통해 이동이 어려운 혹은 불가능한 시대를 사는 이들이 편견 없이 자신의 생각을 적극적으로 발화, 협력할 수 있는 장소에 대한 기대이자 가능성을 상징한다. ​

​이번 전시의 제목 '당신의 방향'은 인간을 포함한 모든 것들의 이동 방향이 어떻게 사회 구조의 형식과 결속의 방식을 변화시키는지를 질문한다.

모두에게 동등하게 주어진 자유인 줄 알았던 이동이 사실 권력과 배제의 수단이 될 수도 있는 시대임을 지각하고 이동이 가진 오늘날의 다각적 의미와 작동의 형태를 들여다 본다. 우리에게 이동의 방식과 형식의 문제는 지속적으로 감지 될 것이다. 

​한편, 이번 전시는 건국대 모빌리티인문학 연구원과의 공동 기획으로 4월 15일 국내 봄 학술대회를 개최한다. 또한 장애인 환승 지도를 기획한 협동조합 무의와 이동 장애인의 미술관 이용 설명서를 제작하고 휠체어 체험 워크숍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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