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만의 촌스러움을 간직한 소극장 ‘알과 핵’
2월 13일 (일)까지 공연

소극장 알과 핵 
소극장 알과 핵 

[문화뉴스 문수인 기자] 정말 오랜만에 서울 대학로 소극장에서 연극을 보았다. 1998년 개관한 소극장 알과 핵은 마로니에 공연에 인접한 172석 규모의 소극장으로 개관 이후 수많은 연극, 뮤지컬, 콘서트가 무대에 올랐다. 

특히 뮤지컬 <빨래> 등 대표 창작극들이 시작될 수 있었던 창작공간이기도 하다. 지난해 제11회 서울미래연극제 같은 연극계 대표 페스티벌도 함께 하고 있다.

소극장 입구에는 ‘알과 핵’ 단어가 크고 단조롭게 붙어있는데 글씨체가 촌스럽기 그지없었다. 대학로를 찾는 몇몇 사람들은 아직 이 촌스러움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아서이지 않을까? 

하나둘씩 사라지거나 유행에 맞추어 재공사하는 극장들 사이, 옛 추억을 경험해볼 수 있는 무대들이 지켜지기를 바란다. 

그러려면 관객들에 의해 찾아져야 하고, 창작자들에 의해 고여 있던 공기가 새롭게 순환해야 한다.

연극 ‘저기요...’는 이에 알맞게 젊은 패기를 가진 청년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우리 삶에서 가까운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펼치며 어깨에 힘주지 않고 여섯 청춘의 사랑과 우정을 솔직하게 담았다. 무겁지 않지만, 너무 가볍지도 않은 작품은 배우들의 연기가 한몫했다.

연극 '저기요' 포스터/사진=극단 배우地
연극 '저기요' 포스터/사진=극단 배우地

이채인 역에 김소혜, 신여경, 박소영이, 백해라 역에 이세희, 설유빈이 맡았다. 원지혁 역에 고현, 홍준기 배우가, 김주일 역에 박준혁, 이인규가 연기한다. 이지후 역에 김남호, 박영웅이, 멀티남에 최설, 황성진, 김영민이 활약한다.

극단 배우地가 제작과 기획, 최지은 작가와 정범철 연출이 함께 호흡했다.

연극 ‘신데렐라’로 대학로에서 데뷔했던 박소영 배우의 연기가 인상적이었다. 고등학생부터 서른 살까지의 변화를 설득력 있게 보여주었다. 적당한 떨림과 무대에 오른 순수한 열정이 돋보인 배우들의 또 다른 무대도 기대가 된다.  

딱 이 젊은 시기를 지내는 연극인들이 한 번쯤은 해보고 싶은 연기인 것 같아 배우 지망생이 보아도 작은 경험이 될 수 있겠다.

또 대학로에 함께 온 연인이나 친구와 보기 좋겠다. 간간이 등장하는 웃음 포인트는 일상 속에 잔향으로 남기도 했다.

사진=연극 
사진=연극 '저기요...’ 제공

채인의 첫사랑 고등학생 지혁은 해라의 첫사랑이고, 채인의 두 번째 사랑 교회오빠 주일은 해라의 짝사랑이고, 채인의 새 번째 사랑 복학생 지후는 오롯이 채인만의 사랑이었지만 슬픔으로 막을 내린다.

어쩌면 비극적인 이들의 얽히고설킨 사랑은 상처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 내 주변의 놓치고 있던 소중함을 알아채자는 이야기였다. 

뻔히 보이는 이야기 흐름과 익숙한 대사들이었지만 계산적이고 능수능란한 연기가 아닌 아직 날 것의 연기로, 이제 막 연극 무대를 시작하게 된 젊은 창작자들의 열심 내는 모습은 추억을 방울방울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대학로의 정취는 연극의 다양한 장르가 만들어낸다.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낼 수 있는 냄새로 손님을 끌어 모은다. 

오늘도 대학로 극장 간판은 밝게 빛을 내고, 다양한 요리를 부지런히 무대에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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