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90명의 용역이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용역들은 힘으로 가게 철거에 나섰고, 상인들은 용역들을 온몸으로 막아섰다. 용역들은 밀폐된 지하 공간에 있는 사람들을 내몰기 위해 가차없이 소화기를 분사하기도 했다. 상인들과 용역들 간의 대립을 지켜보던 집행관은 중재에 나섰다. 집행관의 중재로 강제 철거는 중단됐고, 용역들은 건물에 펜스를 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모습을 바라보던 세입자 서윤수씨는 결국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이는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다. 2016년 7월. 대한민국 서울의 중심 압구정동에서 일어난 일이다.

   
 

리쌍이 건물 사용을 놓고 세입자와 갈등을 빚고 있다. 최근 온라인은 가수 리쌍으로 인해 떠들썩했다. 음원과 관련한 것이 아니었다. 뜬금없게도 리쌍은 압구정동 상가를 놓고 세입자 서씨와 대립 중이다. 이는 온라인을 넘어서 정치권까지 편을 갈랐다. 리쌍과 세입자 서씨의 문제는 어느새 우리들의 문제가 되어 있었다. 리쌍을 옹호하는 네티즌들은 세입자 서씨를, 세입자 서씨를 옹호하는 네티즌들은 리쌍을 비판했다.

합의로 마무리된 1라운드

압구정 가로수길. 가로수길은 유동인구가 많은 곳으로 유명하다. 최근 7년 사이 임대료가 7배나 올랐을 만큼 장사가 잘되는 곳이기도 하다. 서씨가 운영하던 우장창창은 소위 '맛집'으로 불렸다. 서씨는 2010년 11월 이전 임차인에게 권리금 2억 7,500만 원을 주고 우장창장을 개업했다. 그러나 지난 2012년 5월 가수 리쌍은 우장창창 건물을 매입했고, 서씨에게 퇴거를 요청했다. 하지만, 서씨는 리쌍의 퇴거 요청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우장창창을 개업한 지 2년밖에 되지 않은 상황에서 가게를 이전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무엇보다 서씨는 이전 건물주로부터 계약 기간을 5년으로 하겠다는 구두 약속을 받아 놓은 터였다.

서씨는 전 건물주와 계약 기간을 5년으로 하기로 약속했지만, 계약서에는 명시되어 있지 않았다. 리쌍은 서씨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다른 층에 있던 상가 2곳은 계약 기간이 만료되자 리쌍의 건물을 나갔다. 우장창창은 당시 상가법에 따라 상가의 환산 보증금(보증금+월세×100)'이 3억 원을 넘겨 상가법 적용 대상이 아니었고, 임대차 계약 갱신권을 보장받을 수 없었다. 리쌍은 합의금을 제안했지만, 서씨가 입는 물적인 피해를 채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었다. 결국, 리쌍과 서씨는 권리금 대신 합의금 1억 8천만 원을 지급하고, 같은 건물 지하와 주차장에서 계속 장사하게 하는 조건으로 합의했다.

   
 

주차장 사용 문제를 놓고 벌어진 2라운드

리쌍은 우장창창이 있던 자리에 '쌍 포차센터'를 개업했다. 서씨 역시 약속대로 우장창창을 지하로 옮겼다. 합의한 대로 1층 주차장도 사용했다. 그러나 서씨가 주차장에서 영업하는 것은 엄연한 불법이었다. 이러한 이유로 우장창창은 1층 주차장을 오후 5시부터 다음달 오전 5시까지 쓰기로 했다. 주차장 영업으로 생기는 벌금, 행정처분 등 모든 법적 책임은 우장창창 측이 진다는 조건이었다. 다만, 우장창창은 주차장을 영업에 맞게 용도 변경을 할 때 건물주가 협력하겠다는 조건에 따라 건축사사무소와 1층 주차장 가운데 일부를 증축하는 설계 계약을 맺기도 했다.

강남구청이 1층 주차장에 설치된 불법 건축물을 철거하라고 명령하자 우장창창은 이를 위반건축물로 올리기 위해 강제이행금 123만 원 5천원을 냈다. 그러나 이 때문에 리쌍의 건물은 리모델링 허가가 취소됐다. 결국 리쌍 측은 우장창창에게 천막과 철주를 철거하라고 요구했고, 서씨와의 임대차계약을 해지를 통보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서씨는 계약 해지 통보를 받고도 계속해 장사를 이어왔다. 결국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한 리쌍과 서씨는 법정에 가기에 이르렀다. 2심 소송을 이어가던 중 서씨의 임대차계약기간이 끝나자 리쌍 측은 강제 집행을 강행했다. 원칙적으로 임대차 계약 갱신을 위해서는 계약만료 1개월 전까지 건물주에게 계약 갱신 요구를 해야만 한다. 서씨와 리쌍이 소송하는 도중 상가법이 개정되었기에 서씨가 계약 갱신을 요구만 했다면 계속해 장사를 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서씨는 소송을 진행 중이었기에 갱신 요구를 한 것이며, 건물주가 갱신 거절 통지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법원은 계약 갱신 요구 기간을 벗어났다는 이유로 서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우장창창은 주차장용도 변경 문제를 놓고 리쌍과 승강이를 벌이다가 더는 장사를 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리쌍은 2012년 첫 번째 분쟁이 발생했을 당시 서씨를 내보낼 수 있었지만, 지하와 주차장을 사용하는 것으로 우장창창이 계속 영업을 할 수 있도록 서씨를 배려했다. 때문에 네티즌들은 리쌍이 한발 양보해 서씨에게 호의를 베풀었는데도 불구하고, 서씨가 나가지 않겠다며 고집을 부린다고 비난했다. 물론 서씨가 일방적으로 고집을 부리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의 노력으로 일군 가게가 한순간에 문을 닫아야 한다면 서씨가 받을 타격은 어디서 보상받아야 할까. 물론, 리쌍이 서씨가 입게 되는 피해를 보상해줘야 할 이유는 없다.

최대 5년인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전면 검토 필요해

리쌍과 우장창창의 분쟁. 여기서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서씨의 일에 왜 맘상모(맘껏 장사 하고 싶은 상인들의 모임)이 나서느냐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일이 아닌데도 적극적으로 용역들을 막아섰다. 왜일까? 그것은 아마도 건물주의 말 한마디에 서씨처럼 거리에 내몰리는 상인들이 많기 때문이 아닐까.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에 따르면 상인이 상가에서 장사할 수 있는 보호 기간은 최대 5년까지다. 상인들은 1년 또는 2년간 계약한 후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하면서 최대 5년간 영업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최소 9년을 보호해주는 프랑스와 임대인이 상인에게 갱신 거절을 하려면 분명한 사유가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는 일본과 영국 등에 비하면 5년은 턱없이 짧은 기간이다.

   
 

연예인 건물주는 괴로워

건물주는 연예인들의 또 다른 직업이다. 연예인은 직장인이 아니므로 고정적인 수입이 발생하지 않는다. 가수라면 음원. 배우라면 연기를 팔아야 한다. 일전에 많은 수입을 벌었다 할지라도 자신의 음반을 들어주는 사람이 없다면. 혹은 더는 연기 활동을 할 수 없다면. 수입은 급격히 줄어든다. 이러한 이유로 많은 연예인이 고정적인 수입이 발생하는 임대업에 뛰어들었다. 고정적인 수입이 발생한다면 돈에 대한 스트레스는 줄어든다. 연예인은 많은 돈을 한번에 벌 수 있지만, 인기를 잃는 것 역시 한순간인 직업이기 때문이다.

임대인과 임차인 간의 갈등은 비일비재하다. 특히 연예인이 건물주라면 세입자는 더 완강하게 나온다. 이유는 하나다. 연예인에게 이미지는 자신의 얼굴과 같기 때문이다. 가수 비는 청담동에 건물을 소유하고 있지만, 세입자가 월세를 미루고 있어 골머리를 썩이고 있다.

리쌍은 왜 합의 내용을 지키지 않았나?

이번 강제 철거는 리쌍이 합의된 대로 우장창창의 주차장 사용을 용인했다면 발생하지 않을 문제였다. 그러나 리쌍은 합의 내용을 어기고 서씨에게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리쌍 측은 이에 대해 밝힌 바가 없기에 정확한 이유를 알 수는 없다. 어찌되었든 리쌍은 서씨와의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서씨는 이로 인해 피해를 보게 됐다.

단절된 대화, 오해만 쌓인다

현재 리쌍과 서 씨의 계약 기간은 이미 끝난 상태다. 리쌍이 용역을 고용해 불러 우장창창 철거에 나선 것을 보면 더 이상의 계약 연장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서씨는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리쌍이 직접 들어줬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내비쳤다. 이제껏 리쌍은 서씨와의 분쟁에 직접 나서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한남동 건물을 놓고 세입자와 소송을 벌였던 싸이는 합의를 진행하는 데에 있어 본인이 직접 나섰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래서 싸이는 지난 2년 동안 이어진 속병을 풀어낼 수 있었다. 대화하지 않으면 오해는 쌓인다. 리쌍과 서 씨의 모습이 딱 그렇다. 서씨는 리쌍으로부터 주차장 사용에 관한 합의가 왜 불발되었는지 듣지 못했다. 리쌍도 왜 서씨가 이토록 절박하게 영업을 계속하고자 하는지 이유를 듣지 못했다. 서로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된다면 생각보다 쉽게 풀릴 수 있는 일이다. 여론 역시 리쌍과 우장창창과의 분쟁이 당사자 간 대화를 통해 해결되기를 바라는 눈치다.

임대인과 임차인, 리쌍과 서씨만의 문제 아냐

100세 시대. 최근 정부는 정년을 60년으로 보장하는? 세 정년 연장법'을 의무화했다. 정년 60세가 된 후 40년 동안은 스스로 먹고살아야 하는 때가 온 것이다. 물론 국민연금 등의 안전장치도 있겠지만, 물가 상승률을 고려하면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그 때문일까? 아파트가 돈이 된다고 외치던 세대들은 꼬마 빌딩, 혹은 상가 주택 등으로 관심을 돌렸다. 많은 노동을 들이지 않고도 수익을 창출해 낼 수 있는 안정적인 소득원=부동산이라는 공식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는 자본이 있는 경우만 해당한다. 자본이 없다면 여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

이번 일을 지켜보며 이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는 이는 바로 '정부'가 아닐까.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자신의 재산에 대해 보장받아야 할 권리가 있기 때문이고, 정부는 국민의 재산을 지켜줄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이번 일을 통해 상가임대차보호법 연장과 권리금 인정 범위가 현실화되길 기대해 본다.

문화뉴스 임수연 기자 jy1219@munhwanews.s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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