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규칙과 규칙의 대주제를 담은 무용영화
아름다운 춤, 아름답다라고 느낄 수 있는 춤을 담아

제5회 서울무용영화제 개회식 후, 수상후보작 수상자와 영화제 관계자의 기념촬영
제5회 서울무용영화제 개회식 후, 수상후보작 수상자와 영화제 관계자의 기념촬영

 

[문화뉴스 김창일 기자] 작년 11월 5일부터 7일까지 아트나인에서 ‘영화와 춤추다(Dance with Films)’라는 슬로건으로 제5회 서울무용영화제(Seoul Dance Film Festival)가 열렸다.

작년 4월 19일부터 8월 31일까지 약 4개월 동안 공모전 작품접수를 진행했으며, 총 200여 편에 달하는 작품이 출품됐다. 전문가 심사위원단의 심사과정을 거쳐 10편의 수상후보작이 결정됐고, ‘Order in Chaos’의 서영진 감독이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했다.

서영진 감독과 작품과 무용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서울무용영화제 공모전 수상후보작에서 소감을 발표하고 있는 서영진 감독 (사진=서울무용영화제 유튜브 캡쳐)
서울무용영화제 공모전 수상후보작에서 소감을 발표하고 있는 서영진 감독 (사진=서울무용영화제 유튜브 캡쳐)

 

늦었지만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수상 소감 먼저 부탁드립니다.

정말 감사하고 영광입니다. 저희 작품의 안무가이신 김형희 (사)트러스트 무용단 단장님께서 “장애인은 항상 그들만을 위한 어떤 페스티벌이나 행사들 속에 있는데, 이번에는 그런 자리가 아닌 곳에서 상을 받아 더 뜻깊다”라고 출연진과 함께 감사의 인사를 전해 오셨습니다. 제 역할보다는 김형희 단장님과 출연하신 무용수들 그리고 카메라 뒤에서 많은 고생해 주신 스텝과 무용수의 보호자분들의 노고 덕이라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제 개인적으로도 무용 영화가 처음이었는데, 이렇게 좋은 결과가 있어서 정말 기쁩니다. 얼마 전 ‘유퀴즈 온더 블락‘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에 구교환 선배님이 출연하셔서 하신 말씀이 너무 가슴에 와닿아서 인용하겠습니다. “편지 보내는 마음으로 작품에 임했는데, (작품으로 상을 받아서) 답장을 받은 것 같아 기쁘다.” 

 

누구나 춤 출 수 있다

아름답게 말할 수 있다

 

갈대밭에서 춤을 추고 있는 장면 (사진='Order in Chaos' 켭쳐)
갈대밭에서 춤을 추고 있는 장면 (사진='Order in Chaos' 켭쳐)

 

작품을 못 본 분들을 위해 간략한 작품 설명 부탁드립니다.

(사)트러스트 무용단의 장애인 무용단 ‘Cane&Movement’와 함께 한 댄스 필름입니다. ‘불규칙과 규칙’이라는 주제를 ‘자연과 인간’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풀어가는 댄스 필름입니다. 종종 사람들은 춤을 춘다는 것을 어렵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사실 춤이라는 것이 인류의 태동부터 우리 전통문화에 오기까지 그 흐름을 보면 알 수 있듯, 어려운 것도 아니고 아름다운 것도 아닙니다. 가장 원초적으로 작용하는 언어로써 작품에 녹이고 싶었어요. ‘누구나 말할 수 있고, 누구나 자신의 노랫말로 노래할 수 있다. 누구나 아름다운 언어로써 춤출 수 있다.’ 이것이 저희 작품의 가장 중요한 메시지입니다.

영화 제목이 ‘Order in Chaos’ 인지도 설명 부탁드립니다.

작품의 내용을 문자 그대로 옮겨 ‘혼돈 속의 질서’라고 지었습니다. 세상과 나, 자연과 인간을 혼돈과 질서에 비유적으로 표현하였습니다. 처음에는 같은 뜻인 ‘Chaosmose’라는 단어로 할 예정이었는데, 조금 더 직관적이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어서 ‘Order In Chaos’로 변경되었습니다. 

 

눈 내린 숲길을 오르는 장면 (사진='Order in Chaos' 켭쳐)
눈 내린 숲길을 오르는 장면 (사진='Order in Chaos' 켭쳐)

 

이번 영화를 제작하면서 특별히 주안점을 둔 씬이 있다면?

클라이맥스 부분에 눈 내린 숲길 장면입니다. 구불구불하고 울퉁불퉁한 정리되지 않은 눈길을 어떤 사람들이 걸어갑니다. 같은 길인데 모두가 걸어가는 모습이 다르고, 어떤 사람은 커다란 짐을 가지고 있고, 어떤 아이는 그저 해맑게 뛰어다닙니다. 그러나 그들이 가는 길 앞쪽은 한참을 걸어가도 어디로 이어지는 곳인지 알 수 없죠.

그 사람들이 잠깐 멈춰서 무거운 짐을 놔두고 함께 뭉쳐 춤을 추고 다시 길을 갑니다. 이런 이미지들이 마치 우리 인생을 나타내는 것 같아요. 그래서 촬영할 때, 편집할 때, 모든 과정에서 신경을 많이 썼던 것 같습니다.

이번 영화를 제작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촬영하던 일주인 내내 폭설이 내려서 힘들었어요. 심지어 저희 촬영팀이 탑승한 차가 눈길에 미끄러져 사고로 이어질 뻔했습니다. 작년 이맘때에 촬영했는데, 이 시기 제주도에 그렇게 눈이 내리는 게 흔하지 않다고 합니다. 나중에 촬영본을 돌려보니 카메라 오퍼레이터의 눈물 섞인 신음 소리가 가득하고, 무용수들의 손과 귀가 빨개지고 추위와의 싸움이었어요. 그래도 눈 내린 제주도의 풍경과 작품의 느낌과 잘 맞아서 결과적으로는 좋았습니다.

 

무용과 영화의 관계성,

압축과 직관의 효과적 표현

 

서울무용영화제 관객과의 대화에서 답변을 하고 있는 서영진 감독 (사진=서울무용영화제 유튜브 캡쳐)
서울무용영화제 관객과의 대화에서 답변을 하고 있는 서영진 감독 (사진=서울무용영화제 유튜브 캡쳐)

 

무용영화를 제작한 동기와 출품한 계기가 궁금합니다.

최초에는 네덜란드의 장애인 무용단인 ‘Misiconi Dance Company’와의 국제 교류 프로그램으로 제작되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국내에도 무용영화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운 좋게 공모 기간과 타이밍이 맞아서, 조금 더 영화적 이미징과 씬의 목적에 맞게 재편집하여 출품하게 되었습니다. 

무용영화 외에 제작한 영화가 있으신가요?

몇 편 있기는 하지만, 습작이 대부분입니다. 이제 영상을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저는 올해 대학을 졸업하고 지금은 대학원에 진학해서 공부하고 있는 학생 신분입니다. 그래서 이전에 제작했던 영화는 학부 프로덕션으로, 제 개인적인 발전을 위한 실험과 모험의 장이었죠.

무용영화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무용영화라는 것에 어딘가 선을 그어 정의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무용영화의 매력이 무엇이라고 말씀드리기는 힘듭니다. 무용영화에서 주는 매력이 다른 장르의 영화에 적용되지 않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보다는 무용과 영화의 관계성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아주 작은 시선 이동 한 번이 백 마디의 대사보다 더 강력할 때가 있습니다. 바디 랭귀지는 이성보다는 본능적으로 해석되기 때문에, 음성 언어와는 다르게 굉장히 직관적이에요. 영화는 긴 서사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압축하는지가 관건인 만큼 무용과 영화의 관계성은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마더’의 한 장면에서 도준의 엄마가 갈대밭에서 춤추는 씬이 있습니다. 또한 토드 필립스 감독의 영화 ‘조커’의 첫 살인 직후 화장실 장면에서 아서가 춤추는 씬이 있죠. 이 표현들은 아주 효과적으로 해당 씬의 서사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이것이 영화와 무용의 관계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상업영화에서도 댄스 필름의 표현법이 많이 시도되고 있습니다. 이런 점과 나아가야 할 콘텐츠의 방향성을 비추어 보았을 때, 무용은 문자, 음성 언어와 영상 문법의 뒤를 이어, 융복합 시대에 하나의 효과적인 표현법으로써 매력적인 수단이 될 것 같습니다.

영화 제작자로서 향후 계획은?

지금까지 해 오던 대로 계속 영화를 만들 계획입니다. 전에는 제가 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 확신이 없었어요. 그러나 이번 수상을 계기로 조금 더 확신을 가지고, 더 과감하고 새로운 시도들을 많이 해볼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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