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지만 올해 공연은 이뤄나갈 것
어린이·청소년 무용, 안무랩, 스텝업 등 다양한 시도
남정호 단장이 표현하는 위로의 몸짓, 겨울나그네

[문화뉴스 김창일 기자] “예술가는 잠수함 속 토끼 같죠. 잠수함을 운행할 때 토끼를 데려간다고 합니다. 토끼는 잠수함 속 공기가 희박하다는 것을 잘 먼저 알아차리기 때문입니다”

국립현대무용단 남정호 단장 겸 예술감독이 예술가를 비유한 말이다. 예술가는 대중과 소통하지만, 공기(사회적인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하고 동시에 자신만의 예술성을 표현해야 한다. 

 

국립현대무용단 남정호  단장 겸 예술감독
국립현대무용단 남정호 단장 겸 예술감독

 

“예술가들의 독창적인 상상력의 발현들이 당시에는 재미가 없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질문을 갖게 하는 것이 현대무용이 아닐까 합니다. 현대무용도 현대 예술의 맥락입니다. 대중은 문화예술로 마취되고 싶고, 위로받고 싶어 합니다. 국립현대무용단은 그러한 대중이 현대무용을 쉽게 접할 수 있는 대중성과 예술성을 새의 양 날개처럼 균형을 맞춰 운영하려 합니다”

국립현대무용단 남정호 단장 겸 예술감독과의 국립현대무용단의 올해 라인업 및 사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지만

올해 공연은 이뤄나갈 것

 

사진=국립현대무용단 제공
사진=국립현대무용단 제공

 

올해 라인업이 발표됐습니다. 첫 번째 공연이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데, 안애순 안무가의 <몸쓰다>를 선정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우리나라 현대무용의 역사는 길지 않지만, 많은 현대무용가가 있습니다. 많은 현대무용가가 있지만, 또한 검증된 안무가들이 많지 않은 것도 현실입니다. 자신의 것을 창작하고 전통과 실험을 꾸준히 작업하는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검증되고 안정감이 있는 분을 모시고 싶어서 안애순 안무가의 <몸쓰다>를 첫 작품으로 선정했습니다.
 

올해 9월 랄리 아구아데와 허성임 안무가의 ‘맨투맨’이 관객을 만납니다. 코로나로 국제교류가 어려운 시점입니다. 

랄리 아구아데는 3년 전 오기로 돼 있었지만, 코로나19가 시작되며 만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작년 가을 서울세계무용축제에 출연했고, 작품을 보고 꼭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코로나19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기에 확답은 할 수 없지만, 추진하고 있습니다.

허성임 안무가는 영국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솔리스트로서 금지된 것은 없다는 용감한 도전을 하는 안무가입니다. 해외에서는 예술가 자신의 최선의 것을 끄집어내야 살아남습니다. 국내에서는 사회적인 눈에 의해 보이지 않는 제약이 있는 것에 현실입니다. 허성임 안무가가 해외에서 가졌던 치열함을 한국에서 보여줬으면 좋겠습니다. 

 

어린이·청소년 무용,

안무랩, 스텝업 등 다양한 시도

 

구두점의 나라에서 (사진=국립현대무용단 제공)
구두점의 나라에서 (사진=국립현대무용단 제공)

지난해 <구두점의 나라에서>를 관람했는데, 어린이·청소년 무용이라 가족 단위 관객이 많았습니다. 공연이 끝나고 부모님께서 자녀에게 ‘무용해볼래?’라고 묻는 모습을 보며, 어린이·청소년 무용이 다양해져야 현대무용에 관심을 갖는 청소년도 많아질 거 같습니다. 어린이·청소년 무용이 한 작품만 있어 아쉬움이 있습니다.

이전에는 어린이·청소년 무용이 없었습니다. 2018년 5개년 계획으로 연령별 중장기 레퍼토리를 개발해보자며 시도한 것입니다. 

현대무용은 성인용무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영화로 말하면 소위 ‘19금’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인간의 본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장르이기 때문이죠. 서두에 말씀드렸지만, 국립이기에 국민을 위한 서비스 즉, 현대무용을 전파하는 미션과 사명감도 제공하는 의미에서 <구두점의 나라에서>는 어린이·청소년 무용이었지만, 반드시 어린이·청소년 무용은 아니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다른 나라의 경우, 국립현대무용단에서 청소년 대상 교육프로그램은 있지만, 청소년 대상 현대무용 작품은 찾기는 어렵습니다. 1년에 한 작품은 어린이·청소년 무용을 오픈하자는 마음으로 하고 있습니다.

 

창작무용을 만들기 위해서는 안무, 음악, 무대 등 준비해야 할 사항이 많습니다. 2020년부터 이어온 안무가 창작지원 프로젝트 ‘안무랩’, 작년 시작한 ‘무용X기술 창작랩’, ‘스텝업’에 기대감이 높아지는 이유입니다. 3년간 진행한 ‘안무랩’과 5년을 맞이하는 ‘스텝업’을 평가하신다면?

2020년은 국립현대무용단 창단 10주년이 되는 해였습니다. 문화비축기지에서 10주년 잔치를 준비했지만, 코로나19가 발생하며 온라인으로 돌려야 했습니다. 

공연은 취소되고 문화예술인은 끝을 알 수 없는 참담한 상황에 직면하게 됐습니다. 이때 무용단 내부에서 ‘안무랩’에 대한 제안이 나왔습니다. 어려운 시간이지만 자신만의 생각을 정리하는 리서치 프로젝트를 시작한 게 안무랩입니다. 안무랩에 참여했던 이선아 안무가는 프랑스 엑상 프로방스에서 레지던시 예술가로 초청을 받았습니다. 이번 2월에 프랑스에서 공연을 하게 됐습니다. 

스텝업은 기존 안무했던 작품을 선택해서 완성에 가깝게 만드는 기회를 제공한 프로그램입니다. 신작 생산 후, 휘발되는 작품들이 많습니다. 재공연을 했을 때 더 좋은 작품이 나올 것 같다는 것을 선택했습니다. 올해는 공모를 통해 모집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남정호 단장이 표현하는 위로 몸짓,

겨울나그네

 

올해 국립현대무용단 마지막 공연은 남정호 단장이 독무로 선보이는 겨울나그네입니다.
올해 국립현대무용단 마지막 공연은 남정호 단장이 독무로 선보이는 겨울나그네입니다.

 

올해 마지막 라인업은 ‘겨울 나그네’입니다. 단장님께서 안무를 맡고 직접 출연하시는데, 이전의 ‘겨울 나그네’와 다른 점은 무엇인가요?

작년 겨울나그네를 제안한 이유는 한해를 정리하는 위안을 주는 작품을 보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겨울나그네는 쓸쓸한 이야기지만, 동시에 아름다운 이야기입니다. 

저도 삶을 살아가다 보니, 삶에는 수많은 고통이 있다는 것을 체감하게 됐습니다.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고통을 겪고 태어났고, 성장하면 수많은 고통이 우리에게 다가오지만 또한 이를 통해 성숙하게 됩니다. 아픔을 아름답게 조명되는 차원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제가 춤추는 걸 좋아합니다. 올해는 겨울나그네를 통해 독무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현대무용은 형식이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자신만의 무용이 나와 토착화가 더 쉽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현대무용이라고 하면 서양의 수입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몸은 자신의 것이기에 자신만의 무용이 나오고 우리 만의 무용이 나올 수 있습니다. 현대무용을 나의 것으로 만드는 토착화가 꼭 필요한 점이기도 합니다. 
 

현대무용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춤

 

남정호 단장은 학연을 떠나 다양한 춤을 추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했습니다.
남정호 단장은 학연을 떠나 다양한 춤을 추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했습니다.

 

한국 현대무용의 양적인 성장은 어느 정도 됐다고 생각합니다. 무용으로 생계를 넉넉하게 이어가는 무용수, 안무가는 많지 않습니다. 

한국 현대무용의 양적팽창은 충분히 이뤘습니다. 많을 때는 대학에 무용과가 50개 정도 있었습니다. 학력인구, 무용의 대중성 등으로 보면 미국대학도 이렇게 많지는 않습니다. 한국적인 양적팽창이었고, 불필요한 생존경쟁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나라 풍토지만 무용보다는 학위를 우선으로 하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무용이 아니라 대학의 무용과가 중요해졌습니다. 제법 오래된 문제입니다. 최근 들어 학생수 감소로 무용과가 줄어들고 있다 보니, 이제는 개별 레슨을 안 받고도 무용실력만으로 진로를 선택할 수 있게 된 시점이 되었습니다.

앞으로는 춤을 추는 사람이 원하는, 다양한 춤을 추는 시대가 도래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현대무용과 가까워 질 수 있는 프로그램은 무엇이 있을까요?

국립현대무용단은 무용을 전공하지 않은 일반인들이 직접 참여하여 현대무용을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일상생활에서 춤을 가깝게 경험함으로써 국민들의 삶이 풍요로워질 수 있도록 도모합니다.

현대무용을 몸소 경험하며 이해의 폭을 넓혀보는 '무용학교', 인문사회학적 주제를 통해 무용의 최신 트렌드를 파악해보는 교양 강의 '춤추는 강의실', 현대무용이 궁금한 학생들에게 일일 체험을 제공하는 학생 진로 체험 프로그램 '찾아가는 현대무용' 등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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