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부지 중년 아들에 대한 엄마들의 육아 일기

   
▲ 피규어를 좋아하는 덕후 허지웅.

[문화뉴스] 결혼 안 했다고 '미운' 오리?

2016년 8월에 시작한 SBS의 '미운 우리 새끼'는 평균 나이 43.25세의 김건모, 박수홍, 토니안, 허지웅에 관한 엄마들의 다시 쓰는 육아 일기 프로그램이다. 철부지 같은 네 독신 남성들의 좌충우돌 일상과 이를 보는 엄마들의 솔직한 입담은 최근 '성인판 육아 예능'이라는 별명으로 인기몰이하고 있다.
 
1843년 안데르센의 동화집에 수록된 '미운 오리 새끼'는 잘 알려진 이야기다. 유난히 큰 알에서 태어난 새끼 오리는 보통의 오리들과 다르게 생겼다는 이유로 주변 오리들에게 괴롭힘을 당한다. 처음에는 어미 오리가 다독여주지만, 나중엔 어미 오리마저 새끼 오리가 사라져 버렸으면 좋겠다고 한탄한다.
 
이에 상처를 받은 새끼 오리는 집을 떠나고, 힘든 세상을 경험하게 된다. 춥고 외로웠던 겨울이 지나 봄이 오고, 어느 날 우연히 새끼 오리는 자신이 하늘을 날 수 있음을 알게 된다. 못생긴 오리인 줄만 알았던 새끼 오리는 다름 아닌 아름다운 백조였다. 이후, 미운 오리 새끼는 백조 무리 속으로 들어가 자유롭게 하늘을 날아다니며 행복하게 산다.
 
   
▲ 결혼에 대한 박수홍의 생각.
프로그램 속 출연진들 역시 대한민국이라는 오리 무리에서는 미운 오리들이다. 각자의 인생 시계에 우리 사회는 그 나이 때 해야할 마땅한 것들을 정해두고, 그렇지 않을 경우 이상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그 대표적인 것이 '결혼'이라고 할 수 있다. 
 
평균 나이 43.25세의 남성들이라면 이미 결혼해서 아이가 있고, 안정된 수입이 있기를 우리는 기대한다. 방송을 보면서 시청자들은 '저러니까 결혼을 못 하지'와 같이 생각하며, 독특한 그들의 삶에서 그 나이 때 통과의례인 혼인을 하지 못한, 안 한 이유를 찾는다. 프로그램 역시 결혼이라는 프레임을 계속해서 가져와서 소개팅, 미팅, 결혼에 대한 설문조사 등을 보여준다.
 
   
▲ 수컷 라이프... 영원한 팬들의 우상 토니안의 실체.
결혼을 못 해서 '미운 오리'가 돼버린 이들은 각자의 명확한 캐릭터를 보여준다. 게임 좋아하고, 술 좋아하는 음악 천재 김건모. 명절 때도 친구랑 놀고, 핫한 거 좋아하는 흥부자 박수홍. 책, 영화, 피규어를 좋아하는 결벽증 덕후 뇌섹남 허지웅. 하염없이 더럽지만 H.O.T 팬들의 영원한 오빠인 토니안. 
 
이러한 이미지는 이들이 가진 피터팬 증후군 때문에 결혼을 못 해서 '미운 오리'가 된 것으로 보이게 한다. 피터팬 증후군은 경제적인 상황에 이끌려 어쩔 수 없이 독립이 늦어지거나 못하게 된 것이 아니라, 책임지는 상황을 회피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커서 '어른아이'에 머무르고자 하는 심리적인 취약성에 집중하는 개념이다.
 
   
▲ 자전거를 타며 인생을 즐기는 김건모
피터팬은 영국 동화 속 주인공으로 네버랜드에서는 어른이 되지 않고 영원히 아이로 남을 수 있다. 힘든 현실에서 꿈과 이상을 좇고, 현실적인 책임감은 회피하는 것을 피터팬 증후군이라고 한다.
 
이와 비슷한 용어로는 키덜트(Kidult)가 있다. 아이(kid)와 어른(adult)의 합성어로 현대인들의 삶이 날로 각박해지면서 어릴 적 감성으로 돌아가 정서안정과 스트레스 해소를 추구하는 일부 어른들의 욕구가 캐릭터 상품, 게임, 장난감에 영향을 주면서 만들어진 경제 용어다.
 
부정적인 의미로 쓰인 피터팬 증후군에 대해 전문가들은 오늘날 사회가 직면한 '젊게 살기'와 연관 지으며, 당연한 사회적 현상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100세 시대에 사람들의 꿈은 더이상 장수가 아니라 '오래오래 젊게 살기'로 변해갔다. 과거와 다른 인생 시계에서 중장년층은 자신을 아직 어리다고 여긴다.
 
   
▲ 클럽을 좋아하는 흥부자 박수홍과 이를 충격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수홍 모
젊고 아름다운 삶을 추구하는 이러한 관점에서는 과거에 중요하게 여겨졌던 직업, 결혼보다는 본인이 행복한 것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미운 우리 새끼'에서 출연진들을 결혼시키고 싶어하는 어머니들의 마음과 다르게 사실 본인들은 결혼 없이도 지금껏 행복하게 잘 살아왔고, 앞으로도 혼자 즐길 것들이 너무나 많다. 
 
미운 오리는 사실 아름다운 백조였다. 그들은 결혼을 안 했기 때문에 미운 오리로 여겨졌지만, 사실은 본인 스스로가 아름다운 백조였다. 스스로를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은 다른 사람도 충분히 사랑해 줄 수 있다. 그들을 너무 미워하지 마시길.
 
문화뉴스 김진영 기자 cindy@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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