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루시아는 음악적으로 폭넓은 스펙트럼을 가진 아티스트다. 그녀는 '꽃처럼 한 철만 사랑해줄 건가요'와 같은 달콤한 봄노래부터 마음을 울리는 '비 마인(Be Mine)', 응축된 에너지의 '데미안', 잔잔하지만 깊이 있는 '몽환적인 '달과 6펜스'까지 다양한 장르와 분위기의 노래를 넘나든다. 루시아는 이처럼 다채로운 곡들을 통해 인생의 '빛과 그림자'를 온몸으로 노래하며, 라이브 무대에서는 또 다른 매력을 선보여 왔다.

지난 3일 발매된 독보적인 무대의 현장이 생생하게 담긴 라이브 앨범 '부드러운 힘'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루시아를 만났다.

 

 

라이브 앨범을 발매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ㄴ사실 이 앨범은 저희가 공연 전에 기획했던 것이 아니다. 항상 공연 때마다 함께하는 주병조 음향 감독님이 지난 1월에 있었던 '라이트 앤 셰이드(Light&Shade)' 공연 때 저희도 모르게 라이브를 녹음해두셨다. 공연이 끝난 뒤, 이걸 정리해서 오셨던 관객 분들께 깜짝 선물로 보내드리면 어떻겠냐고 제안해주시더라. 기왕 들려드리는 김에 좀 더 많은 분들이 만나실 수 있도록 특별한 앨범으로 발매하게 됐다.

앨범 제목 '부드러운 힘'이 루시아의 음악을 한 마디로 집약해주는 느낌이다.

ㄴ그동안 앨범을 발매할 때마다 앨범 타이틀 제목을 못 지어서 회사에 죽는 소리를 많이 해왔다(웃음). 그래서 이번엔 이름을 거창하게 지으려 하지 않고, 평소에 생각하는 말과 글귀에서 생각해봤다.

'부드러운 힘'은 평소에 자주 되새기고 좋아하는 말 중 하나다. 실제 녹음을 할 때도 항상 염두에 두는 단어다. '부드러운 힘'은 제 노래가 지향하는 바다. 듣는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자극적인 것보다는, 바닷물이 서서히 밀려들어 오듯이 자기도 모르게 왔다가 어느새 내면을 변화시키는 '부드러운 힘'으로 작용하는 노래를 만들고 싶다. '부드러움'과 '힘'은 언뜻 보면 상반되는 단어지만 두 가지가 적절하게 어우러졌을 때 더 큰 에너지를 가진다고 생각한다. 제 노래를 들었을 때 '부드러운 힘'을 느낄 수 있다면 저는 더없이 기쁠 것이다.

 

▲ 루시아의 SNS 페이지에 업로드된 '부드러운 힘' 앨범 인증샷.

발매한 소감은 어떤가.

ㄴ우선 아무나 가질 수 없는 라이브 앨범을 발매하게 돼서 영광스럽다. 앨범 제목 뒤에 'Vol.1'을 붙인 것은 앞으로도 라이브 앨범을 계속 발매하겠다는 의미다. 다음 앨범은 좀 더 완성된 사운드를 갖출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이다. 또한, 평소 음반을 자주 내는 편이긴 하지만, 이번에 좀 더 빠르게 신곡을 선보일 수 있게 돼서 기쁘다.

라이브의 생동감을 음원으로 풀어내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ㄴ사전에 계획하고 녹음한 것이 아니라서 기술적으로 완벽하진 않지만, 그럼에도 재녹음을 일절 하지 않았다. 제 라이브 공연의 현장감을 살리고 싶었다. 지난 단독공연을 보러 오셨던 분들에게는 공연을 추억하는 장치로서, 오지 않으셨던 분들에게는 루시아의 라이브에 대한 느낌을 접할 수 있는 앨범으로서 특별하게 남을 것 같다.

물론 내 라이브가 그대로 드러나서 부담스럽기도 하다. 워낙 내 노래가 음역대도 높고 부르면서 숨 쉴 여지도 없어서 부르기 어렵다(웃음). 앞으로 더 노력해야 한다.

공연 때 불렀던 몇 곡이 빠진 이유가 있나.

ㄴ우선 빠진 곡들 중, 팬 분들이 수록되길 바라시던 '꼭 어제' 같은 경우는 곧 발매할 앨범에 수록할 예정이라 아쉽게도 들어가지 않았다. '피어나', '오필리아'와 같이 예전에 디지털 싱글로 발매한 곡, 내가 작곡한 '꼭 어제' 등 정규 및 이피(EP) 앨범에 수록되지 않은 곡들을 모아서 콜렉션 앨범을 준비하고 있다. 이 곡들을 모두 재녹음, 믹싱, 마스터링을 거쳐 새로운 앨범으로 발매할 계획이다. 올해 연말을 목표로 하고 있다(웃음).

 

 

신곡 '나의 색깔'은 루시아의 음악에서 처음으로 국악기가 사용됐다. 작업과정이 궁금하다.

ㄴ'나의 색깔'은 하루 만에 빠르게 썼던 곡이다. 서양의 왈츠 리듬에 동양의 해금이 어우러지면 어떨까 기대하며, 해금 멜로디도 직접 붙였다. 밴드 '잠비나이'의 김보미 님께 해금을 부탁드렸는데 다행히도 흔쾌히 응해주셨다. 사실 해금 자체가 음역대가 높은 악기인데 내가 쓴 멜로디는 음역대가 높지 않아서 걱정을 했었다. 하지만 기대 이상으로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와서 박수를 치면서 녹음했다(웃음).

그런데 보컬 녹음은 지금까지 진행한 것 중에서 가장 어려웠다. 원래 내 노래가 부르기 어렵긴 하지만, 지난 정규앨범 '라이트 앤 셰이드(Light&Shade)' 때 12곡을 녹음하면서도 울진 않았는데, '나의 색깔' 때는 녹음하다 말고 쪼그리고 앉아서 엉엉 울었다. 너무 힘들었다. 5분 30초라는 긴 시간 동안, 반복되지만 고조되는 멜로디 속에 내내 강한 에너지를 불어넣어야 하는 곡이라서 특히 어려웠던 것 같다.

총 8번의 녹음을 진행하면서 6번을 실패했다. 나로서도 큰 충격을 받았고, '나의 색깔'이 내가 소화하기에 정말 큰 곡이라는 것을 느꼈다. 이 노래를 이겨내지 못하면 앨범을 발매할 수 없겠다는 생각까지도 했다. 그래도 고비를 넘기고 무사히 곡을 완성해서 다행이다. 지금까지 많은 앨범을 발매해왔지만 음악은 갈수록 더 어려워지는 것 같다.

 

 

앨범 발매 후 주위와 팬들의 반응은 어떤지.

ㄴ듣는 분마다 반응이 다르다. 소속사 직원 분들은 '실제보다 못 나왔다', '맘에 안 든다'고 말하는 곡도 내가 들으면 괜찮은 것 같았다. 내가 감상하는 입장은 아니다보니 나로서는 그 차이를 파악하진 못하겠더라. 사실 내가 부른 것이다 보니 어떤 곡이든 부끄럽고 오글거리기도 하고. 그래서 곡을 추릴 때도 내 의견은 크게 반영이 안됐다(웃음). 라이브 공연의 현장감을 전하고자 발매한 앨범이다 보니, 팬 분들은 좋은 반응을 많이 보여주시는 것 같다.

신곡 같은 경우는, 많은 분들이 '꽃처럼 한 철만 사랑해줄 건가요', '사과꽃' 같은 봄노래를 예상하셨다. 그런데 '이너(Inner)'가 록킹한 곡이고, '나의 색깔'도 해금음색이 두드러지는 대곡이라서 혹시 듣는 분들이 부담스러워하진 않을까 걱정됐다. 다행히도 다들 좋게 들어주시더라. 내 음악이 봄이나 사랑만을 노래하는 살랑살랑한 곡이 아니라도 '루시아의 음악' 자체로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있다는 걸 다시 한 번 느꼈다. 내가 다른 장르를 시도한다고 해도 팬 분들이 반감을 가지지 않으실 거라는 믿음이 생겼다.

루시아의 음악을 봄노래로 규정짓기엔 스펙트럼이 워낙 넓지 않나.

ㄴ앞으로도 내 음악의 뿌리가 되는 메시지나 색깔을 유지하면서 점점 스펙트럼을 넓히고 싶다. 지금처럼 발라드 앨범을 발매하기 전에는 재즈보컬로 활동했던 만큼, 스탠다드 재즈 앨범을 발매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 또한 '느와르', '오필리아', '달과 6펜스'와 같이 환상적인 분위기의 곡들은 발매할 때 많이 걱정했던 곡들인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더라. 이런 느낌의 곡들도 따로 모아서 앨범으로 발매하고 싶다.

 

▲ 오는 6월에는 라이브 앨범 제목과 동명의 라이브앨범 발매 기념 콘서트가 예정되어 있다.

라이브 앨범을 발매하고 진행하는 공연이다.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ㄴ이번엔 공연장의 규모를 넓혔다. 그동안 매진돼서 표를 못 구했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죄송했는데, 그 부담을 덜 수 있게 돼서 기쁘다.

올 초에 콘서트를 했는데도 또 와주실까 걱정했는데, 이번에도 자리를 꽉 채워주셔서 감사하다. 큰 공연장에 어울리는 꽉 찬 사운드를 준비해서 들려드릴 예정이다. 음원과는 다른 느낌의 라이브는 물론 좀 더 큰 규모의 음악, 더 큰 감동을 기대하셔도 좋다.

무대에 오를 때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이 있다면.

ㄴ관객 분들 중에는 힘들게 아르바이트를 해서 티켓을 구매하시는 학생 분들도 계시고, 모든 회차의 공연에 오시는 분들도 계시고, 멀리 지역에서부터 오시는 분들도 계시다. 저는 그 시간과 돈이 사랑과 관심, 응원과 격려의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제게는 너무나 대단하고 감사하고 큰 의미와 가치를 지닌다. 그래서 무대에 오르면 '감사하다'는 말밖에 할 수가 없다. 제 공연에 그 정도의 믿음을 가지고 오시는 분들께 그 이상의 공연을 돌려드리고 싶다.

 

 

라이브 공연의 가장 큰 즐거움은 무엇인가.

ㄴ관객과 눈을 맞추며 노래하는 게 좋다. 나는 한 번 뵌 얼굴은 잘 까먹지 않아서, 다시 뵈면 눈인사를 하고 함께 느끼고 있는 것을 서로 주고받는다. 나를 바라봐주시면 나도 눈을 맞추며 노래하고, 더 기분이 좋을 때는 무대에 내려가서 악수하다가 못 올라와서 낑낑대기도 하고(웃음).

공연을 할 때면 관객 분들이 많이 우신다. 그러면 나도 같이 울게 된다. 함께 울고 웃으며, 가식 없고 허울 없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좋다.

지금까지 했던 공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이 있다면.

ㄴ하나를 꼽기에는 모든 공연이 의미가 깊다. 하지만 보통 지나간 공연보다는 다음 공연에 대해 좀 더 많이 생각하는 편이다. 나를 처음 보는 관객 분들도 있지만 공연을 할 때마다 챙겨서 와주시는 분들도 많기 때문에, 지난 공연과는 다르게 느끼실 수 있도록 무대를 꾸리려고 고민하고 노력한다.

 

 

남은 2016년의 계획은 어떤지.

ㄴ곧 있을 단독공연을 위해 체력을 비축하고 있다. 혼자서 두 시간 반 정도의 공연을 하다 보니, 단단히 준비하지 않으면 탈진상태에 이르는 경우도 있더라. 한 달 정도는 준비를 해둬야 한다. 지금은 헬스를 할지 따로 개인 트레이닝을 받을지 고민하고 있다(웃음).

그리고 계획대로 연말에 콜렉션 앨범이 발매되면, 지방 공연도 하고 싶다. 멀리서 제 공연을 보러 올라오시는 분들을 직접 찾아뵙고 싶다.

마지막으로 루시아의 음악을 듣는 분들께 한 마디 부탁한다.

ㄴ제 노래의 의미를 되새기고 뜻을 헤아리면서 단순한 노래가 아닌 작품으로 대해주시는 고마운 팬 분들이 계시다. 많은 분들이 편지와 메시지를 통해서 제 노래를 통해 느낀 점, 애절한 사연을 보내주시기도 한다.

최근에는 제 음악이 '대낮의 태양보단 어둠 속의 별과 같은 음악'과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노래'라는 것이 부드럽지만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고, 어둠의 시간을 겪고 있는 누군가를 일으키고 끌어안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앞으로도 부를 만한 가치와 들을 만한 의미가 담겨있는 노래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계속해서 노래하겠다고 약속드리고 싶다. 항상 감사하다.

 

 

[글] 문화뉴스 김소이 기자 lemipasolla@mhns.co.kr 
[사진]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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