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디토 페스티벌 - 베토벤: 한계를 넘어선 자' 7월 3일까지 열려

 

   
▲ (왼쪽부터) 문태국, 신지아, 한지호, 리처드 용재 오닐, 스테판 피 재키브, 마이클 니콜라스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문화뉴스] "인류 역사상 최고의 작곡가인 베토벤을 야심 차게 준비했다."

 
'들을 수 없다'는 비극에 정면에 맞선 음악가, 베토벤. 그는 개인의 고통을 인간의 이해와 사랑으로 승화한 악성이다. 매 시즌 다양한 아티스트와 협업한 음악 축제, 디토 페스티벌이 올해 주제로 '베토벤: 한계를 넘어선 자'로 정하며, 7월 3일까지 예술의 전당, LG아트센터에서 공연한다. 음악감독 리처드 용재 오닐과 앙상블 디토를 비롯해 참여하는 아티스트 전체가 '한계에 도전하는 자'가 되어 7개의 공연으로 나눠 열린다. 
 
올해로 열번 째 시즌을 맞이한 '디토 페스티벌'은 리처드 용재 오닐을 중심으로 '클래식에의 공감'을 모토로 시작했다. 디토 페스티벌은 매년 다른 테마와 레퍼토리, 클래식계 핫한 뮤지션들의 출연으로 화제가 됐다. 젊은 클래식 축제로 진입 장벽을 낮춤과 동시에, 주목할 라이징 스타를 배출했다.
 
13일 오전 서울시 성동구에 있는 서울숲 언더스탠드에비뉴에서 '2016 디토 페스티벌'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리처드 용재 오닐 디토페스티벌 음악감독을 비롯해 바이올리니스트 스테판 피 재키브, 첼리스트 마이클 니콜라스, 바이올리니스트 신지아, 첼리스트 문태국, 피아니스트 한지호가 참석했다. 간담회에 앞서 문태국과 노예진이 베토벤의 '마술피리' 변주곡을, 신지아와 한지호가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9번 '크로이처' 1악장을 연주했다. 공연 시연 후 리처드 용재 오닐 음악감독이 프로그램 소개를 했다.
 
이번 페스티벌은 첫 연주로 12일 바이올리니스트 기돈 크레머, 피아니스트 뤼카 드바르그가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결정적 만남'이라는 테마로 공연했다. 이어 15일 오후 8시엔 카잘스 국제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한 첼로계 라이징스타 문태국과 2015 부소니 콩쿠르 1위에 오른 피아니스트 문지영이 듀오 리사이틀을 LG아트센터에서 공연한다.
 
   
▲ 문태국(오른쪽)과 노예진(왼쪽)이 베토벤의 '마술피리' 변주곡을 연주하고 있다. ⓒ 크레디아
 
16일 오후 8시 LG 아트센터에선 함경(오보에), 김한(클라리넷), 조성현(플루트)이 결성한 바이츠 퀸쳇이 한국 데뷔무대를 펼친다. 그리고 17일 오후 8시 LG 아트센터에서 바이올리니스트 신지아와 피아니스트 한지호가 '거인 앞에 서다'라는 주제로 공연을 선보인다.
 
18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선 임동혁(피아노), 리처드 용재 오닐(비올라), 스테판 피 재키브(바이올린), 마이클 니콜라스(첼로)가 참여하는 '2016 비엔나 체임버 오케스트라 내한공연'이 열린다. 이번 페스티벌의 하이라이트로 베토벤 삼중 협주곡, 쇼스타코비치 비올라와 현악 오케스트라를 위한 신포니아 13번에 이은 베토벤 교향곡 4번으로 마무리하는 연주를 펼친다.
 
그리고 25일 오후 8시, 26일 오후 2시와 7시, 7월 1일 오후 8시, 3일 오후 2시와 8시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선 6회 공연으로 '에네스 콰르텟 - 베토벤 사이클' 공연이 열린다. 리처드 용재 오닐의 제안으로 성사된 공연으로, 바이올리니스트 제임스 에네스가 리더로 있는 '에네스 콰르텟'의 베토벤 현악사중주 전곡 연주가 펼쳐진다. 에네스 콰르텟은 제임스 에네스, 리처드 용재 오닐과 바이올리니스트 에이미 슈워츠 모레티, LA 필하모닉 첼로 수석인 로버트 드메인으로 구성되어 '스트링' 지가 '드림팀'으로 찬사를 보낸 앙상블이다.
 
또한, 28일 오후 8시엔 국내외 무대를 합쳐 100회 공연을 디토가 선보이는 앙상블 디토 시즌 10 '혁명가들'이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공연된다. 아르보 패르토, 제수알도, 야나체크 현악사중주를 거쳐 베토벤 대공 트리오가 울려 퍼진다. 리처드 용재 오닐(비올라), 스테판 피 재키브(바이올린), 마이클 니콜라스(첼로), 다니엘 정(바이올린), 대니 구(바이올린), 스티븐 린(피아노)이 협연한다. 이날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뮤지션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 리처드 용재 오닐 디토페스티벌 음악감독이 취재진에게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있다.
 
베토벤의 음악을 선택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ㄴ 리처드 용재 오닐 : 많은 사람이 베토벤의 음악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어디에나 쉽게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상을 바꾼 음악이고, 세상의 무게가 담긴 음악이라, 연주자에겐 절대 베토벤이 쉽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 또래에 쓰인 베토벤 초기 음악, 청력을 잃어간 베토벤 중기 음악, 글로만 소통할 수밖에 없던 시절에 쓴 말기 곡까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놀라운 것이 담긴 곡들이 있다.
 
위대한 음악은 유효기간이 없다. 500년 전에 나온 곡도, 어제 나온 곡도 같다고 본다. 연주자는 음악을 재탄생 시키는 역할을 한다. 연주자가 제대로 연주만 하면, 작곡된 당시와 똑같은 영향력이 있다고 본다. 여기서 지금 당장 베토벤의 음악을 들어도 똑같은 감동을 받아야 한다.
 
이런 프로그램을 하게 된 계기는?
ㄴ 리처드 용재 오닐 : 마이클 니콜라스의 스승인 프레드 셰리 교수와 친하다. 뉴욕에 갔을 때, 돈도 없었고 연주 기회도 없었다. 그분이 기회를 줘서 이렇게 될 수 있었다. 젊은 연주자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은 의무라 생각한다. 클래식 음악이 죽은 것이라는 인식을 깨기 위해, 젊은 연주자를 무대에 세우고 공연을 볼 수 있게 노력을 해야 한다. 이들에게 에너지를 많이 받는 것 같아서 감사하다.
 
최근 바흐와 슈베르트의 라이브 앨범을 발매했다. 베토벤까지 포함해서 어떤 작곡가와 가장 잘 맞는가? 여기에 공연을 앞둔 소감을 듣고 싶다.
ㄴ 신지아 : 어떤 작곡가가 맞는지 감히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작곡자가 추구하는 영감이 있기 때문인데, 바흐, 슈베르트, 베토벤 다 다르다. 이번 공연은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2번, 5번 '봄', 9번 '크로이처'를 준비했다. 익숙해서 더 어려운 곡이라, 계속 음악에 파고드는 중이다. 기대하시고 보셔도 될 것 같다. 베토벤 하면 험악하고, 짓궂고, 사나운 성격으로만 알고 있는데, 나는 그 안에서 따뜻함을 느꼈다. 음악으로 누구나 행복하길 바란 것 같다. 음악에 차가운 부분이 있더라도 따뜻한 감정을 전하려 노력하고 있다.
 
   
▲ 13일 오전 서울시 성동구에 있는 서울숲 언더스탠드에비뉴에서 '2016 디토 페스티벌'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공연하게 된 소감을 들려 달라.
ㄴ 문태국 : 음악을 하던 안 하던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어렸을 때부터 많은 베토벤 음악을 접하면서 자라왔다. 베토벤만의 인간적인 감정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무언가 정신적이고 영적인 깊이나 특별함이 있다고 생각해왔다. 베토벤 음악을 첼로 레퍼토리나, 교향곡 같은 범위가 넓은 곡이거나, 실내악 현악사중주 등을 들으면 파고 들어가면 갈수록 끝이 없는 깊이가 있다. 매번 베토벤 음악을 꺼내 준비하고, 연습할 때마다 새로운 것을 배우며, 항상 끝없이 연구할 수 있는 작곡가라고 생각해 베토벤을 좋아한다. 이번 주제가 '베토벤 : 한계를 넘어선 자'여서, 베토벤 음악을 한국에서 연주하고 보여줄 수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
 
한지호 : 한국에 있을 때부터, 디토는 청중으로 접하게 됐다. 클래식 음악 자체의 특성 때문인지, 청중에 다가가는 방법이 제한적이다. 그래서 젊은 관객에게 어필하는데 어려움이 있지 않나 싶은데 이런 좋은 접근 방법이 있구나 싶었다. 젊은층에 어필하고, 공연 레퍼토리가 정통 클래식 팬분들이 오셔도 아쉽지 않을 만큼 풍성하다.
 
베토벤 곡을 어렸을 때부터 콩쿠르도 많이 나가보고, 많이 연주했다. 어떤 분들은 고전주의 작곡가라 절제된 방법으로 접근하겠지만, 가장 인간적인 작곡가라고 봤다. 초기부터 후기까지 32곡의 피아노 소나타를 작곡한 것을 보면 청력을 잃기 시작한 이후 곡들이 훨씬 날것의 인간적인 감정이 드러나는 느낌을 받는다. 굉장히 그런 부분이 감명 깊게 다가온다. 그런 음악을 들으면,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고, 본질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게 해준다.
 
   
▲ 스테판 피 재키브가 소감을 전하고 있다.
 
스테판 피 재키브와 마이클 니콜라스는 앙상블 디토 시즌2 멤버로 마지막 공연을 하게 된다. 소감을 듣고 싶다.
ㄴ 스테판 피 재키브 : 마이클 니콜라스와 함께 앙상블 디토를 떠나게 됐다. 2008년부터 디토에 들어오면서 인생 최고의 경험을 했다. 9년째 했는데 자랑스러웠다. 클래식에 새로운 관객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로 리처드 용재 오닐이 시작했고, 어느 정도 달성되어 자랑스럽다. 다양한 레퍼토리를 배우고 연주할 수 있었고, 한국에 2~3회 정도 오면서 한국 관객도 접하게 되어 기뻤다. 인생의 다른 무엇이 있는지 보고 싶어서 떠나게 됐다.
 
마이클 니콜라스 : 2009년부터 함께해서 행복했다. 연주자로 새로운 시도를 계속해야 한다고 생각해 이번을 끝으로 마무리하게 됐다. 많은 목표를 달성했고, 스테판 피 재키브와 나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피아니스트 지용, 스테판 피 재키브와 함께 트리오를 구성하려 해서 트리오 데뷔도 기대해 줬으면 좋겠다.
 
문지영과 함께 공연하는 소감은?
ㄴ 문태국 : 이번 연주를 해서 되게 기쁘고, 열심히 준비하겠다는 생각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 문지영 씨와 연주 준비를 하면서, 리허설도 하고 호흡을 맞춰가고 있다. 소문으로도 그렇고, 연주하는 모습만 봐도 그렇고 뭔가 특별한 연주자라고 생각해왔다. 같이 호흡을 맞추니 그런 점이 더 와 닿았다. 생각보다 호흡이 잘 맞는 것 같아 기쁘다. 같은 또래 연주자로 좀 더 신선한 이미지를 드릴 수 있을 것 같아 기대된다.
 
   
▲ 문태국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18일에 비엔나 체임버와 임동혁과 함께 공연하는데, 소개를 해 달라.
ㄴ 스테판 피 재키브 : 임동혁, 마이클 니콜라스, 비엔나 챔버 오케스트라와 함께 공연할 예정이다. 베토벤 음악엔 분노와 고뇌가 담겨있는데, 베토벤의 삼중 협주곡, 작품56은 밝은 작품 중 하나다.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가 조화롭게 연주할 수 있는 '써니(Sunny)'한 곡이다.
 
마이클 니콜라스 : 첼리스트로 기대가 되는 작품이다. 베토벤이 첼로 곡을 별로 작곡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세 연주자의 우정이 드러나는 작품이다. 화음도 같이 연주하는 부분이 있는데, 친한 친구들과 함께 하는 것이라 기대가 된다.
 
페스티벌 기간 중 베토벤 현악사중주 전곡을 연주하고, 이번에 '나와 당신의 베토벤'이라는 책을 썼다.
ㄴ 리처드 용재 오닐 : 베토벤 현악사중주 전곡 연주를 크레디아와 예술의전당에 제의했을 때, 그걸 왜 다 연주하냐는 질문을 받았었다. 나는 작은 마을 출신이고, 그곳은 예술이나 문화가 있는 곳이 아니었다. 음악 때문에 내가 여기 올 수 있었고, 특히 베토벤의 현악사중주 때문에 이 자리에 오게 됐다. 작품마다 개인적인 감정을 담게 됐다. 시중엔 많은 베토벤 관련 서적이 있지만, 인생의 특정 시기와 연관 지어 현악사중주 곡을 하나하나 소개했다. 음악 전문서적은 아니니 한 번 살펴보는 것도 재미있겠다.
 
[글]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사진] 문화뉴스 서정준 기자 some@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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