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부터 창작까지, 다양한 발레의 진수를 한번에
13세기 귀족의 사랑부터 MZ세대까지 발레로 펼쳐보는 파노라마

[문화뉴스 박준아 기자] 코로나19 시국에서도 철저한 방역수칙으로 꾸려간 2주간의 성대했던 발레축제가 대단원을 맞았다. 

예술의 전당 cj토월극장에서 열리는 ‘2021 발레축제’의 마지막 공연인 광주시립발레단의 ‘레이몬다 3막中 결혼식 피로연’, 와이즈발레단의 ‘유토피아’ 그리고 조주현댄스컴퍼니의 ‘D-Holic'을 관람했다.

CJ토월극장에서의 마지막 발레축제 무대인만큼 국내 유일의 시립발레단인 광주발레단과 발레의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왕성하게 활동 중인 와이즈발레단, 젊고 신선한 에너지 가득한 조주현댄스컴퍼니의 개성 뚜렷한 세 작품을 클래식발레와 창작발레를 한자리에 모아 공연했다. 

각각 약 30분의 공연들로 묶인 세 작품은 발레 초심자에게도 흥미로운 음악선곡과 쉴 새 없는 발레의 다양한 변주로 지루할 틈이 없었다. 


 

춤으로 찾아 떠나는 ‘유토피아’ 그 어딘가.

올라가다 만 장막 뒤로 휴가를 떠날 듯 한 유쾌한 팝 위로 경쾌한 스텝을 밟는 무용수의 다리만을 보여주며, 와이즈발레단의 ‘유토피아’로 공연은 시작됐다. 

'유토피아'를 찾아 달려가는 무용수들 (사진=제 11회 대한민국발레축제 제공)
'유토피아'를 찾아 달려가는 무용수들 (사진=제 11회 대한민국발레축제 제공)

경쾌하게 시작한 무대는 곧 비장하고도 절제있는 군무로 한순간에 분위기를 바꾸며 긴장감이 돋았다. 미니멀한 검은 레오타드와 최소한의 조명 속에서 쉴새없이 뛰어다니는 무용수들로 채워진 무대였다. 

 

비장하고 절제된 군무로 보여준 유토피아를 찾아가는 길은 언뜻 영화 ‘매드맥스’의 한 장면 같은  척박하고 건조한 길 같았다.(출처=Pixels)
비장하고 절제된 군무로 보여준 유토피아를 찾아가는 길은 언뜻 영화 ‘매드맥스’의 한 장면 같은  척박하고 건조한 길 같았다.(출처=Pixels)

속도감 있던 무대가 다시 또 한순간에 정적 나란이 선 무용수들 위로 천장에서 옷이 내려와 무용수들은 무대 위에서 그대로 옷을 입었다. 예기치 못한 장면으로 관객들은 모두 숨죽여 옷을 입는 무용수들의 동태를 살폈다.

다시 또 분위기 반전. 흰 옷을 입은 무용수들의 군무는 이전의 군무와 비슷한 듯 변화해 보이지 않는 여정의 스토리가 진행되는 듯 했다. 아무것도 없던 무대위로 화려한 무대장치가 등장하고 무용수들의 춤도 공연 시작할 때 나왔던 유쾌한 팝으로 바뀌며 ‘유토피아’를 찾은 듯 바쁘게 움직였다.  

 

분위기 전환된 무대 위 옷을 입은 무용수들이 유토피아에 마침내 다다르던 길은 푸른바다가 옆에 있을 것 같은 기분좋은 휴가길의 길을 떠올렸다.  (출처=pixels)
분위기 전환된 무대 위 옷을 입은 무용수들이 유토피아에 마침내 다다르던 길은 푸른바다가 옆에 있을 것 같은 기분좋은 휴가길의 길을 떠올렸다.  (출처=pixels)

‘유토피아’는 객원안무가 김성민의 작품으로 반복되는 생활 속에서 진정 원했던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욕망을 스타일리쉬하고 유쾌한 안무와 음악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이 작품은 화려하고 극적인 분위기의 반전들이 관객들을 춤으로 빠져들게 만들기 충분했다. 개인적으로는 위에서 언급한 영화 ‘매드맥스’나 넷플릭스 드라마 ‘기묘한 이야기’같은 1990년 소위 ‘세기말’ 감성이 느껴져서 즐거웠다.

첫 번째 공연에서의 이미 깨진 나의 발레에 대한 선입견은 다음 공연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줬다.
   

‘파격’ 다른 말이 필요할까?


두 번째 공연은 조주현댄스컴퍼니의 'D-Holic'이었다. 각 세대들이 존재하는 방식들은 무용수들에게 배는 동작들, 감성들로 난다고 한다.

이런 점들에 주목하여 조주현 안무가는 작품에서 풍요롭지만 불확실한 21세기를 살아가는 MZ세대로도 불리는 젊은이들의 의식과 몸짓에 자극받아 그 충격적 이미지를 작품에 녹여냈다고 한다. 

음악부터 심상치 않은 테크노-하우스로 공연은 시작됐다. 개인적으로 하우스 음악을 좋아해서 더욱 흥겨웠다. 클럽에서나 들을 법한 하우스 음악에 춤추는 발레라니, 기자에게 있어서 흥미롭고 새로운 경험이었다.

 

격정과 파격 속, 역동적인 무용수들 (사진= 제11회 대한민국발레축제 제공)
격정과 파격 속, 역동적인 무용수들 (사진= 제11회 대한민국발레축제 제공)

텅빈 댄스플로어 위로 무용수들이 ‘의미불명’의 동작들로 움직이며 흩어지고 다시금 절제된 군무를 하는 등 파격적 무대가 안무가가 녹이고자 한 충격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노래와 안무 모든게 ‘파격’이었던 무대는 곱게 쪽졌던 머리를 풀고 흔들던 발리레나를 시작으로 공연은 절정에 올라 무용수들의 격정적인 에너지가 그대로 느껴져서 정말 발레리나, 발레리노들이 흥겹게 노는 클럽을 다녀 온 것 같았다.

‘D-Holic'은 “I dance, therefore I exist” (나는 춤을 춘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명제 하나로 작품의 모든 것을 담아낸다. 

K-Ballet를 위한 형식을 만들어가고 싶다는 안무가 조주현안무가가 선보이는 한국의 MZ세대 그들만의 새롭고 역동적인 발레 ‘D-Holic'은 춤을 위해 존재하는 안무가를 비롯한 무용수들의 열정이 그대로 느껴졌는지 관객들에게 가장 큰 박수를 받은 작품이기도 했다.


“클래식은 언제나 클래식”

마지막은 광주시립발레단의 클래식 발레작품 중 워낙 대작이라 자주 접할 수 없는 ‘레이몬다’ 작품 중 가장 화려하고 아름다운 3막의 결혼식 피로연 장면을 선보인다.

빠른 템포의 다양한 음색에 맞춰 정통 클래식 발레다운 우아한 동작들과 고난이도 테크닉이 매력적인 작품이다. 

 

광주시립발레단, '레이몬다'의 한 장면 (사진= 제11회 대한민국발레축제 제공)
광주시립발레단, '레이몬다'의 한 장면 (사진= 제11회 대한민국발레축제 제공)

흥겨웠지만 긴장되고 고조된 공연들을 뒤로하고 유유히 시작한 ‘레이몬드’는 기분좋은 힐링이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도 동유럽풍 리드미컬한 음악과 함께 이어지는 고난이도 테크닉들은 리프트하는 무용수들을 보면서 ‘저위에서 밥도 먹겠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보는 재미도 가득했다.  

13세기를 배경의 귀족들의 사랑이야기부터 세기말 감성의 유토피아를 찾아 떠나는 여정, MZ로 불리는 지금 세대들의 감성까지 마치 발레로 펼쳐보는 파노라마 같았다.


‘제11회 발레축제’는 아쉽지만 6월30일을 끝으로 대미를 장식했다. 기대하던 발레와 생각지 못한 발레 모두를 경험할 수 있었던 이번 '제11회 발레축제'에 이어 내년에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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