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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간다'의 이영애, 그리고 '건축학 개론'의 수지. 이 두 배우는 아름답다는 점 외에도 재미있는 점을 공유합니다. 영화에서 모호한 태도로 남자에게 상처를 준 나쁜 여자였다는 거죠. 그리고 여기, 또 한 명의 나쁜 여자가 있습니다. 시작부터 과감한 표현이 등장하는 '500일의 썸머'. 주인공 썸머(주이 디샤넬)는 앞의 두 여자만큼 악명 높은 '나쁜 년'입니다. 그렇다면 썸머는 톰(조셉 고든 레빗)과 썸만 탄 썸녀에 불과했을까요. 이번 주 시네 프로타주가 선택한 영화는 '500일의 썸머'입니다.
 
   
 
 
#01. 우리는 모두 썸머를 만난 적이 있다
이 영화에서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점을 먼저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우선, 이 영화는 시간 순서가 일반적이지 않습니다. 500일이라는 시간을 두고 앞뒤로 시간을 자유자재로 여행하죠. 이러한 시간 배열은 두 사람의 이야기에 인과관계를 규정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관객은 어지러이 섞인 사건 속에서 두 인물의 분위기, 즉 상황의 뉘앙스 차이를 보게 되고 추측을 해야 합니다.
 
불분명한 인과관계 속, 생략된 시간은 관객이 채워야 할 몫이 되고, 여기에 관객은 영화에서 본 것과 개인적 경험을 더 해 영화를 완성해 갑니다. 그래서 '500일의 썸머'는 다양한 관점, 즉 관객 개개인의 시점에서 재편집되고, 저마다 다른 느낌을 주죠.
 
   
 
 
#02. 이 이야기는 톰이 구성한 것이다
이 영화는 톰이 구성한 이야기입니다. 500일은 두 사람의 연애 기간이 아니죠. 톰이 썸머의 영향을 받고 있던 기간입니다. '500일의 썸머'는 톰이 기억나는 대로, 제멋대로 시간을 소환하고, 이를 이어 붙인 주관적 구성의 영화죠. 네, '500일의 썸머'는 정말 주관적인 영화입니다.
 
그리고 톰의 감정이 노골적으로 드러나죠. 우리는 그가 기억하는 순간들과 그의 행위, 그리고 그가 느꼈던 걸 보는 셈입니다. 그가 편집한 이야기는 이렇죠. '썸머가 먼저 고백했고, 나는 그녀를 사랑했다. 하지만 어느 날 썸머가 자신을 찼다.' 톰이 재구성한 기억 속에 썸머는 나쁜 여자입니다. 하지만 모든 기억이 진실일 수 있을까요.
 
   
 
 
#03. 영화의 진짜 시점 - 우리는 이미 두 사람을 알고 있었다
'500일의 썸머'에서 객관적이라고 할 수 있는 건, 귀여운 클로이 모레츠도 있겠지만, 내레이션입니다. 내레이션 속에 진실이 있죠. 영화는 시작과 함께 사랑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못을 박습니다. 그리고 내레이션은 친절하게 두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설명해 주죠. 톰은'졸업'이라는 영화의 영향으로 낭만적, 운명적 사랑을 바라는 남자고, 썸머는 부모의 이혼을 겪고 영원한 사랑이란 것에 의문을 던지는, 현실적인 여자입니다.
 
이 영화는 톰이 썸머에게 다가가고 상처받는 이야기입니다. 서로의 다름을 알아가는 이야기죠. 두 사람은 서로의 방법으로 상대에게 다가가고, 사랑을 시도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간극을 채우지 못하고 헤어지죠. 그렇다고 두 사람을 나무랄 수 있을까요. 누가 무엇을 잘했고 못 했는지를 따질 수 있을까요.
 
다시 내레이션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내레이션은 영화의 시작부에 배치되어 있고, 이들의 성격과 취향을 규정해줍니다. 서로 모르는 상태에서 선택을 내리는 톰과 썸머와 달리, 우리는 신과 같은 위치에서 두 사람의 행동을 평가할 수 있죠.
 
우리는 내레이션 덕에 그들의 의도와 감정을 볼 수 있습니다. 이게 관객의 시점이고, 감독이 교묘히 배치해둔 진짜 영화의 시점입니다. 우리도 그들처럼 상대를 알지 못했다면, 더 많은 실수를 하고, 더 일찍 헤어졌을 수도 있는 거죠. '시네 프로타주'가 올려지는 '시네마피아'는 문화뉴스와 함께 하는 영화 MCN 채널입니다.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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