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9회 칸 영화제에 공식 초청된 '곡성'을 보다

[문화뉴스] 비가 추적추적 오는 날, 나홍진 감독의 영화를 보는 것은 설레임 반, 두려움 반이었다.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던 영화 <추격자>와 <황해>가 너무나도 영화에 동화되게 만들어졌었기 때문이다. 피해자의 입장에서 봤을 때 이 세상은 어둡고 억울했다.

   
 '곡성' 언론시사회

이번에 개봉되는 영화 '곡성'은 그런 이야기를 다루었다. 전작들과는 다르게 비록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것은 아니지만 더욱 압도적이다.

156분의 짧지 않은 러닝타임, 지루하진 않을까? 미스터리, 스릴러라던데 그냥 단순한 귀신들리는 이야기를 다루는 것이 아닐까? 그 걱정은 잠시. 두 시간이 넘는 긴 시간동안 천천히 고조되는 긴장감과 스토리에 푹 빠져버렸다. 한국에서 이런 장르의 영화를 이렇게 완벽하고 새롭게 소화해낸 것이 놀라웠다.

   
 5월 12일 개봉하는 영화 '곡성'

영화는 한 성경구절을 인용하며 시작된다. 예수가 자신의 부활을 의심하고 어설픈 믿음을 보이는 제자들에게 일갈하는 대목이다.  심상치 않은 시작과 함께 혹시 '이거 그냥 종교영화인가' 라는 의구심도 들었다.

그렇게 시작된 영화 속, 곡성의 한 조용한 마을을 배경으로 진행된다. 누군가 살해되고 살해자는 피부병과 함께 미쳐있다. 경찰은 야생독버섯 때문에 피부병이 걸린 것이라고 결론을 맺어버린다. 하지만 뒤에서 돌아다니는 소문은 다르다. 일본에서 온 외지인(쿠니무라 준)과 관련이 있다는 것.

   
 
   
 말리면 해골모양으로 시든다는 꽃 '금어초'

비가 온다. 번개가 친다. 어둡고 축축해 보이는 작은 마을, 그 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소름끼친다. 주인공인 경찰 종구(곽도원)은 사건발견 이후 자꾸만 끔찍한 악몽을 꾸고 사건을 파헤치게된다. 이 영화를 보며 더 긴장하게 되고 더 빠져들게 되었던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창의적인 스토리 구성 때문이었다. 어두우면서도 빠져드는 배경, 실체를 알 수 없는 사건, 개성이 뛰어난 연기파 배우들의 열연까지, 그동안 볼 수 없었던 공포영화가 만들어졌다는 생각에 더 소름이 끼쳤다.

   
 부녀 '종구'역의 곽도원과 '효진'역의 김환희

아역을 맡은 효진역의 김환희 배우는 어디 하나 부족함이 없었다. 어른보다 더 위에 있는 어른 같았고, 자연스러운 말투, 그녀의 뛰어난 연기력에 더 영화에 빠질 수 있었다. 그녀에게 이 영화 캐릭터를 연기함으로 인해 트라우마가 생기진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였으니 말이다.

   
 무당 '일광'역의 황정민

"자네는 낚시할 적에 뭣이 걸려 나올지 알고 허나? 그 놈은 낚시를 하는거여 뭣이 딸려 나올진 지도 몰랐겄제"

대사는 쿵…마음에 박혀버렸다. 그리고 나홍진 감독의 말이 딱 들어 맞았다. "어떤 불행은 피해를 입은 분들에 어떤 문제가 있어서 찾아온게 아니라 아주 무관한 이유로 찾아오는 것. 이런 의도로 영화를 만들었다는 것" 영화속에서 너무나도 잘 표현해냈다.

   
 '무명' 역을 맡은 천우희

절대 현혹되면 안되는 상황에서 계속되어 현혹이 되고 도대체 누굴까, 무엇이 그들을 이런 상황속에 빠지게 만들었는가를 생각하는데에는 그들의 연기력을 손꼽고 싶었다.

러닝타임 한시간이 되도록 나오지 않다가 등장한 일광(황정민)의 무당 연기는 마음을 집어삼킬 것만 같았고, 그보다 더 짧게 나온 무명(천우희)의 연기는 강렬했다. 그녀의 눈빛은 혼을 빨아들이는 것 같은 모습으로 혼란을 가중시켰다.

   
 곡성 언론시사회

나홍진 감독의 그로테스크함을 더한 엑소시즘과 한시도 눈을 뗄 수 없었던 강렬한 비주얼, 그리고 빈틈없는 스토리속에 빠져볼 수 있는 영화 '곡성'

당신은 현혹될 것인가?

문화뉴스 이민혜 기자 pinkcat@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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