씬 스틸러(Scene Stealer)'. 영화나 드라마에서 한 장면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배우들을 말한다. 이들은 뛰어난 연기력으로 주연처럼 주목받는 조연배우들이다. 문화뉴스의 [대한민국 탑 아트스틸러]는 대중적인 주류는 아니더라도 각자의 분야에서 큰 인정을 받으며 My way'를 걷고 있는, 우리 문화예술계를 빛내고 있는 소중한 아티스트를 소개하는 코너다.

 

'정말 음악 잘한다' 싶은 팀을 만났다. 록밴드 '제8극장'이다. 이 팀은 서상욱(보컬, 기타, 베이스 리더) 임슬기찬 (기타, 코러스) 함민휘 (키보드, 기타, 베이스, 클라리넷, 코러스) 김태현 (드럼, 코러스)의 4명으로 이루어진 록밴드다.

문화뉴스에서 만난 그들은 본인들의 음악에 대한 이유있는 자부심이 있었고, 대중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도 확실했다. 또한 서브컬쳐와 자본의 논리 사이의 간극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면서 이 문제에 대해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낙관의 힘'을 가지고 있었다.

우리는 어떤 시절에 '위로'가 되어주었던 음악을 잊지 못한다. 그런 음악들은 서랍에 차곡차곡 넣어두었다 지칠 때 꺼내보는 앨범과 같다. '제8극장'의 음악은 그것과 닮아있다. 그들은 자신들의 에너지를 고스란히 대중에게 전달한다. 어설프지 않은, 사려 깊은 위로를 건넨다. 

▲ (왼쪽부터) 김태현, 임슬기찬, 서상욱, 함민휘

이름의 뜻이 궁금하다. 짓게 된 계기가 있나? '매지컬 미스테리 투어'에서 변경한 이유도 궁금하다.

ㄴ서상욱 (이하 서) : 많이 받는 질문이다. 사실 별 이유 없다. 사람들이 못 외워서 바꿨다. 이미 많은 팀들이 좋은 이름을 다 가져갔다. 산울림이나 들국화가 아직 없다면 우리가 했을 거다. 왜 굳이 '8'이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다. 숫자를 붙여봤을때 '8'이 어감이 좋지 않나. 내가 중국에서 자랐다. 중국은 숫자 '8'을 숭배하는 관습이있다. 아마 그 영향도 있지 않을까.

▲ '제8극장' 서상욱

2008년 발매한 '웰컴 투 더 쇼' 부터 가장 최근 앨범인 '언제나 나는 너를 생각해' 까지 그동안의 앨범을 돌아보면, 기본적으로 온도는 비슷해도 시대에 따라 전하는 메세지가 다르다고 느껴진다. 사운드가 좀 더 실험적이고, 재기발랄하고. 그런 변화들이 보인다. 어떤 변화가 있었나.

ㄴ서 : 3집에서 메트로놈을 보였다는게 가장 큰 변화같다. 원테이크 녹음을 했다. 한 자리에 모여서 공연할때랑 똑같이 시작하고 끝날때까지 쭉 가는 거다. 현대의 녹음방식은 '멀티 트랙 레코딩'을 차용한다. 악기를 따로따로 녹음하는 거다. 이 방법도 장점이 있다. 중간에 연주가 틀리면 다시 녹음이 가능하다. 메트로놈이 없으면 그게 안된다. 그러다보면 메트로놈에 음악을 맞추게 된다.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녹음 시에 멤버들 간의 호흡이 중요하다. 우리가 생각하는 우리 팀의 장점은, 음악적으로 흥분할 때 같이 흥분한다는 거다. 

ㄴ임슬기찬 (이하 임) : 소위 '클릭'이라고 부르는 것. 그걸 우리가 왜 따라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ㄴ 서 : 기술의 발전이 창작을 지배한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메트로놈은 창작에 참여하고 있지 않은데, 우리가 메트로놈에 맞추고 있는 거다. 예민하게 듣는 사람은 우리의 녹음방식을 알아챈다. 자연스럽고 현장감이 있다고 느끼시는 것 같다.

▲ '제8극장' 임슬기찬

멤버들 간의 호흡에 대해서 각자 느끼는 바는 어떤가.

ㄴ서 : 우리는 비슷하게 느낀다. 메트로놈 없이 원테이크 녹음을 하려면 한 몸 처럼 가야한다. 아무리 어려운 노래라도 중간에 한 명이 틀리면 끊기면 처음부터 다시 가야한다. '연애란 걸 하겠어'는 17번 녹음했다. 15번쯤 가면 헷갈린다. 1절하고 있는지 2절하고 있는지. 우리가 3집 녹음 하기 2, 3년 전 부터 호흡 맞추는 연습을 했다. 함께 생활하고, 놀고, 자고, 일어나고. 수도승처럼 지냈다. 앞에서 말한 곡을 제외하고는 한 두번 만에 녹음했다. 우리의 호흡에 대해서는 자부심이 있다. 

숙소 이사기념 페이스북 라이브도 진행했고, 곧 공연도 한다. 숙소를 옮기는 것이 특별한 의미인가?

ㄴ서 : 의도를 했던 건 아닌데, 월세 계약이 보통 2년이지 않나. 그래서 자연스럽게 이사를 해야했다. 공교롭게 앨범마다 이사를 했다. 한 집마다 앨범을 낸 거다. 환경이 바뀌는 자극이 음악에 영향을 준다. 환경을 바뀌면 일할 맛이 나고, 곡도 많이 쓰게 된다. 이번에 이사하면서 멤버들과 이런 얘기를 주고 받다가, 앞으로 평생 이사를 다녀야 하는 건 아닌가 생각했다.

▲ '제8극장' 함민휘

요즘 음악을하면서 가장 어려운 게 무엇인가

ㄴ서 : 경기가 안 좋다. 사람들이 돈이 없으면 우리는 더 돈이 없다. 사람들이 안정적으로 즐겁게 살 수 있는 환경이 됐으면 좋겠다.

ㄴ임, 함민휘 : 여유가 있어야 음악을 듣지 않겠나.

예전에야 홍대에서 음악한다는 말도 통했지, 지금은 공연장도 임대료 때문에 이사가고 있다. '살롱 바다비'도 사라지고 작은 클럽 공연장들도 그렇다. 아티스트들이 거주할 집도 너무 비싸지 않나. 이런 일련의 일들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나? '인디'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하게되기도 한다.

ㄴ서 : 음악 산업이 되면서 거대자본 논리라는 게 생긴다. 대형투자가 이루어지면 거기에 걸맞는 수익을 뽑아내야한다. 그런 논리로 부터 독립하는 게 인디음악이라고 생각한다. 자본주의로부터 독립하는 게 아니다. 안정적인 방식을 따라 창작하는 것이 아니라, 소자본이라도 하고 싶은 음악을 하는 게 인디다. 

내 생각은 이렇다. 환경과 관계 없이 애초에 이렇게 태어난 사람들이 있다. 백 억을 준다고 해도, 안정적인 방식보다는 하고 싶은 음악을 하는 걸 선택하는 거다. 그런 사람들이 운 좋게 홍대에 모인 것. 홍대 인근 월세가 오르면서 버텨지기 힘든 건 사실이다. 그러나 더 힘든 상황에서도 우리같은 음악인들이 존재해왔다. 그래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거다. 사라지지 않을 거다. 서브 컬쳐를 좋아하게 태어난 사람들이 있다. 우리는 계속 이렇게 살아간다. 그러다보면 꼭 홍대가 아니더라도 어딘가에서 모이지 않겠나. 낙관적으로 생각한다.

▲ '제8극장' 김태현

소속사와는 어떤 인연으로 들어가게 되었나?

ㄴ서 : 인연은 아주 오래됐다. 우리가 음악 처음 시작할 때부터, 오다가다 만나게 되면 그동안 궁금했던 걸 빨리 물어봐서 최대한 많이 알아내야 하는, 그런 분이었다. 도움을 많이 줬다. 2집 제작 할 때도 좋은 아이디어를 많이 공유해줬다. 음악을 워낙 잘 알고, 잘 '하는' 분이다. 뮤지션이다. 같이 음악을 했던 사람들 중에 가장 잘하는 사람이다. 3집은 김은석 대표까지 다섯 명이 함께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계약하고 일하게 된지는 2년 이지만, 기분으로는 7, 8년 된 것 같다

소속사가 만들어진 지는 얼마나 됐나?

ㄴ서 : 10년 정도 됐다. '바이바이 배드맨', '폰부스' 등 실력있는 팀들이 트리퍼 사운드에서 데뷔했다.

앞으로 공연 계획이 궁금하다.

23일에 홍대 '네스트나다'에서 '제8극장 숙소 이사기념 어쿠스틱 단독공연'을 진행한다. 5월 19일에는 '춘천 밴드 페스티벌'에서 만날 수 있다. 계속해서 클럽 공연을 가질 예정이니 많이 보러 오시라.

[글] 문화뉴스 MHN 박소연 기자 soyeon0213@mhns.co.kr
[사진] 문화뉴스 MHN 이현지 기자  lhj@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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