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 해설(解說)은 기사 특성상 '고양이 사무라이'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문화뉴스] 고향과 가족을 등지고 에도에 온 궁핍한 사무라이 큐타로(키타무라 카즈키 분)는 개를 좋아하는 요네자와 파로부터 숙적 아이카와 파의 고양이 다마노죠를 죽이라는 의뢰를 받습니다. 큐타로는 다마노죠를 차마 죽이지 못해 자신의 집으로 데려옵니다. 큐타로는 다마노죠를 숲속에 버리려 하지만 다마노죠는 그의 뒤를 따라옵니다.

사무라이, 고양이를 만나다

'고양이 사무라이'는 에도 시대를 배경으로 전설적인 사무라이가 고양이를 키우게 되는 과정을 묘사하는 TV 드라마의 극장판으로 야마구치 요시타카 감독이 연출했습니다. 사람을 죽이는 사무라이와 귀여운 고양이의 조합부터 코미디임이 드러납니다. 마초적이며 고전적인 마스크의 카타무라 카즈키와 새하얗고 귀여운 고양이 콤비의 불균형이 유발하는 웃음이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키타무라 카즈키는 검정색 의상만을 착용해 하얀 고양이와 선명한 흑백 대조를 이룹니다.

임무로서 살해해야 하는 약한 존재를 죽이지 못하고 보호하는 킬러라는 설정은 서부극, 사무라이 영화 등을 비롯한 액션 영화의 고전적 소재이기도 합니다. 단지 대상이 소년소녀와 같은 어린이, 혹은 미모의 여성에서 고양이로 바뀌었을 뿐입니다.

캐릭터 또한 전형적입니다. 100명을 베어 눕힌 과거를 등지고 더 이상의 살육은 피하려는 큐타로는 '바람의 검심'의 켄신과 같은 사무라이 장르의 전형적 주인공입니다. 그가 어쩔 수 없이 결투에 내몰려 불살생의 원칙을 깨뜨리지 않을 수 없도록 몰아가는 전개는 공식과도 같습니다.

원칙 없이 돈에 따라 두 파벌 사이에서 주인을 바꾸는 사무라이 신에몬(테라와키 야스후미 분)은 '요짐보'의 주인공 산쥬로를 연상시킵니다. 사무라이의 보수적인 예법을 무시한 채 검을 어깨를 짊어지며 거들먹거리는 신에몬의 자세는 '7인의 사무라이'의 키쿠치요를 닮았습니다. 산쥬로와 키쿠치요 모두 대배우 미후네 토시로가 맡았던 배역입니다. 아버지를 살해한 신에몬을 죽여 원수를 갚으려는 풋내기 도련님 신스케(아라이 요스케 분)는 '7인의 사무라이'의 풋내기 도련님 카츠시로를 떠올리게 합니다. 사실 사무라이 영화의 전형적 캐릭터는 서부극의 전형적 캐릭터와 상통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두 장르는 공간적 배경, 의상, 소품만 다를 뿐 캐릭터와 서사는 상당히 흡사하기 때문입니다.

   
 

요네자와 파와 아이카와 파의 '견묘 1년 전쟁'을 삽화를 통해 묘사하는 장면에서 사용된 음악은 야쿠자 영화의 고전 '의리 없는 전쟁'의 배경 음악을 패러디한 것입니다. '견묘 1년 전쟁'은 '기동전사 건담'의 1년 전쟁을 연상시킵니다.

흥미로운 설정, 하지만 연출력은 부족

서두에 등장하는 아기 고양이를 비롯해 극중에 등장하는 고양이들이야말로 '고양이 사무라이'의 진정한 주인공입니다. 다마노죠는 세 마리의 하얀 고양이가 나눠 연기했습니다. 다마노죠가 흰색인 것은 이제는 전 세계에 널리 알려진 일본의 상징 복고양이가 흰색이기 때문입니다. 큐타로가 “심쿵(萌え)!”을 외치며 푹 빠지게 되는 다마노죠의 윙크 장면은 CG의 힘을 빌린 것으로 보이지만 세세한 동선과 함께 눈앞의 생선을 보고도 외면하는 고양이의 연기 지도를 어떻게 한 것인지는 신기합니다. 고양이란 기본적으로 무엇을 가르치거나 시키기 어려운 동물이기 때문입니다. 고양이가 기분이 좋을 때 내는 골골골 소리도 음향으로 재현했습니다.

   
 

내레이션과 더불어 키타무라 카즈키가 큐타로의 불우한 처지를 노래로 부른 우스꽝스러운 삽입곡이 인상적이지만 전반적인 완성도는 아쉽습니다. 완급조절이 중요한 코미디에서 지나치게 완, 즉 느림에 의존해 전개가 속도감이 떨어집니다. 100분의 러닝 타임도 지루한 편입니다. 보다 압축을 하거나 아니면 캐릭터의 갈등 구조를 복잡하게 만들었다면 나았을 것입니다. 배우 키타무라 카즈키와 귀여운 고양이가 지닌 각각의 매력을 시너지 효과로 연결시키지 못했습니다.

복수의 무의미함을 앞세워 불필요한 살인 장면을 배제하는 것이 큐타로의 주관을 관철하는 것은 물론 최근 사무라이 영화의 추세이지만 '고양이 사무라이'는 액션의 질과 양의 측면에서도 볼거리가 빈약합니다. 풍부한 오락성을 갖춘 흥미진진한 설정을 제대로 연출하지 못했습니다. 사무라이 장르나 고양이에 관심이 있는 소수의 관객을 제외하면 일본 이외의 관객들에게 대중성을 확보하기는 어렵습니다.

서사의 측면에서도 의문이 남습니다. 큐타로가 다마노죠를 죽인 것으로 가장하기 위해 남긴 핏자국의 정체가 무엇인지 설명이 없습니다. 주인공의 트릭을 관객에게 설명하지 않은 것입니다. 양가집 외아들 신스케가 시녀 오우메(렌부츠 미사코 분)에게 청혼을 암시하는 장면도 두 사람의 신분차를 감안하면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엔딩 크레딧에서는 다마노죠의 다양한 표정 및 포즈와 함께 본편에서 내내 거의 인상만 쓴 키타무라 카즈키의 환한 미소가 스틸컷으로 제시됩니다. @문화뉴스 아띠에터 이용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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