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대중화에 이바지하고 싶어“
오는 5월 18일 피아니스트 임기욱과 듀오 연주회 개최 예정
후학 양성에도 힘쓰고 있어

[문화뉴스 조희신 기자] "6살 무렵에 친구 따라 피아노학원을 갔는데, 소리에 매료돼 부모님을 졸라 다니게 됐어요. 몰입을 잘하는 성격이 아니었는데, 건반을 치는 순간 오직 피아노 소리에만 집중했죠."​

아름답고 따뜻한 음색으로 듣는 이의 마음을 울리는 피아니스트 김유빈. 지난 14일 서초동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피아노를 잡게 된 계기를 밝혔다. 

그저 피아노 소리에 매료돼 시작한 것이 어느새 2018년 이탈리아 카바데티레니 Jacopo Napoli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1위 입상, 제18회 Pietro Argento International Piano Competition에서 3위에 입상 등 세계적인 콩쿠르에 참가하며 연주자로서의 입지를 다져나갔다.​ 

국내에서는 삼익 콩쿠르 입상, 서울 필하모니 콩쿠르에서 대학부 1위를 차지하기도 하였고, 금호 영아티스트에 선정되어 금호아트홀에서 독주회 ​​등을 걸치며 수많은 사람에게 잔잔한 감동을 전하고 있다. 

사진=아투즈컴퍼니 제공
사진=아투즈컴퍼니 제공

자는 동안에도 허공 건반을 두드릴 정도로 사랑하는 피아노가 이제는 자신의 커리어가 됐으며, 떼어놓을 수 없는 사이가 돼버린 것이다. 그는 현재 연주회 외에도 후학양성에 힘을 쓰기 위해 세종대학교, 부산예술중학교 등에 출강하고 있다.

​그런 그가 지난 2월 8일 예술의 전당 리사이틀 홀에서 '김유빈 피아노 독주회'를 펼쳤다. 이번 독주회에서는 각각 부제가 있는 작품들로 꾸며졌다. 부제가 있다는 것은 연주자의 표현력에 제한이 있을 수 있지만, 그는 이러한 점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관객들에게 다양한 캐릭터로 다가가 음악 속에서 일탈을 만끽하게 해줬다. 

​"이번 공연에서 연주한 '전원' '밤의 가스파르' '카니발' 세 곡은 매우 다른 분위기를 띠고 있어요. 이 중 '밤의 가스파르'와 '카니발'은 모음곡으로 각각의 곡들이 모두 표제가 있을 정도예요. 표제들만 생각해도 이번 공연에서 26개의 다른 캐릭터를 표현해야 했던 것이죠. 쉽게 예를 들면, 연기자가 70여 분 동안 26명의 다른 배역을 소화한 셈이죠.​"

​'밤의 가스파르'의 첫 곡 '옹딘'은 인간을 사랑한 물의 요정으로 물을 연상시키는 몽환적인 분위기와 옹딘의 격정적인 감정을 전해야 했다. 그에 반해 다음 곡인 '교수대'에서는 음산하고 황량한 교수대 주위의 환상을, 마지막으로 '스카르보'는 장난꾸러기 도깨비를 어디로 튈지 모르는 빠른 박자를 관객에게 이미지와 감정을 명확하게 전달해야 했다.

​그렇게 각각의 부제를 가진 작품을 깊이 이입해 연주자로서 다양한 캐릭터를 표출하며,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친 피아니스트 김유빈. 아쉬운 마음도 들지만, 성취감을 느낀다고 한다. 일문일답을 통해 자세히 들어봤다.


피아니스트 김유빈 

피아니스트 김유빈

Q. 지난 2월 8일 예술의 전당에서 피아노 독주회를 개최하셨습니다. 소감은 어떠신가요?

​무대를 마쳐서 기쁘고 후련해요. 이번 연주는 제가 평소에 좋아하고 애정이 많은 곡들로 준비해서 더 잘해야겠다는 부담감도 들어서 기존 연주회 준비과정보다 ​힘이 들었어요. 더구나 출강 준비로 인해 바쁘기도 했고요.

​그렇지만, 연주 후 관객 분들의 반응과 후기를 들어보니 표현하려고 했던 음악을 느끼고 교감해주신 것 같아, 힘들었던 과정이 잊힐 만큼 뿌듯하고 성취감도 많이 느꼈어요. 특히 음악 애호가분이 '인상적이었다.'라는 글을 SNS에 게재해주셔서 감사하더라고요.

​​

Q. 이번 독주회에서 중점으로 둔 것이 있었을까요?

리사이틀 프로그램은 한 곡 한 곡의 캐릭터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전체적인 흐름과 짜임새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많은 청중이 비교적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로 연주를 시작하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담고 있는 라벨의 곡으로 넘어간 뒤, 슈만의 카니발을 연주함으로써 말 그대로 축제를 느끼며 공연을 마치려고 의도했어요. 

​사실 처음 선곡을 할 때 염두에 둔 것은 아니었는데, 공교롭게도 모두 표제음악이더라고요. 그런 만큼 관객 분들이 곡마다 어떤 장면을 떠올리실 때, 그와 잘 조화될 수 있는 연주를 하려고 노력했어요.

Q. 독주회를 마치고 예상외 아쉬운 부분도 있을 것 같아요.

​주목을 받을 때 민망해하는 경향이 조금 있어요. 그래서 무대 인사가 어색하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기도 하죠(웃음). 고치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지만, 아직 충분하지 않을 것 같아요. 

이번 독주회에서도 커튼콜을 한 번만 하고 바로 앙코르를 연주하는 바람에 카니발의 여운을 충분히 느끼지 못했다는 코멘트를 듣고 아직 부족한 게 많다고 느꼈어요. 건반을 누르고 있지 않더라고, 입장부터 퇴장까지의 모든 순간이 무대 일부라 생각하고 연주 외적인 부분까지도 완벽히 준비해야겠다고 다시 다짐하게 된 시간이었네요.

   

Q. 다음 공연을 한다면 어떤 곡을 연주하고 싶으신가요?

​요즘에 인상주의 음악에 빠져 있어 라벨, 드뷔시, 라모 등의 프랑스 음악이나 무소르그스키와 라흐마니노프 등의 러시아 음악을 다음 독주회에서 연주하지 않을까 생각돼요. 

오는 5월 18일에는 피아니스트 임기욱 씨와 함께 듀오 연주회가 있어요. 독일 유학 시절부터 친하게 지낸 동료인데, 지난해에 한국에 귀국해 함께 듀엣을 하자는 말이 나와 하게 됐어요. 모차르트, 라벨의 음악 등을 연주할 계획이니 많은 기대와 관심 부탁드려요.

Q. 연주자로서 앞으로 어떤 음악 세계를 구축해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나요?

​먼저 클래식이 대중들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음악이 관객에게 감동과 위안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음악적으로 추구하는 방향 역시 이와 같아요. 

사진=아투즈컴퍼니 제공

​최근에 한 하우스 콘서트에서 연주자의 혼을 담은 연주를 보고 저뿐 아니라 동행한 지인들이 이구동성으로 연주에서 받은 감동을 쏟아낸 적이 있어요. 저도 아직은 부족하지만, 이런 감동을 줄 수 있는 무대를 많이 만들면서 클래식 대중화에 이바지하고 싶어요.

Q. 세종대, 전남대, 창원대, 경북대, 인천예고, 부산예고 등을 출강하며 후학양성에도 신경을 쓰고 계십니다. 교육자로서 학생을 가르칠 때 어떤 신념을 가지는지 궁금합니다. 또한, 후학 양성에 신경을 쓰고 있는 이유도 알려주세요.

​학생마다 성격과 가진 재능, 잠재력이 다른데, 그것을 제가 어떻게 끄집어내어서 발전시킬 수 있는지 고민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배우는 단계에선 각자 연주의 장단점이 있는데, 단점만을 보완하고 고치려고 집중하다보면 자신이 가진 장점이 없어지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학생이 가진 장점을 더 살리는 것에 집중해서 자신감을 느끼고 자신만의 음악을 해나가도록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게 학생들의 성취감이나 자신감에도 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요.

그리고 제가 이 자리에 오기까지 많은 선생님께 가르침을 받은 만큼 다음 세대의 음악가들에게 제가 받은 것들을 돌려주고 싶어요. 더불어 학생들의 발전을 지켜보고 그것을 도와주는 일은 그 자체로도 정말 즐거워요.

Q. 여러 활동과 공연 등을 보여주고 계십니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독일 유학 중에 펼쳤던 하우스 콘서트들이 기억에 많이 남네요. 독일은 클래식이 생활 속에 많이 들어와 있어요. 그래서 관객과 연주자 사이의 거리가 매우 가깝죠. 작은 공간에서 조금 더 캐주얼하게 하는 하우스 콘서트들이 많고 연주 직후에 관객과 직접 소통하는 시간도 많았습니다. 한국에서도 이런 연주들이 많이 생기고 있는 것 같아 앞으로가 더욱 기대돼요.

 

Q. 앞으로의 계획은?

 우선은 지금처럼 독주회를 비롯한 연주 활동을 계속하며 관객들과 만나고 제 음악을 들려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제가 자신 있는 레퍼토리를 살린 기획연주들도 계획하고 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관객과 함께 감동하고 싶다는 피아니스트 김유빈. 그는 출강하며 후학양성에 힘쓰는 한편, 아음(A-eum) 트리오 멤버로서 다양한 음악 활동을 통해 관객과 만남을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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