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매출만 8억인 청년 부농, "노력만 하면 할 게 너무 많죠"

서해농장 유호창 대표

연 매출만 8억인 청년 부농, "노력만 하면 할 게 너무 많죠"

서천은 유별나게 농경지가 많아 예로부터 '곡창지대' 일컬어졌다. 우리나라는 국토의 20%가 경지인데, 서천군은 총 면적의 41%(밭 31%, 논 10%)가 농경지다. 좋은 햇빛과 서해의 해풍을 맞으면서 자라는 '서천쌀'은 이 지역의 대표적 특산품이다.

 

농사는 노력만이 살길입니다

이렇듯 쌀과 넓은 평야를 자랑하는 서천에서 서해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유호창 대표는 지역 내에서 알아주는 입지전적(立志傳的) 인물이다. 한국농수산대학을 졸업하고 아버지의 가업을 이어받은 그는 10여 년 만에 연 매출 8억 원을 내는, 전국에서 손꼽히는 청년 대농(大農)이 됐다.

현재 유 대표가 운영하는 서해농장의 쌀 경작 규모는 60ha에 이른다.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3ha를 무려 20배나 확장한 것. 한국농수산대학을 졸업한 5명의 선후배와 파트를 나눠서 파종·육묘·이앙·수확 등을 철저히 관리한다.

또 주변 362ha의 논을 임차해 112ha에선 조사료(가축의 섬유질을 보충하기 위한 건초 등의 보조사료)를, 250ha에선 '볏짚 곤포사일리지'를 2모작으로 생산하고 있다. 쌀농사의 특이점은 '자연순환농법'이 가능하다는 데에 있다.

쌀을 재배한 후 남은 볏짚으로 사일리지를 만들어 소에게 먹인다. 분뇨로 생성되는 퇴비는 논으로 다시 환원돼 기름진 쌀을 만드는 원천이 된다. 유 대표는 "쌀 전업농이 벼와 조사료의 2모작을 할 경우 고품질 쌀과 양질의 조사료를 함께 생산할 수 있어 일석이조의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며 "농사짓는 사람들이 노력만 하면 할 게 너무 많다"는 점을 인터뷰 내내 강조했다.

졸업과 동시에 닥친 아버지의 죽음, "힘든 시련이 지금의 저를 있게 했죠"

어려서부터 아버지가 농사를 짓는 걸 보면서 자란 만큼 유 대표에게 농사일은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아버지는 묵묵하고 성실한 아들이 미래 경영을 하는 '큰 농사꾼'이 되길 바라며 한국농수산대학을 권했다. 유 대표도 당연히 따랐다.

3년의 과정을 통해 이론부터 농장 실습까지 농업 경영에 필요한 모든 것을 배울 수 있었다. 더욱 좋은 점은 각 지역에서 온, 뜻이 맞는 친구들을 만나게 된 것이었다. 이렇게 맺어진 네트워크는 지금도 각 지역의 가격 정보, 종자 구입, 판매 유통 등 시장의 흐름을 파악하는 데 있어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졸업을 하고 본격적인 '실전'에 뛰어들 무렵에 급작스럽게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아버지는 유 대표가 살아가는 이유였고, 버팀목이자 스승이었다. 모든 것이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너무 힘들어서 모든 걸 포기할까 하다가 아버지가 자신에게 기대했던 '꿈'이 떠올랐다. 이를 악물고 다시 일어섰다. 유 대표는 "그때의 시련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회상했다.

 

엄청난 규모의 성장 "좋은 기계가 값을 하죠"

부친이 일하던 시기와 비교해 보면 농사 규모는 20배나 커졌다. 거기에 더해 농한기를 활용한 2모작의 규모는 자그마치 6배인 360ha에 달한다. 입이 쩍 벌어지지 않을 수 없는 성장이다. 5명 정도의 상시 고용현황은 그가 얼마나 열심히 농사를 지어 왔는지 짐작하게 한다.

엄청난 경지 면적을 감당하기 위해선 좋은 장비가 필수다. 장비마저 견디기 힘들 정도로 유 대표의 작업량은 엄청나다. 바쁠 때는 한 번에 10시간 넘게 트랙터를 운영해야 하기 때문에 장비는 비싸더라도 내구성이 좋은 것을 써야 한다.

유 대표는 현재 트랙터만 해도 6대를 보유하고 있고 여기에 연결해서 사용하는 부가적인 농기구들도 상당한 고가다. 가장 비싼 트랙터는 1억 7,000만 원이 넘고 나머지 장비의 가격도 1억 원 내외에 달한다. 리스나 융자로 상당 부분을 해결한다 해도 녹록지 않은 부담이다. 그럼에도 유 대표는 이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그만큼 값을 하기 때문이다.

"비용에 너무 신경을 쓰다 보면 성장을 이루지 못합니다. 비싸게 샀더라도 최대한 풀가동하면 그만큼 이윤이 나옵니다. 노력이 문제지 기계가 문제는 아닙니다"

 

회사식 경영을 구상하다

유 대표는 2모작을 통한 고소득 창출의 모범 사례로 한국농어촌공사와 서천군, 한국쌀전업농 충남연합회 등 여러 곳에서 표창을 받았다. 또한 13년 동안 장기현장실습 현장교수로 위촉돼 29명의 실습생을 배출했으며, 현재 식량작물학과 동문회장으로 재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 등 모교를 위한 일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자신의 농사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요즘 그는 어느 때보다 학교와 졸업생들에 대한 책임감을 많이 느낀다. '성공하면 베풀겠다'는 신념을 본격적으로 실행에 옮길 때가 됐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현재 그가 구상 중인 '회사식 경영'도 시작은 이런 책임감에서 비롯된 것이다.

"너무 마음에 들어서 같이 일하고 싶을 정도로 뛰어난 후배가 있었어요. 그런데 이 친구가 대대로 농사를 지어 온 아버지와 갈등이 커지면서 농사를 포기했어요. 아버지는 새벽에 일어나길 원했는데, 이 친구는 늦게까지 자고 밤에 일하는 걸 좋아했던 것이 이유였죠. 작은 갈등이 큰 갈등으로 연결이 되는 것이 문제더라고요"

이런 문제는 회사식으로 운영하면 다 풀린다고 유 대표는 보고 있다. 원하는 시간에 일한 만큼 임금을 받으면 개인에게도 회사에게도 좋은 일일 수 있다. 실제로 외국의 선진 회사들이 이런 방식으로 일하고 있다고 유 대표는 말했다.

도정시설을 갖춰서 자체 브랜드 쌀을 만들어 내는 것도 유 대표의 목표 중 하나다. 회사식 운영을 하고 자체 브랜드를 갖는다면 후배들을 더 많이 고용할 수 있고, 소비자들에겐 더 좋은 가격과 품질로 다가갈 수 있다. 졸업 후 큰 시련을 딛고 지금의 엄청난 성장을 이룬 그이기에 이런 목표도 반드시 이뤄질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유 대표에게 한국농수산대학을 다니는 후배들에 대한 충고를 부탁했다.

"다들 농업은 '돈이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기회는 널려 있어요. 끊임없는 노력으로 미래의 희망에 도전한다면 이만큼 좋은 일이 없다고 말해 주고 싶어요. 성공에는 다른 비결이라는 게 있을 수 없거든요"

한여름의 뙤약볕 아래에서 무럭무럭 자라는 벼들이 유난히 푸르고 단단해 보였다. 가을이 오면 들판은 황금빛으로 여물고 속에는 실한 쌀알이 그득 찰 것이다. 문득 그 벼들이 유호창 대표의 모습이 아닐까 싶었다. 마치 곧 큰 수확을 앞둔 청년의 완숙한 젊음을 보는 듯했다.

일반 현황

나만의 성공노트

성공 노하우

특별한 노하우가 있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힘들 때마다 "너무 많은 귀와 눈을 열지 마라"고 했던 아버지의 말씀을 떠올렸습니다.

"듣고 보는 게 많으면 불만이 많아지고 그러면 실패한다"고 아버지는 말씀하셨습니다. 그 말씀을 늘 상기하면서 욕심내지 말고 스스로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만 최선을 다하자고 마음먹어 왔던 것이 지금의 저를 만들어 준 것 같습니다.

미래 계획

앞으로는 쌀 이외 잡곡도 더 짓고, 안전한 먹거리를 생산하는 데 보다 전념할 계획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자체 도정 시설이 필요하고 유통과 마케팅에도 좀 더 신경을 써야 할 것 같습니다. 궁극적으론 자체 브랜드를 갖춘 회사식 경영을 하는 것이 꿈입니다.

경험자 조언

쌀농사를 짓겠다고 마음먹어도 적당한 규모의 땅을 얻기가 힘듭니다. 대대로 농사를 지은 분들은 여간해선 땅을 팔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로 매물이 나오면 하루 이틀 내에 곧장 팔리는 게 현실입니다. 농업의 규모화를 이루기가 힘들다는 뜻이죠. 따라서 규모보다는 자신의 여건과 자기 지역의 특성에 맞게끔 노력하면서 농업에 대한 확신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여러 분야의 사람들과도 소통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갖추길 바랍니다.

 

청년농업인,

그것이 알고 싶다!

 

Q. 장비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A. 당연하다. 장비는 농사의 모든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아가 오랫동안 고가의 장비를 다루다 보니 이제 웬만한 장비는 직접 수리하는 ‘선수’가 다 됐다. 이렇게 직접 수리를 하게 된 것은 농사의 효율성 때문이다. 한창 바쁠 때 필요한 장비가 고장 나 버리면 이만저만 곤란한 게 아니다. 장비 수리점에 가도 다른 사람들의 수리가 밀려 있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또한 장비를 직접 수리하기에 수리비용을 아끼는 것도 이점이다. 매년 9월부터 한 달 반 정도는 자체 수리 기간을 설정해 대대적으로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Q. 식량작물학과 동문회 회장으로서의 활동상을 소개한다면?

A. 작년에 동문회 회장을 맡으면서 졸업생들에겐 발전된 농업기술을 전파하고, 후배들에겐 선배들과 대화하는 교류의 장을 만들어 주려고 노력했다. 또한 3학년 후배들에겐 농업에 대한 긍지와 자긍심을 심어 주고자 선배들의 마음을 담아 소정의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최근에 식량작물학과 전체 후배들에게 학과 단체티를 제작해 준 것도 기억에 남는다.

Q. 청년 농업인으로서 정부나 지자체에 바라는 게 있다면?

A. 현재 정부에서는 쌀직불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고 여타 세제 지원도 많이 해 주는 편이다. 그런 면에 대한 불만은 없다. 개인적으론 장비에 대한 지원이 더 따랐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한다. 장비 구입 시 손쉽게 대출을 해 주고 이자도 장기 저리 혜택을 준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나아가 정부가 농업에 대한 정책을 세울 때 단기적이 아닌 장기적 시각으로 해 줬으면 좋겠다. 가령 농수로 사업만 해도 그렇다. 최근 정부나 지자체에서 조사료 확대 생산을 독려하는데, 수로에서 논으로 물이 자꾸 유입되는 경우 안 하니만 못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농업인 입장에서 보다 세심하게 신경을 써 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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