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석의 가사가 담고 있는 정서를 그대로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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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뉴스 MHN 김장용 인턴기자] 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은 지난 2012년 시작해 '김광석을 가장 고스란히 드러내는 뮤지컬'이라는 평을 받으며 관객들로부터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다.

날씨가 부쩍 쌀쌀해진 20일 저녁, 영원한 가객(歌客) 김광석의 노래를 훼손 없이 담아내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해 온 연출가 황두수를 만났다.

Q1. 자기소개를 부탁드린다.

A. 이름은 황두수고, '바람'에서 연출을 담당하고 있다. 이전에는 뮤지컬 '리틀 잭', '도로시 밴드' 등의 연출을 담당해왔다. 국제예술대학교 뮤지컬과 학과장도 함께 역임하고 있다.

Q2. 뮤지컬에서 '연출'이 정확히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인가?

A. 연출이란 텍스트로 기재되어 있는 내용을 더 잘 살리고 배우들과 스탭들, 그 밖의 디자인과 연출 전반을 총괄하는 자리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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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3. 현재 '바람'에서 연출을 담당하고 있다. 왜 '바람이 불어오는 곳'을 맡게 됐는지?

A. '바람' 연출 제안이 들어왔을 때 조금도 거절할 수 없었다. 내 또래의 감성을 가진 연출가라면 김광석의 노래로 뮤지컬을 하는 것을 절대 거절할 수 없을 것이다.

Q4. 김광석이라는 이름은 우리 시대에 참 큰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한다. 그 분의 곡을 활용하는 과정에서 연출가로서 고민한 부분이 있다면?

A. 김광석의 곡을 중심으로 뮤지컬이 만들어졌지만, 사실 이 작품은 김광석을 표현하는 것은 아니다. 보통 김광석의 곡은 성장해가면서 느꼈던 것이 가사로 옮겨진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 가사들이 갖고 있는 정서를 그대로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다.

때문에 어떤 연출 기법이나 효과들이 오히려 원곡을 해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노래하는 동안만큼은 가사와 멜로디가 가진 정서에 집중할 수 있도록 작품을 구성했다.

Q5. '바람'은 7년 동안 평점 9.7점으로 꾸준하게 호평 받고 있다. 이런 호평의 비결이 있다면?

A. 두 가지 비결이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는 단연 김광석의 노래가 가진 힘이라고 생각한다.

둘째는 첫째와 버금가게 중요한데, 자극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자극적인 음식은 빨리 질리는 법이다. 그러나 우리 작품은 편안하고 따뜻하게 감싸안는, 위로가 되는 뮤지컬을 지향했다.

기교보다도 어쿠스틱한 감성에 집중한 것이 오래도록 사랑 받는 이유가 된 것 같다.

Q6. '바람'은 2시간 30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을 가지고 있다. 중간에 인터미션도 없다. 이렇게 구성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을 것 같다.

A. 원작 대본이 원래 길다. 처음에는 막연히 러닝타임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줄여보겠다 생각했는데, 지금은 잘 흐르는 정서를 굳이 강제적으로 끊는 것이 불의하다는 생각이 든다. 관객이 오롯이 정서의 흐름을 쫓아가는 것을 방해하는 꼴이 될 수 있다.

혹시나 길지 않을까 염려하며 객석을 보고 있으면, 정작 관객분들은 그런 불편함을 못 느끼시는 것 같다. 

자극적인 테이스트를 첨가한 작품이라면 여러 가지 방식을 고려해야겠지만 우리의 정서, 따뜻하게 흐르는 정서를 구태여 끊을 필요는 없으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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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7. '바람'은 시종일관 라이브 연주로 진행된다. 준비하는 과정에서 힘든 점이 있었다면?

A. '바람'은 기본적으로 등장인물들이 직접 악기를 치면서 노래하는 작품이다. 뮤지션이 하는 것이 아니라 배우들이 직접 연주한다. 

사실 이게 굉장히 어렵다. 배우들도 악기에 대한 연습 때문에 처음에는 많이 부담스러워 했다. 물론 지금도 마찬가지로 힘들어 하고.

하지만 극복하는 방법은 인생과 똑같은 것 같다. 경험하고, 노력하고. 그런 것들을 통해 계속 발전해나가는 만큼 관객들에게 박수를 받는 것 같다.

Q8. 뮤지컬이 영화와 다른 점은 '제 4의 벽'을 뛰어넘는 시도를 할 수 있다는 점인 것 같다. '바람'은 '제 4의 벽'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A. '제 4의 벽'에 대한 질문을 굉장히 오랜만에 듣는 것 같다. (웃음)

공연 속에서 관객들에게 역할이 주어진다. 때로는 관객이 '밥통'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음악방송 피디, 예능프로 피디, 심지어는 방재 작업 나온 군인이 되기도 한다.

영화나 TV에서는 느낄 수 없는 무대만의 매력을 관객들이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또, '바람'은 밴드 뮤지컬이다 보니 콘서트라는 컨셉을 시종일관 유지한다. 관객으로서는 그 콘서트의 관객으로 또 함께 하게 되고, 무대 위에 올라오는 기회가 주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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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9. '바람'에서 특별히 이것만큼은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점이 있다면?

A. 두 가지가 있을 것 같다.

하나는 가사다. 가사는 뮤지컬이 만들어지기 전부터 쓰였던 가사지만, 우리 작품에서는 인생에서 느끼고 깨달아가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로 화했다.

김광석의 노래도 사실 그렇다. 인생을 살다 보면 순간순간 느끼는 것들을 시처럼 표현해낸 가사들인데, 그것들을 잘 감상해주시면 너무 좋겠다.

다른 하나는 시대적 안타까움이다. 이번 시즌부터는 학생운동 장면이 추가됐다. 친구들이 한 명은 전경으로, 한 명은 총학생회장으로 마주하는 장면이 그려진다. 또 친구들이 자라면서 '서른 즈음에'의 가사처럼 인생의 씁쓰레함을 경험하게 된다.

그런 장면들을 통해 주어지는 감동이나 안타까움을 함께 즐겨주시면 좋겠다.

Q10. 끝으로 하실 말씀이 있다면?

A. '바람'이라는 작품에는 굉장한 힘이 있다. 화려하거나 반전이 있진 않지만 '정서'가 가진 힘, 음악이 가진 힘은 엄청나다.

그래서 빤히 들릴 수도 있지만, 겨울에 접어드는 이 계절에 이 작품을 꼭 보셨으면 좋겠다. 열심히 준비했다. 많이 보려 와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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