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19일까지, 알부스 갤러리에서
원화 작품과 작업과정을 담은 스케치와 작가노트까지…

[문화뉴스 박준아 기자]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그림책 작가 이수지 작가가 신작 ‘여름이 온다’(비룡소)와 이전 주요작품들의 원화 작품들을 한 데 모아 알부스 갤러리에서 오는 9월19일까지 개인전을 개최한다. 

이수지 작가는 그 해 최고의 그림책에 수여되는 볼로냐 라가치상 스페셜멘션, 보스턴 글로브 혼 북 명예상을 수상하였고, 뉴욕 타임스 우수 그림책에 선정되는 등 다수의 책들이 전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은 그림책 작가다. 

 


 

신작과 주요 전작들의 원화 작품을 한곳에

 이수지 작가의 첫 번째 그림책, ‘앨리스 인 원더랜드’ 관련 설치와 원화작품
 이수지 작가의 첫 번째 그림책, ‘앨리스 인 원더랜드’ 관련 설치와 원화작품

 

이 작가의 작품은 알부스 갤러리 4개층에 걸쳐 전시되고 있었다. 지하1층을 시작으로 작년 루시드폴의 노래 ‘물이 되는 꿈’을 시각화 한 작품들을 비롯해, ‘파도야 놀자’, ‘그림자 놀이’등 주요작품들과 그 원화를 선보였다. 

1층엔 이수지 작가 작품의 첫 그림책 ‘앨리스 인 원더랜드’(이하 원더랜드) 작품들이, 2,3층에 걸쳐 신작 ‘여름이 온다’의 원화와 영상화 한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이수지 작가의 첫번째 그림책 작품 ‘원더랜드’를 둘러보고 지하로 내려갔다.

지하 전시 공간에서 가장 눈을 사로잡은 것은 청량한 ‘파란색’이었다. 1층의 작품과 상반된 분위기였다. 루시드폴의 ‘물이 되는 꿈’의 영상 작품의 나지막하게 노래소리가 들리며, ‘파도야 놀자’ 원화작품들은 ‘물이 되는 꿈’과는 다른 작품이지만 파란색의 물의 이미지로 전체 공간이 연결 된 듯했다.

 

지하1층 ‘물이되는 꿈’ 원본이 있는 전시전경과 ‘파도야 놀자’ 작품 
지하1층 ‘물이되는 꿈’ 원본이 있는 전시전경과 ‘파도야 놀자’ 작품 

‘물이 되는 꿈’은 루시드폴의 동명의 노래를 그림책으로 그린 작품이다. 작가는 물이 자연 속에서 순환되는 내용의 노랫말을 등장인물이 꿈과 현실의 순환 속에서 꿈을 통해 자유로워지는 내용으로 풀어낸다.

이 작가는 내용뿐만 아니라 그림책의 형식적으로도 물이 순환되고 흐르는 특성을 담는다. 병풍처럼 펼쳐지는 연결된 책장들로 너울너울 물이 흐르는 이미지를 따라 가사가 흐른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을 지나면 책장 뒷면으로는 루시드폴이 그린 악보를 따라 다시 책의 처음으로 돌아가 자연스럽게 순환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내용에 맞는 형식을 지닌 그림 책이라니…. 다른 작품들이 더욱 기대됐다. ‘파도야 놀자’의 천진한 파란색 바다를 둘러본 후에,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2층 전시실로 향했다.

 


 

여름날의 선율을 담아···

신작 ‘여름이 온다’는 비발디의 사계 중 ‘여름’을 이루는 세 악장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이수지 작가의 작품도 각 악장의 곡의 특징과 느낌에 맞는 다른 형식으로 표현해 3악장으로 구성됐다.

  

신작 ‘여름이 온다’ 1악장 부분 전시전경
신작 ‘여름이 온다’ 1악장 부분 전시전경

아이들의 물놀이로 ‘여름’이 시작된다. 누군가의 어린시절 일기를 펼쳐 놓은 듯한 동심의 풍경 속으로 빠져든다. 고무호수에서 나오는 물들은 그 시절의 아이들의 표정과 통통 튀는 감정들처럼 여러 색체와 기법들로 흩뿌려졌다.

특히, 색종이를 잘라 붙여 사람을 표현하고 거친 선으로 물줄기를 표현한 1악장 부분은 투박한 형태들과 꼴라주에서 오는 즉흥성, 운율감으로 더욱 생동감이 넘쳤다. 

작가는 “아이들이 특히나 좋아해서 자주 들었다는 3악장을 들을 때면 가슴이 뛰었다”라는 강렬함과 요동을 여름날의 폭풍으로 표현한 것 같다.

  

'여름이 온다' 3악장 부분
'여름이 온다' 3악장 부분

이 작가는 색종이 꼴라주기법으로는 낼 수 없는 폭풍의 느낌을 위해 수채화와 선으로 표현했다고 한다. 

각 장면으로 표현된 작품들도 있었지만, 악보 위에 그려진 드로잉작품들은 만화처럼 여러 오선들 위로 그 층위에 담긴 서사와 공간구성으로 더욱 흥미를 자극했다. 

“문득 사계의 악보를 보니 음표가 통통 튀는 물방울처럼 보이고 악보에서 천둥이 치는 듯 보였다”는 작가는 악보 위로 지나가는 폭풍우를 만난 듯하다. 그리고 그 폭풍을 만나 “하늘이 어두워지고 비바람이 불어, 아이들이 놀던 물총과 우산이 하늘로 날아가는 상상으로 작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여름이 온다’의 시발점이 된 이 작품들은 작가의 말처럼 악보의 기호들을 이용하면서도 이수지 작가만의 그림 언어로 폭풍이 휘몰아치는 ‘여름’의 3악장을 표현한다.

 


 

공감각적인 경험을 선사하는 다양한 시도들···.

기자가 꼽는 이번 전시의 가장 큰 특징 중에 하나는 ‘물이 되는 꿈’과 비발디 ‘여름’을 영상화 한 작품들이다. 이 작품들은 작가가 음악을 듣고 어떤 상상과 구성을 했는지 이를 실현시켜 관객들에게 그대로 전달하려고 한다.

 

‘여름이 온다’ 여름3악장 부분, 전시전경
‘여름이 온다’ 여름3악장 부분, 전시전경

또한 영상에서 나오는 음악은 다른 작품들과 상호적인 관계를 맺으며 전시장 전체를 유기적인 공간으로 만드는 분위기를 연출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품 전달을 위해 갤러리에서는 작품의 해당 음악 스트리밍의 QR코드를 제공한다. 관객 개개인들이 전시장 안의 QR코드를 통해 작품의 해당 음악을 들으며 전시 관람이 가능하고, 그림책을 구매해도 책 안쪽 QR코드를 통해 음악을 들으며 감상할 수 있다.

전시 방식에 있어서도 층별로 작가의 시간을 따라 가는 듯한 전시는 작가의 작품세계를 다층적이고 입체적으로 관객들에게 전달한다.

전시 관람을 마치고 이수지 작가를 직접 만나봤다.


잠깐의 휴식 같은 ‘꿈’을 꾸어 보는 건 어떨까요?

이수지 작가
이수지 작가

Q. 관객들에게 인사 말씀부탁드립니다.

A. 코로나 상황에서도 관심 갖고 찾아와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합니다. 

 

Q. 4개층의 전시를 보며 작품이 많다고 느꼈습니다. 많은 양의 작품들이 서로 다른 작품들임에도 물과 파란색이라는 대상이 관통하는 듯해 일관적인 느낌이 인상적이었는데요. 

A. 코로나로 인해 2년동안 미뤄진 전시를, 신작이 나올 만한 시점에 맞춰 전시기획을 함께 진행했어요. 그리고 이번 전시를 위해 원화 작품도 더욱 준비했죠. 보통의 그림책들은 32페이지 정도지만 이번 책은 148페이지로 작품양이 굉장히 많아요. 오랫동안 열심히 준비한 기간만큼 다양한 면모를 선보이고 싶었어요. 

 

Q. ‘원더랜드’가 전시된 1층부터 관람을 시작해서 인지, 암울한 분위기의 ‘원더랜드’와 청량하고 즐거운 분위기의 다른 작품들의 상반된 분위가 느껴집니다.

A. ‘원더랜드’의 원작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자체가 이상한 이야기잖아요(웃음) 영국 빅토리아시대의 어린이 상을 담기도 하고 깊숙한 토끼 굴로 떨어져서 불안하고 부조리한 다른 세계로 간다는 것이 어른이 된 후에 다시 읽어 보니 디즈니풍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느껴지지 않았어요.

하지만 그 안에 너무 많은 재미있는 요소가 많으니까 흥미롭고 매력적인 세계로도 느껴졌어요. 말이 안되서 불안하고 어둡지만 그러면서도 흥미로운 그 안의 매력적인 요소들을 녹여내어 제 버전의 ‘원더랜드’를 만들고 싶었어요.

모든 것은 양면성을 지닌다고 생각해요. 그림책은 흔히 아이들을 위한 책이라고하지만 다양한 세계를 갖고 있어요. 저도 늘 밝거나, 어둡기만 한 건 아니에요. 그림책의 주제와 내용에 따라 작품의 표현방법, 분위기도 바뀌는 거죠.

 

Q. 작가님의 작품을 보면 그림책이라는 매체의 특성도 그렇지만 일상(현실)과 꿈(기억, 상상, 무대)을 넘나든다는 생각이 듭니다. 작가님이 생각하는 ‘꿈’은 무엇인가요?
 
A. ‘꿈’이란 말을 거창하게 생각하지 않아요. 꿈이란 단어는 의미적으로 여러가지 일 수 있지만, 먼 미래를 생각하는 그런 ‘꿈’이 아닌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현재의 상태에서 현실 너머를 보는 일도 꿈이라고 생각해요.

그림책을 그리면서 현실이면서 현실이 아닌 환상에서 그 경계를 넘나든다는 그런 생각을 항상 해요. 현실 너머를 보려고 하니까요. 그런면에서 저는 항상 꿈을 꾸는사람이라고도 할 수 있죠. 그렇게 생각하면 팍팍한 현실에서도 그 너머로 갔다 돌아오는 것으로  이겨낼 수 있는 게 아닐까요? 

 

Q. ‘물이 꾸는 꿈’에서 내용에 맞춰 책의 형식을 다르게 한다던가, 음악관련 작품을 영상화하는 등 작품의 내용, 개념에 따라 관객에게 전달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있었을것 같습니다. 
 

A. 네. 저에게 그림책은 설득의 과정이에요. 단순한 그림을 나열한 화집이 아니니까요. 그런 면에서 그림책이 갖는 매체성, 화면을 이루는 그림과 글의 구성 방식이나 독자가 책을 넘기며 읽는 책의 전체적인 리듬감 이런 것들을 생각하죠.

제가 먼저 작품에 대한 납득을 해야 설득할 수 있는 거 같아요. 그런 점들 때문에 음악에 대한 작품을 했을 땐 어떻게 음악을 그림책으로 잘 표현할 수 있을까 많은 고민을 했어요.   

 

Q. 끝으로, 향후 계획은? 

A. 그림책은 굉장히 복잡한 매체잖아요. 다양한 이면들을 담고있어서 다시 또 읽고 싶고 자주 읽어도 새롭게 느껴지는 ‘곱씹고 싶은 책’을 만들고 싶어요. 


전시를 보는 동안 작가가 말하는 ‘꿈’같은 휴식을 한 듯하다. 작가 본인도 즐겁게 그렸다는 이번 작품들에서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직접 들리는 듯 했고, 전시장은 시골에서 신나게 뛰어놀다 온 아이의 여름방학 일기를 펼쳐 놓은 듯했다.

매년 무더위에 지치지만, 그럼에도 막상 지난 여름들을 생각해보면 아련한 기억 속에 ‘왜 더 즐기지 못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을 것이다. 이런 여름날의 회상은 어린시절 여름방학부터 이어져 온 건 아닐까? 

유난히 무더웠던 올해 여름 말미, 여름 날의 추억과 회상을 담은 ‘여름이 온다’전시에서 얼마 남지 않은 여름을 만끽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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